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녀님이 들려주는 잔잔한 팩트폭격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글 입력 2020.11.25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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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제목을 보고 상상한 책의 내용은 괜찮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의 글이었다. 그러나 지금 책을 읽고 난 후 든 생각은 '수녀님의 조곤조곤한 팩트폭격'이라는 것이다. 삶과 자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은 잔잔하지만 묵직하고, 외면할 수 없는 글들로 가득하다.


책은 사랑에도 거리가 필요할까, 잠시 나를 내려놓다 등 총 4장으로 이루어졌다. 이들 중 첫 번째 장인 '사랑에도 거리가 필요할까'를 읽을 땐 스스로에 대해 되돌아보았고, 세 번째 장인 '상처여도 사랑이어라'를 읽을 땐 부모님의 이야기에 눈에 눈물이 맺기도 했다.

 

 

 

스마트기기와 인간


 

 

사소한 유혹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습관이 되면 그 습관은 일상이 되고 내가 된다. -p.45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고 머리가 좋아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력이 부족하면 정신적 능력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p.57

 

우리 몸은 지속적으로 편안함을 찾는다. 먹고 싶고, 놀고 싶고, 눕고 싶다. ... 스마트폰은 지속적으로 다른 감정을 덧입히고 '혼자있는 시간'과 현재를 잊게 만든다. 그런데 이 습관은 결국 '현재'에서 벗어나는 산만함으로 기울어진다. -p.68

 

'귀찮음', 이 감정은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일까, 현대 기술의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그래서 피곤한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으름 때문일까? -p.79

 

 

앞서 언급했듯, 이 책은 수녀님의 팩트폭격이 가득한 책이다. 그리고 네 개의 장 중 첫 번째 장이 가장 내게 많은 폭격을 가져다주었다.

 

저자가 방송학과 미디어생태학을 공부해서일까? 유독 스마트기기와 메신저 등이 이야기에 자주 등장했다. 그리고 24시간 가까이 스마트기기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더 많이 와닿고, 더 많이 찔리고, 더 많이 공감되었다.


가장 양심을 아프게 했던 키워드는 '산만함', '귀찮음', '집중력'이다. 업무가 힘들다는 핑계로, 항상 야근을 한다는 핑계로, 사람에 지쳤다는 핑계로 항상 혼자만의 시간을 추구하지만, 이 혼자만의 시간은 결국 나의 게으름임을 글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너무도 지쳐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그 시간에도 핸드폰을 들고 있다.

 

늦은 야근으로 집에 돌아와 씻고 바로 자야 다음 날 출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손은 어느새 핸드폰을 잡고 있다. 이렇게 계속하여 스마트폰을 들고 있자면 나의 감정, 생각은 사라지고 현실 세계의 감각도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습관이 결국 '현재'에서 벗어나는 산만함으로 기울어진다고 말한다.


책 한 권을 완독하기까지 스마트폰을 몇 번이나 들추어 봤는지 모른다. 새로운 연락이 있는 것도,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습관적으로 계속하여 핸드폰을 들어본다. 정말 산만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다. 눈앞에 스마트폰이라는 작고도 큰 유혹이 있고, 나는 이 유혹에 계속하여 넘어간다. 이 습관은 일상이 되었고, 이 일상은 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에 귀찮음을 느낀다. 누워서 핸드폰을 하는 것만 제외하고 말이다.


이야기의 끝이 스마트폰으로 귀결되는 것이 조금은 이상하지만, 이 책을 통해 감정적인 깨달음을 제외하면 나와 스마트폰의 관계에 대해 제일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아마도 현재의 내 모습과 가장 가깝고, 스스로도 고쳐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서 더 그런듯 하다.

 

*


이 책은 김용은 수녀가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라고 한다. 책은 나의 자아뿐만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 감추어진 참자아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신, 지인, 친구, 부모, 형제 등 다양한 관계를 담은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사람이란 참으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감을 느끼게 된다. 많은 자기개발서적 속 담긴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음과 감정을 건드리는 김용은 수녀의 글이 이를 특별하게 만든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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