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감염병과의 싸움, 여성의 역사 [시각예술]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전시 <방역의 역사, 여성의 기록>
글 입력 2020.12.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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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에게 아주 일상적인 단어가 된 '방역'의 역사는 얼마나 길까?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2020년 9월 4일부터 2021년 2월 27일까지 진행되는 기획전시 ≪방역의 역사, 여성의 기록≫은 감염병과의 전쟁이라는 역사 속에서 감염병과 맞서 싸운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기획전시는 지금의 팬데믹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시로, 유물을 통해 과거 방역의 역사 속 여성의 역할과 2020년 현재 방역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기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면,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역사 속 여성의 역할을 조명하고 역사발전에 기여한 여성인물을 발굴”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국립 여성박물관이다. 2002년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개관하였고, 2014년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로 이전하여 운영되고 있다. 여성박물관은 기존의 전통적인 전시에서 배제되었던 여성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박물관이다.

 

국제여성박물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Women’s Museums)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는 총 75곳의 여성사박물관과 21곳의 사이버여성사박물관(웹사이트 포함)이 운영되고 있으며, 국립여성사전시관도 이 중 하나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의 상설전시실에서는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여성의 통사를 다루며, 기획전시실에서는 여성과 관련된 특정 주제에 관한 전시가 열린다. 2003년의 ≪가족과 호주제 – 호주제 폐지, 행복한 가족으로 가는 지름길≫을 시작으로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여성과 노동, 일상 새로운 상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억을 넘어 평화를 품다≫ 등 여성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여성사전시관의 상설 전시가 여성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보여준다면 기획 전시는 여성의 역사를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함께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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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의 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고 치열하게 질병과 싸운 여성들을 기억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감염병에 맞선 여성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1부 <신과의 싸움, 역신의 시대>에서는 감염병이 신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시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염병이 균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몰랐던 시기에는 감염병을 역신(疫神)이 노하여 생기는 ‘역병’이라고 불렀다. 즉 감염병에 맞서는 것은 곧 역신과 맞서는 것이었고, 무녀(巫女)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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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병균과의 싸움, 신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에서는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신에 의한 것에서 병균과의 싸움이라는 과학적 인식으로 변화한 근대 이후의 모습을 다룬다.

 

근대적 의미의 방역제도가 정립되면서 간호사, 의사 등 여성 의료인이 등장하였고, 일제강점기에는 천연두 예방접종을 위해 여성 간호사를 채용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또한 20세기 초에 여성을 위한 전문의료교육기관이 설립되면서 보건의료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점차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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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여성, 감염병에 맞서다>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현재진행 중인 코로나19 상황 속 여성의 활동을 다룬다. 전시실에는 감염병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의 인터뷰 구술 자료가 영상의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응급의료센터장, 병원감염관리자 등 의료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과 면 마스크 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방역소독 전문가 등 각자의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인 4부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그리고 여성>에서는 여성 노동자의 실업 문제나 가정 폭력의 증가 문제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성이 겪고 있는 차별적 상황에 대한 현황을 보여준다. 또한 향후 노동, 폭력 등의 영역에서 여성의 차별적 상황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여성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번 기획전시에서도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노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박물관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사에 관한 전시라는 점, 과거의 유물만을 전시하지 않고 기관에서 직접 수집한 인터뷰 영상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전시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조선시대에도 감염병이 창궐하면 일종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었다는 점이나, 역병을 내쫓기 위한 굿을 했다는 것 등 방역의 역사가 변화해온 양상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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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기획전시를 관람하고, 관람 동선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상설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2층의 상설전시실에서는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여성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유물은 해당 시기 여성의 지위와 사회적 역할 등을 보여주는 유물이 주를 이루어 단순 생활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기존의 역사 서술에서 배제되었던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보여주고, 나아가 20세기 여성인권운동의 역사까지도 소개하고 있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국내의 유일한 국립여성박물관으로서, 여성의 통사를 다루며 여성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젠더 담론을 둘러싼 동시대의 이슈를 함께 다루며 여성학의 관점에서 쓰인 역사를 보여준다.

 

전시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각각의 유물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접할 수 있고, 전시관 웹사이트에서는 여성 인물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VR전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여성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온/오프라인으로 국립여성사전시관을 방문해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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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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