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래하는 여자들 [음악]

글 입력 2020.12.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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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소음을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또 새로운 음악을 창조할 수 있는 존재는-적어도 지구에서는-인간이 유일하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공감하고,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수많은 노래, 음악 중에서도 우리에게 특히 더 깊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내 생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음악들, 아픔과 절망을 위로하고, 나를 대신해 분노하는 음악들은 언제나 마음을 뒤흔든다.


그렇기에 가슴 아픈 소식들이 매일같이 들려오는 요즘, 내가 이 노래들에 이끌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맞설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 앞에서 자꾸만 무기력해질 때, 이 노래들이 나를 구해주었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틀린 게 아니라고 말하는 이 음악들이 나를 위로했다.


나와 같은 이유로 낙담하고 좌절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노래들을 통해 위안받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내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듯, 이 노래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Fall in Line (feat. Demi Lovato) – Christina Aguilera



 

 

It’s just the way it is (그냥 이 세상이 그런 거야)

And maybe it’s never gonna change (그리고 절대로 바뀌지 않을지도 몰라)

But I got a mind to show my strength (하지만 난 내 힘을 보여줄 거야)

And I got a right to speak my mind (난 내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어)

 

 

2018년에 발매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정규 8집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여성에게 들이 밀어지는 부조리한 잣대와 억압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중반쯤에 들려오는 변조된 목소리는 ‘생각하지 말고 나를 위해 엉덩이나 흔들라’고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에 대비되는 후렴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Boys Will Be Boys – Dua Lipa


 

 

 

Boys will be boys, but girls will be women (소년은 소년으로 자라겠지만, 소녀는 자라서 여자가 되겠지)

 

 

두아 리파의 정규 2집에 수록된 노래이다.

 

평소에도 페미니스트임을 공공연히 밝혀 온 두아 리파답게 현실적인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에 이토록 깊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또 화가 났다.

 

‘남자는 커도 애’라는 말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Kings & Queens – Ava Max


 

 

 

And you might think I’m weak without a sword

(칼이 없으니 약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But if I had one it’d be bigger than yours

(나한테 칼이 있었으면 네 것보다 더 컸을걸)

 

 

평소에 좋아하는 장르의 노래는 아니지만, 가사를 들은 순간 이 노래를 내 재생목록에 넣을 수 밖에 없었다. 통쾌한 가사와 어울리는 시원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뮤직비디오에 드러나듯, ‘칼’을 이용해 비꼬는 가사가 참신하다.

 

 

 

When A Girl – CARYS


 

 

 

I will never fit in your mold (네 틀에 날 맞추진 않을 거야)

If you want you can call somebody else (원하면 다른 사람 알아봐)

Or do it by yourself (아니면 네가 직접 하던가)

 

 

가사가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히 전달한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노래와 비슷하게 여성에게만 기대되는 것들에 대한 반발을 담고 있다.

 

담담한 목소리와 대비되는 직설적인 가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FNTSY (feat. Jvcki Wai) – So!YoON!


 

 

 

전진한 초침 하나, 뚜렷해지는 초점

변화는 불가피해

난 절대 안 봐 눈치

 

 

밴드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재키 와이의 랩과 중독성 있는 후렴구 때문에 자꾸만 찾게 되는 노래이다. 이 사회의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하는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될 때, ‘걱정 마’라고 일러주는 이 노래가 나에게 확신과 위안을 주었다.

 

 

 

할 만큼 했다 – 최삼(Choi Sam)


 

  

 

내 말을 귓등으로 듣더니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대

더 왜 말해 이제는 알아서 네가 더 찾아보는 건 어때

 

 

노래를 들으며 어떤 부분을 골라서 쓸 지 한참을 고민했다. 가사의 모든 부분을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평소 랩이나 힙합을 잘 듣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지금까지 듣는 것은 오늘 소개한 노래 중 가장 직설적인 가사 때문이다. 바뀌지 않는 것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길이 없을 때면 이 노래를 들으며 감정을 삭였다.

 

*

 

여기에 싣지 못한 노래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예전보다 많은 여성들이 소리 내고, 노래 한다는 사실은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이런 노래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쏟아져 나온 것이 한편으로는 슬프다. 당연한 일에 대해 소리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그래서 그 세상의 사람들은 이 가사에 공감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나와 함께 분노하고 싸우는 이 노래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이들의 외침이 변화하는 세상을 대변하고, 또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노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우리를 분노케 한 기형적인 사회, 딱딱하게 굳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경계는 조금씩 허물어진다.

 

간혹 우리의 외침이 벽에 가로막힌 듯 그대로 되돌아 오고, 차갑고 단단한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때가 찾아 온다. 그러나 소리는 진동이 되어 수없이 벽을 때리다가 끝내는 무너뜨릴 것이다. 노래는 언제나 그렇게 우리를 바꾸고, 세상을 바꿔왔다.

 

 

 

이고은태그.jpg

 

 

[이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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