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통이 필요하지만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 - 아무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글 입력 2020.12.29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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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막말을 일삼는 정상호 부장, 오늘도 회사까지 찾아온 이혼 직전의 부인 미정과 심하게 다투고는 홧김에 평소에 무시하던 계약직 이수정과 식사를 함께한다.
 
식사를 하고 거나하게 취해 이수정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상호.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수정의 집에 묶여있다. 상호는 수정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수정은 자꾸 자기 얘기를 상호에게 늘어놓을 뿐. 그리고 온갖 생리현상들이 상호에게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그들은 소통이 필요하다. 절박하게.

 

*


시놉시스와 더불어, 이 극의 줄거리 중에서 과거 수정과 인기의 만남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무서운 수정은 혼잣말을 주로 하곤 하는데, 그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인기는 수정에게 말을 걸어본다. 인기는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말투가 어눌하고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수정과 인기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답답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수정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애기를 하고 싶었고, 인기는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수정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한다.


다시 현재의 상황, 그러니까 정상호 부장이 수정의 집에 묶여 있는 장면을 보면 인기는 수정의 집에 가만히 누워 있다. 시체인 상태로. 수정은 상호에게 인기가 자신의 남편이라고 소개한다. 상호는 그 사람 죽은 거 아니냐고 묻지만, 수정은 계속 아니라고 답하며 인기의 죽음을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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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은 가정폭력을 받고 자랐다. 아빠에게 맞는 엄마를 걱정하는 수정에게, 엄마는 지금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니 걱정 말라고 한다.

 

수정은 학교에 가서 가족 이야기를 할 때도 "우리 엄마는 춤을 추는 걸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수정은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학교에서도 다들 수정을 이상한 아이로 바라보고, 선생님마저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혼낸다. 엄마의 죽음 이후 수정은 완전히 고립되었고, 그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수정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남편 인기의 죽음을 부정하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수정은 유일한 소통의 상대를 잃었다. 수정은 인기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에게 계속 말을 걸지만, 죽은 이를 향한 헛된 문장만 맴돌 뿐이다.


이 상황에서는 수정 만큼이나 정상호 부장도 소통을 원한다. 상호는 지금 수정의 집에 묶인 채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정은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한다. 자기 얘기 좀 들어달라고 한다.


이 극에서 원활한 소통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정 뿐만 아니라 상호, 상호의 아내 미정 역시 상대방의 말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의 소통은 계속해서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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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불통의 상황 속에서, 소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수정이 바라는 소통이란 무엇일까?

 

수정은 결국 과거의 이야기를 상호에게 하게 되고 상호는 그것을 모두 듣지만, 수정은 만족하지 않는다. 수정이 원하는 소통은 단순히 말하고 듣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설령 상호가 수정에게 그런 공감을 해주었다고 해도, 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을 것 같다. 수정이 어린 시절부터 받았던 폭력과 무시는 고작 한 사람과 제대로 소통한다고 나아질 상처가 아닌 것 같았다. 수정에게는 세상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불통으로 가득 찼고, 다른 사람들 역시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기에는 여유가 없다.


각자의 이유로 소통을 필요로 하고, 각자의 이유로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 우리가 소통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조금 더 여유를 가져야 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소통이라는 큰 줄기 아래에서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폭력, 편견, 고립을 막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
 
자아를 인지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가 인간(間)입니다. 하지만 소통하기 힘든 대상 중 가장 어려운 건 자신이죠. 
속이기 십상이고 무시하기도 일쑤예요. 내가 나에게 솔직한 게 몇 번이나 있었던가 싶습니다. 일단 전 아주 서툰게 확실해요.
 
- 연출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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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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