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과 철 - 모두의 비밀이 부서진다

글 입력 2021.02.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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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가 한 교통사고로 남편들을 잃었다. 희주의 남편은 죽었고, 영남의 남편은 2년째 의식불명. 2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희주는 우연히 영남을 맞닥뜨리고, 영남의 딸 은영은 희주의 주위를 의뭉스럽게 맴돈다.

 

하나의 사건, 각자의 이유, 조각난 진실. 빛과 빛, 철과 철이 부딪치던 그날 밤의 비밀이 밝혀진다.

 

**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된다. 남편을 잃은 아내들이 신경전을 벌인다. 어느쪽 잘못인지를. 사고를 둘러싸고 숨겼던 일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각자의 죄책감 속에서 어떻게 행동이 발현되고 넘어가는지에 집중했다. 배우분들 연기가 뛰어났다. 보면서 내가 다 내가 화나고, 억울하고, 무서운 정도.

 

숨긴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처음 피해자 역할의 가족, 담당 경찰, 가해자 역할의 가족, 회사 동료 등등. 모두가 숨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파헤치거나, 숨겼을 것이다. 죄책감을 덮기 위한 노력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계속 모르쇠하는 지점을 지적한다.

 

인물들 간의 감정선, 신경전이 스릴러였다. 그래서 전개가 빠르지는 않아도, 충분히 속도를 연기로 커버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없는 긴장감에 같이 쫓아가느라 피곤하긴 했었지만. 계속해서 긴장을 유지하는 게 대단했다. 초반에는 탐색하다가 후반에 갑자기 진실이 와르륵 무너지는데, 중간 중간 캐치해서 찾아갔어도 좋았을 것 같았다.

 

진실을 얘기하고서, 와다다다 도망가는 사람들. 일부러 의도한 걸까. 던지고 가는 사람들. 회피하는 사람. 불안형과 회피형이 떠올랐다. 나도 이 두 가지 면을 갖고 있지. 끝까지 진실을 보지 않으려고 하거나, 혹은 계속해서 상대가 원치 않아도 집요하게 파거나. 피하는 걸 존중해야할까, 다 꺼내야만 하는 걸까. 물론 이 영화 내에서는 범죄의 영역이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어떤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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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영역이 아닌 일상 생활 영역에서는) 진실을 숨기는 게 좋은지, 다 알아야만 좋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무조건 다 알아야만 했다고 생각했으나, 꺼내지 않는 것도 상대의 몫이라고 하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은 사람에게 필요할 테니. 어떤 방향이든, 본인이 편하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역시 함께 사는 세상은 참 어렵다.

 

사실은 이혼 준비 중이었던 아내, 그리고 같이 술 먹었던 매형, 자살 하려고 준비했던 남편, 배상 없이 내쫓은회사, 가볍게 넘긴 경찰들. 모든 이익과 죄책감이 사건들을 숨긴다. 공권력의 힘도 기대하기 어렵다. 어차피다 돈 받고 하는 일이고, 직업 군이다보니. 어떻게 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특히 심증만 있고 물증은없는 상태라면. 쉬이 번복할 가능성도 매우 낮고.


나였으면 어땠을까. 사실 감추는 것도, 파헤치는 것도 어마어마한 정신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눈 감고외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혹은 쫓아가다가/ 도망치다가 미쳐버리거나. 나같은 소심한 사람은 무력하게주저 앉았을 것이다.


어차피 같은 사람들, 인물, 캐릭터이기에 두려움을 알고 쫓아간다. 피하기 위해서든, 모든걸 알아야해서든. 꺼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두려움 앞에서 사실을 마주할 용기를 쥐어 짜내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말은 많이하지 않고, 눈빛으로 말을 한다. 신경전까지, 그리고 증오까지.

 

위치로 인한 공격성은 또 얼마나 강하게 튀어나올까. 마지막 서로 목 조르는 장면은, 극적임이 덜해서 아쉬웠지만, 그만큼 현실적이어서 와닿았다. 느린 전개, 그리고 억지로 솔직한 사람들,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정말 스릴러였다.

 

현실적인 서늘함 속, 빛과 빛이만나고, 철과 철이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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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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