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내 박스오피스 풍경이 신선하다! [영화]

글 입력 2021.02.11 17: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난 주말, 배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주연의 영화 <세자매>를 관람했다. 극장에 걸려 있던 포스터 속 세 배우들의 따뜻한 모습은 영화를 보기 전 나를 더 설레게 했다.

 

 

[크기변환]세자매합친거.jpg

 

 

영화는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아픔'과 '가족 내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뻔한 진행도 아니었으며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내는 진부한 신파극도 아니었다.

 

영화는 어른들이 '꾸린' 가정이라는 '환경'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자랄 수밖에 없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의 사과는 끝까지 받지 못한 채 그 상처를 오롯이 스스로 삼켜내야만 했던 세 자매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가정과 성장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낸 이 영화는 세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길을 또 한 번 개척했다.

 


[크기변환]세자매-2.jpg

 

 

포스터를 가득 채운 세 여자 배우, 그리고 그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이하 '삼토반')이 다시 한번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131.jpg


 

영화계가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영화 <삼토반>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는 최근 욕설과 폭력적인 장면 등이 반복되는 한국 영화에 등을 돌린 관객들에게 편안한 재미를 선사했다.

 

<삼토반>은 기업 비리라는 평범한 소재를 배우들의 완벽한 케미로 산뜻하게 다룬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대사 하나 없이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은 자칫 유치하게 보일 수 있었으나, 긴장감과 유머, 그리고 여성차별이나 학력 차별과 같은 당시 사회 비판이 적절히 어우러져 모두가 불편하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크기변환]삼토반-2.jpg

 

 

또한, 여성 배우들이 주를 이루는 상업영화가 드문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캐릭터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되, 억지로 남녀 갈등 문제를 다루거나, 남성을 지나치게 무능하게 그리는 등 보여주기식 여성 영화도 아니었다. 이 영화는 한국 상업영화계에서 여성 영화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주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지원하면서 처음 썼던 글은 '영화 <반도>로 확인할 수 있었던 상업 영화 속 여성 캐릭터 트렌드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그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에서 멋있는 남자 주인공이 아닌 남녀 '투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자체만으로도 큰 변화로 느껴졌고, 장르물 상업영화에서 틀을 깬 여성과 아이 캐릭터를 구축한 것이 '파격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Opinion] 영화 '반도'가 새롭게 그려냈던 상업 영화 속 '여성과 아이' 캐릭터 [영화]

 

그리고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장르 속에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크기변환]청룡합친거.jpg

여성 배우들, 여성 감독들,

그리고 여성 영화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던 지난 한 해.

개인적으로 <69세>가 후보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 정도로 치열했다고 생각한다.

출처/ 청룡영화상 공식 홈페이지

 

 

비록 코로나19로 미루어져 2021년에 개최되었긴 했지만, 2019년 말~2020년 영화를 대상으로 심사가 이루어졌던 제41회 청룡영화상 시상 부문들의 후보작들과 배우들만 봐도 여성 배우들과 감독들이 여러 장르에서 활약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멋있는 남자 주인공들만이 포스터를 가득 채우지 않는다. 여성은 남자 주인공들을 부각시키기 위한 촉매 역할로 소모되지 않고,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극을 이끌어나간다. 더 나아가 원톱 자리에 우뚝 서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멜로, 드라마, 액션, 스릴러, 사회비판 등등의 장르 속에서.

 

 

[크기변환]라미란.jpg

영화 <정직한 후보>의 주연 '라미란'씨가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여성 원톱' '코미디 영화'로 상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진 출처/ 스포츠조선

 

 

부수고, 싸우고, 피 흘리고, 욕하는 것에 질려 '한국 영화 똑같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거기서 거기다' 평가가 난무했던 지난날은 잊어도 좋다. 상업영화/독립영화 상관없이, 다양한 장르 속에서 기존의 '여성상'의 한계를 깨부순 영화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한편, 이러한 영화들이 시국으로 인해 많은 관객들을 동원하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국으로 인해 흔히 말하는 (진부한)"대작"이 개봉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상영관에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와 소재를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이 크게 크게 극장에 자리잡은 것이 감사하기도 하다.

 

국내 박스오피스 풍경이 신선해졌다! '시국으로 인한'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인식과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시작점이길 바란다. 영화를 사랑하는 한 명의 관객, 대중으로서 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도, 때로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도, 멋있는 남자 주인공이 다 때려 부수는 이야기도, 어린아이들의 풋풋한 모습도, 가려져 있지만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사회의 그림자 이야기도 '영화'로 다 만나보고 싶다.

 

남자는 책임감과 정의가 넘치는 영웅, 여자는 감성적이고 연약하며 기꺼이 희생을 하는 존재, 아이들은 다 미숙하고 세상을 잘 모른다는 걸 조금씩만 비틀어도 영화계는 더 다채롭게 물들 수 있다는 걸 이젠 모두가 알아챘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조금씩 비튼' 영화는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2020년의 많은 영화들이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곧 보게 될 영화 <아이>, <빛과 철>이 더 기대기도 한다.

 

이대로, 걸어나가면 된다. 많은 제작자들과 배우들, 그리고 관객들을 응원한다.

 

 

 

명함.jpg

 

 

[이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