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중년은 즐거울까? -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글 입력 2021.02.0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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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아직까진 내게 너무도 까마득하게 다가오는 단어 ‘중년’.

 

사실 코앞에 놓인 30대의 삶도 낯설게 느껴진다. 영원히 20대일 것만 같던 시간은 빠르게 달리고 달려 30의 문턱 앞에 놓였고, 앞으로 지금보다 시간은 더 빠르게 달려 나를 중년의 나이에 내려놓을 것이다.


와 닿지 않는 ‘중년’이란 단어 때문일까?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했을 때 30대의 삶은 조금이나마 상상이 가능해도 중년의 내 모습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중년의 내가 과연 즐거울지, 슬플지, 행복할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다. 밥값은 하며 살고 있을지, 내 주변에 함께인 사람은 누구일지 등. 수많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질문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대체 책의 주인공들은 중년의 삶이 왜 즐거운지 말이다. 감도 안 잡히는 중년의 삶, 오히려 나로 하여금 우울한 느낌을 주는 중년의 삶이 어떻게 즐거울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평균 나이 55세, 첫 무대에 오른 늦깎이 배우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

 

책은 평균 나이 55세의 중년 여성들이 안은영 연출가와 함께 연극에 데뷔하고, 연극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연극 클래스에 신청하던 날부터, 배역을 정하던 날, 연습을 하던 날, 무대에 서는 날까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재밌었던 점은 나이가 들어도 어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른들이 만나 연극배우가 되는 길을 걷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보다 조금 더 길고 깊은 시간을 살아왔을 뿐 소녀 한 명 한 명의 이야기 같았다. 처음이 떨리고, 누구보다 간절하기도 하고, 수줍고, 어렵고, 작은 일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우리네 이야기 같았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용과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문득 과거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한국이 유독 20대의 삶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짧은 글이 었다. 20대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빛나며, 20대가 지나면 모든 것이 무너질 듯한 느낌을 준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유독 20대가 끝나면 청춘이 끝나고, 인생이 지나갔다는 감정에 휩싸인다고 한다.


도전, 열정, 밝음. 온갖 긍정적인 수식어가 붙는 ‘20대’. 그리고 이를 즐기지 않는다면 20대를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없다는 듯한 뉘앙스가 가득한 세상. 이 긍정의 수식어가 20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 앞에 붙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즐거운 인생 앞에 ‘30대인데도’, ‘40대인데도’, ‘50대인데도’ 같은 수식어가 아닌 ‘30대라서’, ‘40대라서’, ‘50대라서’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가볍게 흘러가지만,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생겼다.

 

 

어릴 적 상상하지 못한 나이다. 아니, 상상하기도 싫었던 나이다. 꿈과 희망을 접고 인생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라는 문구에 심장이 뛰었다. -p.72


딱 중간만큼만 살아온 나. 외모도 능력도 경제력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딱 중간이었다. (중략) 삶이라는 무대에서 온전히 주연 배우로 설 수 있다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나를 그날 그 자리로 이끌었다. -p.74


나도 오십 넘으면 엄마처럼 살 수 있을까? 인생 2막에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즐기면서? -p.197

 


총 6명의 배우와 한 명의 연출가. 소수의 인원이지만 무대를 꽉 채울 파워를 가진 배우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 6명의 배우 중 가장 많은 공감이 갔던 배우는 정호정 배우다. 누구의 이야기인지 인식하며 읽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남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아보면 모두 정호정 배우의 이야기였다.


어릴 적 상상하지 못한 나이, 상상하기 싫었던 나이, 정리하는 나이라 믿었던 50대. 딱 중간만큼의 삶을 살아온 지난날. 그리고 삶의 굴곡을 걸쳐온 지난날. 그렇지만 인생의 2막에서 본인의 꿈을 찾아 살아가는 현재. 그리고 궁금해졌다. 정호정 배우 아들의 질문처럼 과연 나는 '인생 제2막에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인생에 어려움이 없이 기쁜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은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것이라지만, 그저 희희낙낙한 삶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쉽게만 살아진다면 인생이 아닐 것이다. 책 속 6인의 주인공들의 삶도 그러하다. 인생의 희로애를 거쳐 ‘연극’이라는 락을 만났다. 앞으로의 인생에 어떠한 기쁨과 고난, 슬픔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끝에는 나만의 ‘락’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란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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