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쉿, 양초를 켤 시간이야 [사람]

우울할 때 가장 빠르게 마음의 온기를 얻는 방법
글 입력 2020.11.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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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밤마다 쉽게 잠에 들지를 못한다. 자려고 누우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내 의지로 그것들을 멈추기가 힘들기에 속이 시끄럽다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혼자 있을 때 정적이 찾아오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정적이 닥칠 때면 그 누구의 손길도 미치지 않은 채 여러 생각들에 스스로가 마치 영속적으로 침체되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여기서 정적이란 단순히 어떠한 소리도 개입되지 않는 시공간적 상황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내가 존재하는 영역에 나에게 정서적으로 평온함을 선사하는 변수들이 부재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꼭 청각적 자극일 필요는 없으며 마음을 얼마나 쏟고 있느냐에 따라 사물일 수도 있다. 홀로 있는 공간 안에서 아주 작은 교감이라도 이어나가며 나를 둘러싼 외부세계와 아예 단절되지는 않았음을 실감할 때 역설적이지만 안정감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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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을 주는 요소는 ‘향’이다.

 

고민거리가 수반하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에 매몰될 것만 같은 때마다 나는 주기적으로 양초를 켠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향들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들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며 맡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하지만 캔들을 켤 때에는, 적어도 심지에 불을 붙이는 순간만큼은 향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분위기 전환에 집중하게 된다. 양초를 켜는 행위는 우리에게 후각적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온기를 더하게끔 도와준다.

 

*

 

최초의 양초는 고대 이집트 시대와 로마시대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 시기에는 동물의 지방으로 기름을 만들어 횃불 형식으로 사용했으며 그 이후에 심지 형태가 개발되었다.


중세시대에는 양초의 재료로 벌집에서 추출해 만들어진 천연원료이자 냄새가 나지 않는 고급 원료인 밀랍이 활용되었다. 하지만 밀랍으로 만든 양초의 경우 수량이 제한적이며 비싼 가격으로 인해 일반인들은 사용이 어려웠고 대부분 성직자나 상위계급에게 쓰였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고대 중국의 경우 곤충으로부터 왁스를 얻었으며 인도에서는 시나몬 나무를 끓이고 굳힌 뒤 이용하였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나무 견과류의 추출물을 양초 왁스로 활용하였다.

 

18세기부터는 향유고래의 기름에서 추출한 경랍을 주로 사용하였는데 점성과 밀도가 높아 쉽게 물러지거나 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냄새가 적고 깨끗하게 연소하는 양초가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시대가 흐르고 전구가 발명되면서 잠시 양초산업이 쇠퇴하는 듯 보였으나 인테리어 측면에서의 장식성이 여전히 가정집을 포함한 사회 곳곳에서 인기를 끌었다. 또한 많은 종교단체에서도 양초가 애용되며 꾸준히 성장하였다.

 

1991년에는 미국의 농화학자에 의해 콩에서 추출한 ‘소이웍스’가 개발되었다. 이즈음에는 건강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연소할 때 인체에 무해한 소이웍스가 자연히 주목을 받게 되었다.

 

*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 초는 어둠을 밝히는 인류 최초의 도구였다.

 

초의 이러한 속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삶에도 적용된다. 캔들은 마음의 안정과 이완을 도우며 염려,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인 내면 상태로부터 우리들을 환기시킨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캔들은 빛과 향을 통해 우리의 내부에 스며들어와 뜻 모를 공허함과 외로움까지도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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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소이든 상관없이 왠지 머무르고 싶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바꿔버리는 캔들의 저력을 이제는 깨달아서일까, 당분간은 혼자 있을 때마다 캔들이라는 사물과 관계 맺는 것을 계속하며 그 온기에 기댈 것 같다.


 

"캔들은 혼자 있을 때 감정의 파도들에 휩쓸리지 않게 해주는 소중한 방파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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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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