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수한 감동과 꿈을 이룰 용기를 주는 그림 - 로즈 와일리展

글 입력 2020.12.2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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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2020년 12월 4일부터 2021년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로즈와일리의 전시회가 열려, 얼마 전 시간을 내어 다녀왔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대를 피해 주말 아침 전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다녀와서 여유롭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같은 시간에 대여섯 명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의 그룹이 태블릿을 들고 선생님 한 분을 따라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키즈 프로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인 것 같았다.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보이는 느껴지는 86세 할머니의 작품을 어린아이들이 관람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로즈와일리는 자신의 그림을 특별한 메시지가 담긴 것이 아닌, 그저 그림으로만 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는데, 순수한 어린아이들이 그 누구보다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로즈와일리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Joe McGorty 2013 Rose Wylie 1.jpg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거대한 캔버스 작품이었다.

 

공주와 왕자가 있고 거대한 성탑도 있는 그림이 벽면에 가득 채워져 있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 판타지 소설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는 스케치북에 성과 공주와 용을 자주 그렸는데, 그 시절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설렘이 로즈와일리의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작품의 질감도 상당히 독특했다. 캔버스에 젯소를 바르지 않고 그대로 물감을 두껍게 올려, 캔버스 천의 울퉁불퉁함과 물감의 거친 두께감이 어우러지며 발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었다.

 

타카심이 일부러 보이도록 캔버스 앞면에 삐뚤빼뚤하게 박은 것도 그림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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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Circus / Rose Wylie

 

 

때론 서로 다른 캔버스 천에 그림을 그린 후 오려 붙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신체의 한 부분 부분을 따로 그려 붙인 작품 Night Circus가 있다. 몸통과 팔과 다리가 모두 따로 그려져 이어 붙여진 것이 마치 마론인형을 보는 것 같아 기괴하면서도 흥미로웠다.

 

 

Six Hullo Girls, 2017, Rose Wylie.jpg

©Six Hullo Girls 2017 / Rose Wylie

 

 

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단연 Scissor Girl이라고 할 수 있다.

 

Scissor Girl은 금발의 똑 단발에 다리를 쫙 벌리고 있는 여자아이의 캐릭터이다. 귀여운 외모의 여자아이의 다리가 무언가를 자를 수 있는 가위와 합쳐졌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동글동글 작고 귀엽고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맘에 들지 않는 것을 물리칠 힘을 가진 소녀.

 

그 모순적인 느낌이 캐릭터에게 더욱 큰 에너지를 준 것 같다.

 


Sissor Girl, 2017, Rose Wylie.jpg

©Scissor Girl 2017 / Rose Wylie

 

 

개인적으로, 어쩌면 이 캐릭터는 로즈와일러 본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화가의 꿈을 가지고 미대에 입학했지만, 결혼과 육아로 화가의 꿈을 잠시 접었다가, 45세의 나이로 영국왕립예술학교에 입학하여 다시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졸업 후 약 30여 년간 작품활동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로즈와일리는, 2013년 영국의 테이트 브리튼과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대중들에게 있어서 로즈와일리라는 작가의 성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느낌일 테지만, 로즈와일리 본인에게 있어서는 그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해 달리고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의 발밑에 사람들이 모여든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Scissor Girl이 앞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리며 날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Joe McGorty 2017 Rose Wylie 10 TIFF.jpg


 

“그림은 대단한 무언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그림은 그냥 그림이죠.”

 

- 로즈와일리

 

 

전시장 중간에서 봤던 로즈와일러의 말이 인상 깊어 메모장에 적어 왔다. 어렵고 난해한 현대미술의 흐름 사이에서 로즈와일러의 작품은 순수하고 편안하기에 오히려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모두가 힘든 요즘 시기, 순수한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으로 힐링 받고, 오랜 시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 온 작가의 작품을 보며 용기를 얻고 싶다면 로즈와일리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
로즈 와일리
(Rose Wylie, 1934~현재)
 
미술대학에 다니던 21세, 결혼과 함께 20여 년간 화가의 꿈을 포기해야 한 로즈 와일리. 마침내 45세가 되던 1979년에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 입학하며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하지만, 졸업 후에도 아티스트로서 조명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매일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는 2013년 영국 테이트 브리튼,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통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함과 동시에 2014년 영국 현대회화작가에게 주는 상 중 가장 높이 평가되는 '존무어 페인팅 상'을 수상한다. 이어 76세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영국에서 가장 핫한 신예 작가' 중 한 명으로 뽑히게 되면서 현재 국제 미술계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현재 그녀는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전속 작가로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
 
로즈 와일리展
- Hullo Hullo, Following on -


일자 : 2020.12.04 ~ 2021.03.28

시간
10:00 ~ 19:00
(입장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초, 중, 고 학생 13,000원
유아 11,000원(36개월 이상)
 
주최/주관
유엔씨
 
후원
주한영국대사관, 주한영국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유지호.jpg

 

 

[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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