[오피니언] 당신의 집은 달콤한가요 [드라마]

죽어버리거나, 괴물로 살아남거나
글 입력 2021.03.0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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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월평균 순 이용자 수 637만 명 (출처 닐슨코리아 및 와이즈앱)에 달하는 국가 한국에서, 새로운 한국 킬러 콘텐츠가 등장했다. 바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스위트홈’이다. 스위트홈은 공개 이후 첫 4주 동안 전 세계의 약 2200만 유료 구독 가구가 시청했다. 나 역시 10부작인 이 드라마를 전부 보는데 단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흥행작이 아닐 리 없다. 사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3개월이 다 되어 가므로 지극히 뒷북을 치는 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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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의 경우 시각 콘텐츠인 웹툰이 원작이므로 연출이 제법 까다로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으레 웹툰 원작 드라마가 그렇듯, 웹툰과의 싱크로율과 독립적인 연출 모두가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서 스위트홈은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았다.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은 만큼 원작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한 괴물들이 바로 첫 번째 토끼이다. 가장 기대를 했던 연근 괴물의 경우, 안무가 김설진을 캐스팅하며 괴물의 움직임에 생동감을 더하며 훌륭한 그래픽 효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뽑아냈다. 괴물들 뿐 아니라 카메라 무빙과 색감 등의 훌륭한 영상미까지 시각적인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이다.

 

두 번째 토끼는 독립적인 서사 구조이다. 원작이지만 드라마는 웹툰과 동일한 이야기 흐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기존 인물의 설정을 바꾼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결말이나 갈등의 구조 역시 세부적인 디테일은 드라마 고유의 것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기존 인물의 설정을 바꾸어 스토리에 변화를 준 것이 원작을 이미 봐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스위트홈의 진가를 설명하긴 힘들다. 스위트홈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정답은 인간의 욕망에 있다



스위트홈은 인간의 욕망을 정말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전부 인간일 적 가졌던 욕망을 바탕으로 괴물화가 진행되었다. 괴물의 외적 모습이나, 사람들을 공격하는 능력을 보면 그가 소망했던 욕구에 대해 대충은 알 수 있게 된다. 연근 괴물은 눈이 보이지 않게 되자 소리를 듣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청력이 발달했고, 프로틴이라고 불렸던 근육 괴물은 근육을 키우고 싶었던 건지 엄청난 근육질의 외관을 가진 괴물이 되었다. 이들은 그런 파괴적인 힘으로 살아남은 인간들을 공격하여 위험에 빠뜨린다.


괴물화가 진행되는 사람들 역시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마주하며, 결과적으로는 그 욕망과 싸워 이겨야만 괴물화를 이길 수 있다. 주인공 현수의 괴물화가 진행되면서 이 욕망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루어진다. 현수가 내면의 괴물과 싸울 때, 내면의 현수는 자꾸만 현수에게 묻는다.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라고. 원하는 것. 아마 괴물이 되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과정을 겪은 후 괴물이 되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괴물에게 욕망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괴물로 변해버리는 건 멍청한 짓이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 다시 묻고 싶다. 욕망을 이야기하고 괴물이 된 이들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진 것일까? 그들만 욕망에 지나치게 충실했던 나머지 사람을 해하는 괴물이 된 걸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졌다. 끝까지 시청을 마치고 시즌 2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스위트홈 속에서 사람들은 괴물로 변하지 않고도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사는 양상을 보인다. 그린홈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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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넷플릭스

 

 

류재환의 경우, 초반에는 빌라를 탈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은혁 무리와 공존하며 뜻을 잠시 접어두고, 함께 생존해 나가게 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자 위험을 무릅쓰고 생필품을 구하러 다니는 현수에게 다소 중요성이 떨어지는 선크림을 구해달라고 하거나, 물이 부족한 상황에도 규칙을 어기고 샤워를 하는 등 집단에 상당히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 그럴 때마다 외모가 망가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는데, 여기서 류재환의 행동 변화의 기저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그린홈의 위치를 노출했을 때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신중섭의 무리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괴물화 사태 초반에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그린홈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악독한 인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주민들에게 폭행을 저지른다. 그 폭행성과 반인륜적인 사고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내면에 숨겨둔 폭력성을 괴물화 사태라는 핑계를 대며 수면 위로 꺼내놓은 것뿐이다. 신중섭 무리는 막무가내로 살인을 비롯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 하나 느끼지 않는다. 그 잔혹성은 괴물보다 더 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괴물로만 변하지 않았을 뿐이지 자신의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이 드러낸 욕망은 고스란히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 하지만 욕망이 드러나는 것이 모두 이렇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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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넷플릭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노병일을 들겠다. 노병일은 초반에는 김석현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병일은 위험한 일이 있을 때 비단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주민들과의 공존을 위해 움직인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자신이 할 땐 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이었다. 병일의 생존을 위한 욕망이 타인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드러났다는 말이다.

 

어린이집 원장 차진옥의 경우도 살펴보자. 그는 극 초반에는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그린홈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극 후반부에 갈수록 어린 수영 남매를 위해 강하게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그린홈의 실질적 리더 이은혁 역시 마찬가지다. 극 초반에는 아이들보다 무기 제조에 능한 두식을 중요시하는 다소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나치게 합리적인 결정을 중시하던 은혁은 나중에는 식량보다 지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에서 은혁의 안에 내재되어 있던 인간중심적 사고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재헌이라는 캐릭터는 욕망을 드러내고, 드러난 욕망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경우다. 극의 중반, 재헌은 상욱에게 과거 알코올 중독증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중독증을 치료했다고 말했지만, 상황이 악화되어가자 재헌은 한 잔 씩 술을 마시더니 그린홈 주민의 죽음 앞에 평소보다 과한 음주를 한다. 하지만 끝내 술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음주라는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 재헌은 그를 절제할 줄 알고, 그린홈 내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자세로 생존에 크게 기여 한다.


앞서 언급한 등장인물들처럼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간들이 상황이 급박해짐에 따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면의 욕구와 욕망에 솔직해지는 건 비단 개개인만이 아닌,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에도 해당된다. 사람들은 점점 내면의 욕구에 솔직해지며 그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신의 욕망대로만 사는 것은 상당히 이기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행동은 타인이 피해를 야기하고, 누군가의 행동은 이타적이라는 점이다.


진짜 괴물이 되는 것은 괴물화가 진행된 사람들뿐이 아니다. 괴물의 외형을 해야만 괴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욕망이 타인의 피해를 양분 삼아 실현되는 것이라면, 진정한 괴물은 그 욕망에 굴복한 사람이다. 어떤 욕망은 자신을 괴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타인까지 괴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주요 등장인물 정의명이 그렇다. 정부의 욕망. 그러니까 괴물화가 진행되는 인간을 연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정의명이라는 괴물을 만들었다. 자의로 정부 실험에 응했던 의명이 인간을 증오하는 괴물이 된 건 비인간적인 실험을 자행한 정부의 탓이다. 비이성적인 경로로 모습을 드러내거나 실현된 욕망이 결국 괴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으로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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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넷플릭스

 

 

이 드라마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욕망을 절제할 줄 아는 이성의 중요성이다. 인간의 욕망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밀접한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욕망들이 우리 안에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므로 욕망의 유무나, 욕망에 얼마나 솔직한지가 아니라 그것을 절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차현수가 그랬듯이 내면의 목소리를 거부할 수 있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윤지수가 그랬듯이 욕망을 가두고 있는 아픈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 누구든 괴물이 될 수 있다.


스위트홈. 차현수의 욕망은 겨우 그거였다. 달콤한 집을 가지고 싶었던 현수는, 자칫하면 가장 위험하게 변할 수 있었던 욕망을 집 속에 넣고 문을 잠그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집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집은 달콤한가?

 


*참고로 괴물들 중 아들을 구하지 못한 채 괴물이 되었던 잡자 괴물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오히려 욕망이 발현해 사람들을 안전한 곳에 모아두었다.

 

 

[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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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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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당
    • 스위트홈을 본 사람도 보지 않은 사람도 인간의 욕심과 생존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글인 것 같아요. 스위트홈을 조금 스포 당했지만 굉장히 의미깊고 보고싶게 만드네요! 덕분에 스위트홈을 보고 싶어졌어요. :) 에디터님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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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sco
    • 스위트홈을 재밌게 본 시청자로서, 회차를 거듭할 수록 괴물과 인간의 싸움이 아닌 자신의 내면과의 싸움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글의 내용이 많이 공감되었어요! 마냥 욕망을 버리는 법이 아닌 욕망을 이겨내는 방식을 다룬 재미있는 작품이었고 이를 정확히 보여준 글이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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