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미술의 근현대 미술관이 한국에 있다면 - 방구석 미술관 2 [도서]

글 입력 2020.12.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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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전시회를 간 건, 스무 살 때였다.

 

하필 첫 시 창작 과제가 미술 작품 하나를 정해 그에 관한 시를 써야 했다. 미술이라고는 미술 교과서에 나온 그림이 전부였고, 그나마 아는 화가라고는 프리다 칼로였던 나는 얄팍한 지식으로 과제를 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때 과제는 뭉크의 <죽음의 침대>를 참고하여 겨우 써냈다. 당시의 썼던 시 과제 파일을 다시 찾으려고 했으나 파일이 남아 있지 않은 걸 보면, 아마 나는 그 과제를 ‘대실패’했었나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분명히 있다. 첫 과제에 실패를 겪고 그 후로는 시간을 내어 미술 전시회를 찾아 다녔으니까.

 

 

[크기변환]백남준.jpg

 

 

친구들과 전시회 갈 때면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백남준 괴담’이다. 이상한 이야기라는 건 아니고, 어느 미술관을 가더라도 꼭 백남준 작품 하나는 보고 오게 된다는 의미로 지었다.

 

예를 들어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삼성미술관에서, 혹은 미술관 소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예술가의 전시회에서 관련 작품으로 백남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도 한다.(예컨대 2018년 국내에 전시했던 류이치 사카모토 특별전에서도 백남준의 작품을 만났다.)

 

여담이지만, 내게 류이치 사카모토 전에서 백남준의 작품을 만난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한국미술과 다른 국가의 미술을 분리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 말이다. 실제로 현대 예술가들은 국적을 뛰어넘고 서로 교류하고 작업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한국 예술을 제외하고 여겼던 것이다.

 

내가 아는 한국 예술가는 누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직접 전시를 찾아보러 간 작가들을 제외하고, 또 전공인 문학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해외 예술가보다 국내 예술가를 덜 알고 있었다. 나 또한 국내 예술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말이다.

 

만약 나처럼 무의식적으로 국내와 국외 미술을 분리하여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방구석 미술관 2』가 반가울 것이다.

 

 

방구석2_입체표지(띠지).jpg


 

한국 현대미술을 몰라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면, 『방구석 미술관 2』를 만나기를 바란다.

 

저자는 '미술'이나 '예술' 하면 유럽의 화가나 작품만을 떠올려왔던 사람들에게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요?"라는 정신 번쩍 드는 질문을 던지며 한국미술에 주목한다. 고흐, 피카소, 마네는 익숙하지만 한국화가의 이름을 떠올리기 어려운가. 혹은 이중섭 하면 '소', 박수근 하면 '나무'와 '여인' 만 겨우 떠올리고 있지 않은지 묻는다.

 

『방구석 미술관 2』의 흥미로운 점은, 한국미술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예술의 개념을 빌려 여러 작품을 해설하기보다, 작가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삶과 함께 미술 작품을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작품과 인생, 비하인드 스토리를 마치 한 편의 거대한 이야기로 보여준다. 예컨대 ‘소를 사랑했던 이중섭에겐 사실 두 개의 사랑이 있었다?’와 같은 이야기 말이다.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은근한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최근 ‘방구석 OOO’류의 제목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그 경험을 누리는 것에 비해 ‘방구석’에서 만나는 경험은 턱없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그러나 『방구석 미술관2』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10과 그들의 작품 이미지 150여 점을 볼 수 있다. 또한 QR코드를 통해 마지막까지 한 편의 일대기를 본 듯하다.

 

사실, 『방구석 미술관2』에서 다루는 예술가들은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는 우리에겐 익숙한 한국미술의 거장들이다.(이중섭, 나혜석, 천경자, 백남준, 이우환 등등) 그러나 경험의 부재로 이들조차 알기가 어려웠던 사람들이라면 그 ‘기초’를 닦는데 적합하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오르세 미술관이 있습니다. 19세기 파리에서 태동한 근대미술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곳이죠. (…) 이처럼 19~21세기 한국미술의 전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근현대 미술관이 한국에 있다면 어떨까요?”

 

 

『방구석 미술관 2』에서 다룬 거장들은 누군가에겐 익숙한 작가일수도, 혹은 새로 만나는 작가일수도 있다. 그러나 익숙한 인물과 작품을 삶에 버무려 다시 조명하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미술의 전모를 볼 수 있는 근현대 미술관이 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방구석 미술관 2』으로 그 시작점을 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

 

 

*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미술 입덕 교양서 -


지은이 : 조원재

출판사 : 블랙피쉬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52*210

쪽 수 : 424쪽

발행일
2020년 11월 18일

정가 : 18,500원

ISBN
978-89-6833-284-5 (03600)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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