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엠마누엘 루베즈키, 롱테이크의 진수를 보여주다 [영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촬영 기법, 롱테이크
글 입력 2020.12.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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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영화의 이미지가 익숙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지금 보고 있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오늘 처음 본 것이라 할지라도 왠지 모르게 카메라에 담겨 있는 시선이 익숙하다. 배우들을 쫓는 발걸음마저 정겹게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우린 우리가 봐왔던 영화의 필모그래피들 사이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감독 특유의 촬영기법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봐왔다면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롱테이크'

 

영화의 촬영기법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긴 길이의 숏으로 영화를 구성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롱테이크 기법은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된다. 카메라가 고정된 상태와 고정되지 않은 채 카메라의 무빙이 위주가 되는 것. 롱테이크 기법은 많은 영화감독들이 예술적으로 애정하는 미학적 기법이다.

 

하지만 이를 잘못 활용하면 관객들은 영상에 지루함과 피곤함을 느끼고,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감상을 하게 되곤 한다.

 

 

 

 

영화계의 거장이자, 스릴러 영화의 장르를 확립한 분야의 1인자,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8년 작품 '로프'이다. 히치콕 감독의 할리우드 입성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인데, 롱테이크 기법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하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잘 찍은 장면을 어떻게 편집하는지, 감독의 역량에 따라 그의 천재성이나 예술성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에도 수많은 편집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음새 부분은 보이지 않고, 인트로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한 컷으로 장면을 구성했다.

 

지금도 이 작품이 높게 평가되고 있고, 히치콕이라는 감독의 창의성과 편집에 대한 실험정신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 장면을 통해 볼 수 있다.

 

국내 영화에서도 롱테이크 기법을 활용한 영화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배우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 그리고 '최민식' 배우의 '올드보이'가 대표적이다.

 

 

 

 

배우들의 동선과 완벽한 연출, 자연스러운 카메라 무빙으로 완벽한 현장감을 구현했다. 이렇듯 롱테이크 기법은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하고 영화 인물의 서사에 빠져드는 효과를 낼 수 있게 해준다.

 

2분 정도되는 이 장면을 위해 100명이 넘는 인원들이 14번의 테이크를 찍었다고 한다. 영화에 활용한 것은 9번째 테이크. 봉준호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뛰어난 테이크도 많았지만,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어  쓰지 못했고, 배우들의 애드리브와 완벽한 카메라 무빙이 더해진 테이크를 쓰게 되었다.

 

'올드보이'에선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소위 '장도리 액션'이 대표적인 롱테이크 기법의 예로 들 수 있다. 트래킹을 이용해 단순해 보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오히려 관객들에겐 다양한 컷으로 표현한 액션보다 더욱 처절한 느낌을 받게 했다.

 

이렇게 영화에서 잘 표현된 롱테이크 기법은 영화의 가치를 올려준다. 영화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예술적인 미학을 표현하기도 한다. 오늘 이야기 할 감독은 롱테이크의 거장이라고 불릴만한, 현재 전 세계 최고의 촬영감독이라 불리는 '엠마누엘 루베즈키'이다.

 

 

 

엠마누엘 루베즈키


 

1964년생, 멕시코 출신인 그는 'chivo', 염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촬영상을 받은 전무후무한 최고의 촬영감독이다.

 

2014년 '그래비티'를 시작으로 2015년 '버드맨' 그리고 2016년은 '레버넌트'로 상을 받았다. 2013년 수상 작품이 '라이프 오브 파이' 2017년이 '라라랜드'인 것을 생각하면 그의 촬영기술이 얼마나 위대한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작품이 '칠드런 오브 맨'에서 보여준 그의 촬영은 놀랍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올해 초, 개봉한 '1917'처럼 원테이크로 보이는 영화가 있다. 물론 롱테이크라 하더라도 모든 영상이 한 클립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어두운 장면이나, 배경이 굉장히 단조로운 장면, 혹은 인물이나 벽을 지나가는 장면에서 정말 세밀한 편집과정이 담겨있다. 원테이크로 알려진 1917도 사실은 60여 개의 샷으로 구성된 영화다. 아 물론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놀랍고 현실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롱테이크 기법을 활용하면 중요한 피사체를 따라 영상이 전개된다. 관객들은 잘 짜여진 롱테이크에선 흐름이 끊기지 않아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연속적으로 발생되는 사건을 담기엔 롱테이크는 최적의 촬영기법이다. '칠드런 오브 맨'의 롱테이크 첫 번째 영상에서도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또한, 언덕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쫓기고, 경찰을 맞닥뜨리는 장면까지 영화의 리얼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에선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고난도 촬영 테크닉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4분이라는 시간 동안 끔찍한 아비규환이 끊기지 않고 연결되어 디스토피아를 재현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의 롱테이크는 다음 영화 '그래비티'에서 절정을 찍게 된다.

 


 

 

17분 동안 이어지는 롱테이크 중 그 일부의 영상이다. 그의 영상은 한 편의 시 같기도, 아름다운 선율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나 현대의 기계를 활용한 촬영의 정점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촬영 결과물을 보고 있자면, 연출이 제작의 머리라면 촬영은 손의 역할을 한다고 느껴진다. 감독이 상상하고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소화한다. 손의 감각과 재능, 높은 수준의 창작물이 대중들을 압도한 장면이다.

 

이렇듯 그의 작품에선 매번 롱테이크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작품마다 트렌디하고 놀라운 결과물을 내는 그의 솜씨가 항상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고,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 장르에서 롱테이크 기법이 활용되는 만큼 그의 다음 작품에선 어떤 표현이 담길지 많은 영화인이 주목할 것이다.

 

 

 

정용환.jpg

 

 

[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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