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기: 나 자신에게 담백하게 고백하는 방법 1 [사람]

글 입력 2020.12.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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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에는 지난 초등학교 일기장을 담은 사진이 자주 올라오는 듯하다. 무료한 집에 갇혀있으면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다가 찾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 일기를 쓰는 것은 하나의 강제적인 숙제였다. 독후감과 더불어 가장 귀찮은 일이 아니었을까. 방학이 끝나면 선생님께 제출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 보여주기식의 이야기로 바뀐다. 어느 날은 처음부터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어야지”라는 어린 마음으로 거짓말을 보태거나 혹은 급하게 밀려서 쓰느라 지난 날씨를 찾아보고 꾸며내서 적기도 했다.
 
그렇게 하기 싫던 일기는 20대, 30대가 되면서 새해에 문득 떠오른다. ‘한 번쯤 시도해볼까?’ 그래서일까. 1년 중 1월 특히 1일 새해에는 일기장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한다.

 

일주일 전 필자는 생각지 못한 촉매제 덕분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무개에게 받은 편지이다. ‘너무 자신에게 만족하고 살면 나태함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미 넌 충분히 너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 가끔은 너에게 토닥토닥 해줘’라는 말을 보고 어떻게 하면 자신을 잘 다독일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러다 이 해답을 일기로 보았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여태껏 일기를 자발적으로 써본 적이 없기에 꾸준함은 기대하지 않았고 근처 문구점에서 파는 가장 저렴한 일기장을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았고 ‘오늘 뭘 했지?’라는 물음으로 오랫동안 가만히 백지를 바라만 봤다.
 
인터넷 포털에 일기를 검색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일기를 쓰는 방법이 연관검색어도 설정되어있다. 일기를 잘 쓰는 방법이란 거 대체 무엇일까. 종합적으로 몇 개의 글을 본 결과, 첫 번째는 꾸준함. 나머지는 타인의 시선 의식하지 않기, 반성과 더불어 희망적인 이야기도 작성하기이다. 뒤의 두 가지에 유념하면서 일기 쓰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희망적인 이야기를 쓰려니 왜인지 누군가에게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 생각은 버리고 나만의 방식대로 써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일종의 반항심이 들어 더 쉽게 써내러 갈 수 있지 않았나 한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이 반복되는 일상이라 새로움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건 오해였다. 매일 새로운 일은 생긴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뿐. 같은 시간에 일어나더라도 매일 자는 시간은 다르다. 밥 먹는 시간은 같지만 메뉴와 오가는 이야기도 다르다. 매일 입는 옷도 다르고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 삶에는 섬세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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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하루를 끝맺으며 쓰는 게 일기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하루를 돌아보고 재정립하면서 배움과 자기 성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찬호는 중학생 때부터 운동에 대한 일기, 일상에 대한 일기를 각각 한 권씩 썼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매일 하루도 안 빠지고 일기를 쓰는 게 어렵다. 그러니까 어려운 걸 해보려는 거다. 일기를 쓰면 항상 마음가짐을 다짐하게 되고, 나 스스로 용기를 주게 된다.” 더하여 박보검도 일기로 유명하다. 그는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잘못했던 것들은 크게 깨달아야 마음속에 각인되는데, 무의식중에 넘어가면 그냥 잊어버린다. 했던 실수를 반복하는 게 더 안 좋은 것 같아서 적어둔다.”
 
이 두 가지를 보면 일기의 장점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듯하다.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함으로써 점차 성장하는 것. 떠밀리듯 살아가는 게 아닌 순간을 잡아두고 적어둘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당신이 지친 하루를 보냈다면, 한번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자신에게 담백하게 고백해보는 날들도 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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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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