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영화]

글 입력 2021.02.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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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배우는 오늘도(2017)는 배우 문소리의 감독 데뷔작이다.

 

문소리가 대학원에서 제작한 세 편의 단편 여배우(2014), 여배우는 오늘도(2014), 최고의 감독(2015)을 3막으로 연결한 작품으로, 수많은 트로피가 증명하듯 능력 하나만큼은 인정받는 배우지만 이제는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없어 전전긍긍하는 중년의 여배우 소리(문소리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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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친구들과의 등산 에피소드를 담은 1막은 아이러니하게도 '여배우'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친구들 앞에서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냐"며 하소연을 하는 소리는 능력보다 매력이 우선시 되는 여배우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등산길에 우연히 마주친 영화 제작자의 앞에서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고, 그 일행의 무례한 언행들을 감내한다. 억지로 합석한 술자리에 화장실 거울을 보며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소리의 모습은 사회가 요구하는 여배우의 역할 수행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소리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여배우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육아에 진땀을 흘리는 '엄마'부터, 아픈 시어머니를 돌보는 '며느리',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아내', 그리고 '딸'까지. 2막은 배우가 직업인 '여성' 소리의 고달픔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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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소리는 선글라스 뒤에서 자신을 '여배우'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1막과 엄마의 부탁으로 메이크업 후 치과에서 사진을 찍는 2막의 소리는 타자화되어 존재한다.

 

소리가 솔직하게 자신을 보이는 순간은 오직 차 안에 있을 때뿐이다. 소리의 차는 거대한 선글라스와도 같다. 그렇기에 2막 시작과 끝에 차에서 내려 무작정 달리는 소리의 모습이 웃프게 느껴진다.

 

3막은 여성을 공통 키워드로 갖는 1, 2막과 비교했을 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막이다. 하지만 3막으로 하여금 감독 문소리는 여배우 소리가 갖는 다양한 정체성을 완벽히 조명하며 배우로서 고군분투 하는 '창작자' 소리의 목소리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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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픽션이지만 실제 배우 문소리와 영화 속 배우 문소리가 겹쳐지며 발생하는 리얼리티가 여성으로, 여배우로 살아가는 문소리의 오늘을 공감하게 하며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한국 영화 죄다
조폭 아님 형사지.
 

 

남성 서사 중심의 한국 영화계에서 여배우들의 입지는 매우 좁다.

 

<여배우는 오늘도> 속 소리가 제안받은 정육점 아줌마 역할처럼, 나이가 있는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여배우' 문소리는 스스로 메가폰을 잡았다. <여배우는 오늘도>가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또 한 번 의미를 가진다.

 

세상은 여배우 소리에게 바라는 게 참 많고, 여자라 해야 할 일도 많고, 매일이 고달픈 하루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소리는 달린다. 한 손에는 트로피를 들고, 붉은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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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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