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의나루 한강의 올림픽대로 위 불빛들을 바라보며 [여행]

잊고 싶은 수많은 기억이 있는 곳
글 입력 2020.12.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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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내가 한강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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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잃어버린 일상 중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은 여의나루 한강의 야경이다. 반포, 뚝섬, 잠실 등 여러 곳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지만 나는 항상 여의나루 한강을 찾고는 했다.

 

꽤 오래된 기억 속 여의나루 역은 언제나 분주했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사람들, 꽃을 들고 서 있다가 서로를 반기는 연인들, 드물지만 그 번잡한 와중에도 이어폰을 꽂은 채 홀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

 

수도 없이 갔던 여의나루 한강 공원이지만 내 모습은 대부분 마지막이었다. 역에서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자면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럴 때면 혼자 왔다는 사실을 절감하고는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내가 한강을 찾는 이유였다.

 

 

 

올림픽대로의 불빛을 헤아리던 공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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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강을 낮에는 잘 가지 않는다. 올림픽대로에 몇 대의 차가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해가 질 때쯤 한강 공원에 도착하면, 맞은편 건물들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켜지는 속도를 지켜보는 것도 나만의 재미이다. 어느 곳은 아직 해가 훤한데도 불빛을 걸어 놓기도 하고, 다른 곳은 어둠에 먹히기 직전 갑자기 환해지기도 한다.

 

나는 그 제각각의 속도들을 사랑한다. 멍하니 돗자리를 깔고 남아있는 어둠들을 헤아리다 보면 어느새 해는 저물고 수많은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올림픽대로는 서로 다른 색깔의 보석들이 박혀있는 판처럼 화려해진다.


올림픽대로를 바라보며 나는 늘 공허함을 느낀다. 울컥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계속해서 한강을 찾는다.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야근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불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곤함에 절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차에 타 있는 이들은 교통 체증이 혐오스럽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아름답기만 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만약 내가 저 도로에 있는 운전자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고는 한다. 올림픽대로의 불빛들을 볼 수가 없으니 마냥 짜증스럽기만 할 것이다.

 

치열하게 목적 있는 하루를 산 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이들에게는 올림픽대로가 고통스럽지만 목적없이 한강을 찾은 나는 그 풍경이 마냥 아름답다. 언젠가 내가 저 도로 위에 있는 삶을 살게 된다면 나는 저곳에 있음에 행복해할까, 혹은 한강의 야경을 볼 수 없음에 슬퍼할까?

 

 

 

잊고 싶은 수많은 기억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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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강은 잊고 싶은 수많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스스로 위태롭다고 느낄 때까지 버티다가 최후의 순간에 찾아가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그것은 나 자신과 약속이 되어, 외로움에 잠식되는 날이면 '조금만 더 참다가 곧 한강에 가야지' 하고 되뇌게 되었다.

 

그리고 한강을 찾았다는 것은 곧 한계까지 내몰던 노력이 있었음을 알기에 그날에는 아무 걱정 없이 머리를 비우다 오고는 한다.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어서 선택한 장소가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한강이라는 사실이 모순적이기는 하지만, 원래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닌 다수 속에서 체감하는 것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사람은 어느 정도의 외로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한파주의보로 거리에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었던 날, 혼자 한강을 찾은 적이 있다.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하는 이유는 한강 공원에 정말 단 한 명의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의나루 역을 지나가는 몇몇 행인들 이외에 그 넓은 공원을 걷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칼바람에 손이 베이는 것처럼 아팠지만, 나에게 휴식의 공간이었던 한강이 정말 드물게도 나만의 장소가 된 것 같아서 오래도록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공원에 앉아서 들었던 노래가 이하이의 '한숨'이었다. 나는 항상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함께 본다. 이하이가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면, 서울의 풍경과 함께,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내보이는 힘들고 지친 모습들이 느리게 지나간다.


버스 창가에 기대어 공허한 눈으로 바깥을 바라보는 여자, 분주한 거리 한복판에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남자, 그리고 지친 얼굴로 가족사진을 쥐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까지. 올림픽대로의 화려한 불빛이 담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이다.

 

 

 

나는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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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올해까지의 나는 굉장히 자기중심적이어서, 힘들 때 내가 잠시 멈춰 있으면 세상도 나와 함께 머물러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은 떠나가고 나를 둘러싼 상황들은 끝도 없이 바뀐다.

 

오직 나만이 어제와 같고 세상은 흐르고 있다. 그 후로는 아무리 괴로워도 노력해서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미숙한 만큼 도피처가 필요하기도 해서 종종 한강을 찾는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나의 이야기들이 있는 곳.

 

잃어버린 일상을 돌려받게 된다면, 가장 먼저 올림픽대로를 보러 갈 것이다. 여전히 그 건물의 불은 늦게 들어오는지, 나 없는 사이에도 교통 체증은 심각했는지, 그리웠던 것들을 말이다.

 

 

*위 사진들은 pixabay 출처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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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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