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꼼짝없이 한 살 더, 설 지나고 뭐 듣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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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 설이 지났다. 뱃속 든든히 채운 떡국만큼 이제는 정말 꼼짝없이 한 살 더 먹은 채로 살아가야 한다.
뭐 이룬 것도 없이 시간만 왜 이리 빨리 흐르나 울적해져 있던 중에 문득 듣고 싶은 목소리가 떠오른다. 매년 울적해지려고 할 때마다 찾아 듣던 목소리, 바로 햇살같이 밝고 따뜻한 '제이레빗'의 목소리이다.
그룹 제이레빗. 차례로 멤버 정다운, 정혜선
제이레빗은 멤버 정다운, 정혜선으로 이루어진 여성 듀오 그룹으로 2010년,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어 앨범을 발매하며 정식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멤버 정다운과 디즈니 공주가 현실로 튀어나온 듯 맑고 사랑스러운 목소리의 멤버 정혜선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그들과의 첫 만남은, 한창 우울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던 고3 수험생 시절이었다. 밝고 희망찬 그들의 노래가 한껏 구겨져 있던 내 마음을 스팀 다리미로 보송하게 펴주는 것 같았다.
나와 같은 경우가 많은 것인지 이미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의 노래가 '힐링곡'으로 유명하다고. 이렇듯 입시생들에게 검증된(?) 제이레빗의 밝은 에너지가, 딱 연휴 지나고 울적한 이 시기, 나에게 그리고 또 어쩌면 여러분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아 제이레빗의 노래 몇 곡을 추려 가져와 보았다.
김동률 원곡 'JUMP' cover
설 지나고 한껏 우울해져 있던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노래는 김동률 원곡의 'JUMP' 리메이크 버전이다.
요즘 하루하루 살면서
그다지 재밌는 게 없어
노는 것도 싫고 술도 시큰둥
연애도 살짝 귀찮아
책 한 권이 벌써 몇 달째
책장이 넘어가질 않고
큰맘 먹고 샀던 카메라 위엔
뿌연 먼지만 가득해
해야 하는 일은 많지만
쉽사리 손에 잘 안 잡혀
하고 싶은 일이 많았었는데
웬일인지 다 시시해
아직 모든 게 신기한내 스무 살 때처럼
새로운 내일에 설레하며
가슴이 뛰고 싶어
이제는 나를 깨우고 싶어
또 다른 나를 찾고 싶어
어디서부터 무엇부턴 진 몰라도
한번 달려가 볼까
덜컥 저지르는 용기와
두둑한 배짱을 갖고서
열정에 가득 차 나를 불사를
그 무언가가 필요해
영화에서처럼
짜릿한 반전은 기대하지 않아
그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한 번쯤 가고 싶을 뿐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쓰러질 듯 숨차도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에
한바탕 웃고 싶어
이제는 나를 깨우고 싶어
또 다른 나를 찾고 싶어
어디서부터 무엇부턴 진 몰라도
지금부터라도 더는 늦기 전에
...듣다 보면 모든 게 지루하고 무료한 현 상태를 공감받는 것 같아 1차로 마음이 풀리고 이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스무 살의 패기(?)를 상기시키며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레몬 같이 상큼한 제이레빗의 에너지까지 얹어지니 울적한 마음에 자양강장제가 따로 없다.
하상욱 시인이 작사한 새해 노래, '새해 복, 새 행복'
간결하고도 허를 찌르는 유쾌한 시집 '서울시', '시밤' 등으로 유명한 하상욱 시인이 작곡한 곡이다. 언어유희의 대가(?)답게 제목에도 깨알 라임이 숨어있다.
작년 한 해 얼마나
수고들이 많으셨나요
신경 써주신 덕분에
무탈히 새핼 맞습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따로 인사드려야 하지만
먹고 산다고 바쁘단 핑계로
노래로 대신 인사드립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올해에는 웃을 일 가득하시고
대대대대 손손손손
걱정 없을 만큼 대박 나시기를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중략)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하시기를
우리 모두 복 많이많이많이 듬뿍 많이
모두 복 많이많이많이 듬뿍 많이
...
듣기만 해도 올 한 해 일이 술술 풀릴 것 같다. 새해를 시작하며 듣는 첫 노래가 그 해를 좌우한다는 설로 있던데 내년 1월 1일 첫 곡으로는 하상욱과 제이레빗의 '새해 복, 새 행복'이 어떨까 싶다.
매일의 시작을 상쾌하게, 'Happy things'
노래 'Happy things'는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소소한 것들을 노래하는 곡으로 기분이 최대치로 불행할 수 있는 출근길이나 등굣길에 들으면 효과적이다.
둥근 해가 뜨면 제일 먼저
기분 좋은 상상을 하지
하나 둘 셋 자리에 일어나
하마처럼 입을 쫙 하품을 한번 하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번쩍 기지개를 한번 쭉 켜고
즐거운 상상을 맘껏 즐겨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상쾌한 바람이 부는 아침에
한껏 여유 부릴 때
유난히 안색이 좋아 뭘 입어도
다 잘 어울리고 다 예뻐 보일 때
좋아하는 노랠 들으며 걸어갈 때
시간 맞춰 버스를 탈 때
유난히 사람이 많은 출근길
딱 내 앞에서 자리 났을 때
예상대로 일이 술술 풀려갈 때
이제부터 뭐든 내 멋대로 맘먹을 때
아주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세상에나 힘도 안 줬는데 쾌변
오 보너스 휴가 떠날 때
사랑하는 그대도 함께
모두 상상만 해도 정말 기분 좋아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
재치 있는 가사와 통통 튀는 멜로디는 모두 두 멤버가 함께 작사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지쳐 있을 때 마시는 한 모금의 레몬에이드 같다.
점심 식사 후 꿈 속으로 도피하고 싶을 때, '잠이 솔솔'
마지막으로 제이레빗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인 '잠이 솔솔'. 아무리 흐린 날이어도 눈을 감고 이 노랠 듣고 있으면, 나른한 가을 햇살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날씨는 좋고
점심도 먹었고
할 일은 많은데
잠은 솔솔 쏟아지고
꿈속의 난
음악을 들으며
홀로 여행을
떠나려하네
나는 새로 산 가방을 매고
푸르른 가을하늘 아래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느끼고 싶어
좋아 시원해 좋아
나 홀로 떠나는 여행
햇살도 좋고
시간은 멈추고
기분 좋은 오후에
사람들은 미소짓고
꿈속의 난 노래를 부르며
함께 여행을 떠나려 하네
나는 새로 산 가방을 매고
푸르른 가을하늘 아래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느끼고 싶어
좋아 시원해 좋아
우리가 떠나는 여행
...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제이레빗의 노래는 음원으로 들어도 좋지만 녹화 영상을 보면 더 좋다. 두 멤버 모두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되도록이면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원테이크로 녹화를 한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녹음 당시의 편안한 분위기가 보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제이레빗의 노래는 그 자체로 따스하고 밝은 햇살 같다. 본격적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 막막하고 두려워 힘이 나지 않는다면 제이레빗의 노래를 추천한다. 어느새 희망으로 가득 차 함께 노래하고 있게 될테니!
[이강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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