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절된 돼지 머리와 여성의 몸

'메퇘지'와 '정신병자' 라는 이중 혐오
글 입력 2021.02.2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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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안티 페미니스트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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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0일, 강남역에서 유명 안티 페미니즘 유튜버 시둥이와 왕자가 공동주최한 안티 페미니스트 집회가 열렸다. 집회의 목적은 비공개 스튜디오 불법 촬영회 성폭력 피해자이자 고발자인 양예원을 규탄하는 것으로, 주최자 중 한 명인 유튜버 시둥이는 페미니즘을 방패로 이용한 양예원의 ‘거짓 미투’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두 유튜버는 집회 도중 잘린 돼지 머리를 방망이로 내리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고 커다랗게 적힌 현수막 앞에 삶은 돼지 머리를 돌아가며 내리쳤고, 끝내 이리저리 뭉게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돼지 머리를 들고 환호했다. 돼지의 사체는 페미니스트를 표현한 것으로, 주최자들은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분노를 돼지 사체를 분지르는 것으로 표출했다. 이들은 퍼포먼스를 돼지 먹방, 웜퇘지 도살하기 등으로 표현하는 등 돼지와 여성을 직접적으로 연결하였으며, 퍼포먼스 내내 돼지, 그리고 여성에게 직·간접적으로 폭력을 가했다.

 

 


돼지같은 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를 돼지에 빗대어 표현한 메퇘지, 웜퇘지, 쿵쾅이 등의 혐오적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는 여성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이유는 뚱뚱해서 남성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여성혐오적 발상에서 비롯되기도 하였고 페미니스트는 탐욕스럽고 더러운 짐승과 같다는 의미로 돼지에 여성을 비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돼지는 더럽고 혐오스러운 짐승이 아니다. 돼지는 적절한 공간이 주어지면 자신의 생활공간을 깨끗하게 관리하며, 과학계에서 원숭이, 코끼리, 돌고래와 함께 우수한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동물로 꼽힌다. 돼지처럼 더럽게 땀을 흘린다는 영어표현  “Sweating like a pig”도 마찬가지다. 돼지는 땀샘이 없어 땀을 흘릴 수 없지만, 이런 표현들은 공공연히 사용되며 돼지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다.

 

돼지를 혐오스러운 동물로 생각하는 이들 중 식탁 위에 식품화된 돼지가 아닌 살아 뛰노는 돼지와 만나본 사람은 드물다. 이들은 돼지를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가 아닌 더러운 존재로 바라봄으로써만, 이들의 능력, 감수성, 존엄을 철저히 무시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어야만 그들의 몸을 자르고 불에 굽고 입에 넣는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 뿐이다.

 

 

 

돼지 - 여성의 이중 혐오 구조


 

여성을 지속해서 타자화시키고 자신과 동격의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 남성은 여성을 볼 때 여성이 아닌 가사도우미, 섹스 도우미 등을 본다. 여성이 아니라 분절된 가슴, 성기, 손가락, 머리를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가사도우미, 섹스 도우미, 가슴, 성기가 아닌 여성의 모습 자체를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돼지를 지속해서 타자화시킨 사람은 잘려나간 돼지 머리를 보고 느끼는 존재, 뛰놀기를 좋아하는 존재를 보지 못하고 베이컨, 햄, 돼지국밥을 본다. 돼지가 아니라 분절된 삼겹살, 족발, 편육, 곱창을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베이컨, 햄, 곱창이 아닌 돼지 모습  자체를 알지 못 한다.  한 때 살아 숨 쉬고 몸이 따스했던 존재의 잘려나간 머리를 보고, 그것을 여성으로 은유하고 망치로 내려치는 것은 이러한 타자화의 최고봉이다.

 

 

 

페미니즘은 정신병


 

‘페미니즘은 정신병’은 공공연하게 여성혐오 표현으로 쓰이는 문구이다. 가부장제, 여성착취 등은 거짓된 신화일 뿐이며 그것을 믿는 것은 마치 정신병을 앓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유사한 혐오표현으로는 ‘페미니즘은 지능의 문제’가 있는데, 페미니즘은 논리가 맞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지지하면 지능이 낮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 정신병의 이중 혐오 구조


 

돼지와 마찬가지로 인류는 정신질환자에게도 편견을 부여하고 그것을 믿어왔다. 문학에서 정신이상자는 하이드처럼 악령에 사로잡힌 모습, 마녀 등으로 은유 되어왔다. 이러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몰이해는 그들을 겨냥한 두려움과 혐오를 발생시켰으며, 치료라는 명목으로 수 세기간 정신질환자들을 감금, 강간, 폭행한 정신질환자 수용소 베들럼 등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혐오는 정신질환의 발병 원인, 증상, 양상, 그리고 특질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았다. 결국 정신질환 자체가 범죄로서, 정신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로서 인식될 때까지 말이다. 

 

누구도 질병을 선택하지 않지만 암 환자는 동정과 이해를 받는 반면 조현병 환자는 멸시와 혐오를 받는 것은 단적으로 사회가 조현병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들은 그 어떤 재고도 없이 조현병은 악하고, 비정상이고, 범죄를 유발하고, 격리당해야 마땅하다고 - 조현병 환자는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고 타자화하고 있다.

 

 

 

여성의 말하기의 무력화


 

돼지,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를 모욕의 의도로 페미니즘과 연결했을 때 여성의 발화 시도를 무력화시킨다. 돼지, 정신병자의 말은 무가치하다는 것이 이 무력화의 핵심이다. 무슨 말을 해도 페미니스트는 돼지 같고, 돼지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 어떻게 설득을 해도 페미니즘은 정신병이고, 정신병은 비정상이다. 이는 단순히 여성의 말에 반박하는 개념이 아니라 여성의 말하기 자체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힘을 잃어가는 이중 혐오


 

이중 혐오는 다수의 혐오표현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여성스러운’ 행동을 하는 남성에게 게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타격이 있으려면 여성스러운 행동과 동성애가 연결되어야 하며, 동성애와 부정적 인식이 연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중 어디에도 연결을 찾아볼 수 없다.

 

즉 이중 혐오는 이중으로 틀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는 돼지처럼 탐욕스럽고 뚱뚱해, 라는 말 속에는 두 개의 틀린 명제가 존재한다. 페미니스트는 돼지 같지 않고, 돼지는 탐욕스럽거나 뚱뚱하지 않다.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문구도 마찬가지이다. 페미니즘은 정신병이 아니고, 정신병은 윤리적, 사회적으로 문제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질환일 뿐이다. 따라서 여성의 말하기 앞에 메퇘지, 페미니즘은 정신병과 같은 혐오발언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여성의 말하기를 무력화시키기에는 너무도 터무니없는 문구들이다. 이런 이중 혐오가 남용될수록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 더 강조될 뿐이니, 이중 혐오는 점점 더 힘을 잃어갈 것이다.

 

 

 

모든 혐오는 연결되어 있다


 

여성은 멍청하고, 과하게 감상적이고, 약하고… 일말의 죄책감 없이 일터에서 여성을 배제하고 성적 만족감을 위해 여성을 소비하기 위해 남성들은 여성을 무엇으로 만들어왔는가? 백인이 흑인 노예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나치가 유대인 학살과 우생학을 위해, 조현병 환자를 낙인찍고 격리시키기 위해, 돼지를 감금하고 강간하기 위해 기득권이 만들어내고 믿은 모든 것은 일관된 타자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의 구조를 보여준다.

 

이중 혐오가 진정으로 힘을 잃기 위해서는 내재한 두 개의 명제가 모두 틀림을 보여주어야 한다. 메퇘지라는 말이 힘을 잃기 위해서는 돼지가 폭력과 착취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페미니스트는 돼지 같다, 라는 말은 결국 페미니스트는 더럽고 뚱뚱하다는 말과 동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성혐오는 동물, 정신질환자, 그리고 수많은 다른 소수자가 직면한 혐오와 맞닿아 있다. 결국 여성은 돼지와 함께, 정신질환자와 함께 해방되어야 한다. 아래로 아래로 흐른 혐오와 맞서고 있는 가장 밑에 있는 소수자들과 해방되어야 한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혐오의 구조를 이해한다면 동물, 정신질환자를 비롯한 다른 소수집단에 가해지는 폭력과 혐오에 공감하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혐오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은 소수자 간의 연대를 더욱 강하고 끈끈하게 만들며, 결론적으로는 해방에 이를 수 있게 한다.

 

모든 혐오는 연결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소수자는 연대하여 기득권에 맞서야 한다. 메퇘지, 페미니즘은 정신병과 같은 문구들은 이로써만 완전히 힘을 잃을 것이다.

 

 

[곽수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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