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고 사소한 취향이 모여 '오늘'이 되는 이야기 [도서/문학]

신미경 작가의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글 입력 2021.01.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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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도 개성이 중시되는 사회다. SNS에 업로드되는 유명인이 아닌 개인의 일상이나 플레이리스트, 패션, 음식 취향 등이 마치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겨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사용 방식만 보더라도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용도를 넘어 개인의 무드 혹은 취향을 드러내기 위한 '아카이브용' 계정들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관성 있는 콘텐츠가 모인 개인의 SNS는 많은 팔로워와 영향력을 가진다. 더불어 비슷한 무드의 계정 혹은 자신만의 색을 담은 새로운 형태의 계정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SNS 속 사람들을 보면 다들 참 매력적이다. '저건 연출이야!'라고 생각하더라도 매력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그렇게 연출하는 것조차 아무나 할 수 없는 능력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말 별 거 아닌 일상 속 순간들조차 선망하며 닮고 싶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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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항상 엉성할까?'

 

유행과 타인의 취향으로 뒤죽박죽 점철된 무언가를 만들어내 보이곤 스스로에게 자주 실망했다. 연예인처럼 화려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 고작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있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있는 것도 괜히 '없어' 보이는 내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에는 자신에 대한 불신과 삶에 대한 불만족이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주관이 없이 자꾸만 흔들리는 삶. 빠르게 흘러가는 주변을 끊임없이 흘끗거리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내 일상에서 내가 아닌 것들을 걷어내고, 진짜 나를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신미경 작가의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이렇게 변화가 필요한 나의 일상에 작은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이 책은 작가의 일상 속 작은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된 사실 하나가 있다면, 정말 사소한 것들이 모여 내가 되고, 나의 하루가 된다는 것이다. '귀찮아서' 혹은 '그렇게 고민할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식의 갖가지 변명들에 치여 오래 두고 관찰하거나,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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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이거' 하나로도 오늘 하루 잘 살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뭐가 있을까?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싶어 하지? 나는 어떤 음식을 가장 자주 찾지? 우리는 이렇게 작고 작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느리게 스스로를 다듬으며 나의 취향을 들여다봄을 통해 보다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기보다는 경험하고 배우고자 하는 태도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내 것이 없어서 혹은 어떻게 보이기를 원해서 자꾸만 무언가를 가지려고 하는 태도는 대개 건강하게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 나의 취향으로 뒤덮인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가지는 힘은 생각보다 클지 모른다.

 

자꾸만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고,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안정감과 만족감.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그런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부터 오는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까지.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려면 우선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왜 그동안 가장 중요한 점을 간과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내 하루에 대한 불만족으로 가득한데 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난 내 일상을 돌아보길 권한다. 내게 주어진 선택권에 대해 피로를 느끼며 '아무거나' 골라 잡으려 하진 않았는지, 혹은 미디어에서 끝없이 보이는 멋진 영상과 사진 속 주인공이 되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이어나가진 않았는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꽉 채워진 하루를 보냈던 날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를 말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다만 조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는 동안 더 '있어' 보이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처럼 누군가의 단정하고 부드러운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고 싶다.

 

 

"생활과 건강에서 최소 취향이 확고해진 뒤 내가 집중하는 건 배움. 머릿속에 든 건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고 평생 가져가는 거라 하지 않던가. 물건보다 경험을, 경험보다 배움과 깨달음을 얻으며 충만함을 느낀다."

 

- 신미경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프롤로그 中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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