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1년, 국립극단은? [문화 전반]

그들의 비전과 행보
글 입력 2021.02.22 17: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아마 2020년의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코로나’일 것이다. 그 여파가 1년 넘게 지속되어 2021년인 지금도 종식의 시기를 단정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사회, 경제, 정치 등 모든 분야가 코로나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고,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이 모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현장 예술’은 긴 시간 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티켓 환불 비용이 적금처럼 통장에 쌓이고, 예매 사이트의 ‘연극’ 파트를 둘러보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문화예술산업 종사자들이 연극, 더 나아가 현장 예술의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연극 분야도 나름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극단은 김광보 예술감독의 취임과 함께 새로운 슬로건을 공개했다. ‘국립극단’의 이름에 어울리는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과정을 유심히 살펴봐야겠지만, 연극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국립극단이 던지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2021년의 국립극단은 공연예술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image01.png

 

 

국립극단이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밝힌 비전들을 하나씩 모아보자면


● 블랙리스트 피해자 명예회복과 사회적 기억 사례집 만들기

● NT LIVE에 버금가는 온라인극장 운영

● 배리어 프리

● 탄소배출 최소화를 위한 적극적 기후 행동


정도로 뽑을 수 있다. 이외에도 세대교체, 공공성, 표현의 자유, 창작 공감 시스템 등이 거론되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 명예회복, 배리어 프리 공연 확대, 탄소배출 최소화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짚고 넘어가야 할 화두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새로운 키워드인가에 대해선 조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성열 전 예술감독도 국립극단 취임 당시 ‘치유와 개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변화를 도모했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는 앞으로도 국립극단의 이름과 함께 자주 거론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후속 조치를 ‘새로운 비전’이라 칭할 수는 없지만, 이미지 쇄신과 공공선을 위해 확실히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 부분임은 틀림없다. 국립극단이 내외적인 혁신을 통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지워져서도 안 된다. 단지 필자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국립극단이 과거의 잘못을 짊어지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두 번째로 NT LIVE 못지않은 온라인극장 운영이다. 2020년 시범운영을 마친 상태로, 전년보다 적극적인 움직임과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스트리밍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한 연극의 경우 아직도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현장성이 부재한 공연을 ‘연극’이라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부터, 어떤 방식의 촬영이 현장 예술의 온기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미개척 분야인 만큼 국립극단의 온라인 플랫폼 운영 시스템이 앞으로 공연예술계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많은 작품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개되었지만, 욕구가 해소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image02.png

출처-네이버 사전

 

 

‘배리어 프리’를 실현하기 위해 공연예술계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 모두가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에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 새로운 시스템의 수혜자들이 문화예술을 일상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어도 ‘국립’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마땅히 고민해야 할 논의과제이다. 이전까지 문화예술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위해 예술계가 행정적, 제도적 차원의 노력을 시작했다는 알림으로도 느껴진다. 앞으로도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인터뷰의 발언처럼 ‘새로운 담론을 수용하는 제작환경’이 되기를 꿈꿔본다.


다음으로 탄소배출 최소화를 위한 적극적 기후 행동이다. ‘eco’, ‘친환경’이라는 말은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도 환경을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국립극단도 2021년 공연 제작부터는 이러한 적극적인 환경개선 운동에 동참한다는 말인데, ‘어떻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과연 그것을 몸소 증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공연의 현실적인 ‘제작환경’과 ‘환경개선’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중심을 잡을지 의문이다.

 

 

image03.png


 

피어오르는 의문점들과는 별개로 국립극단의 행보를 응원한다. 사실 모든 계획이 어느 한 점으로 모이는 듯한 명징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어두운 코로나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립극단이 대들보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곧 2021년 국립극단의 첫 작품, ‘파우스트 엔딩’을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작품의 개막과 함께 국립극단이 2021년 관객들 마음속의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주기를 바란다.

 

 

[김마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