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삶에는 너무 많은 변명이 필요하다 - 편의점 인간 [도서]

글 입력 2020.11.2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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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은 기능성


 

편의점 인간은 특이한 소설이다. 일본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등장한 프리터족을 소재로 삼았고, 주인공의 독특한 설정 역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인간적인 감정보다 결과의 이익이 앞서고, 남들과 다른 행동으로 인해 사회에서 배제 받는 등장인물이다. 그녀는 평범해지기 위해 어렵사리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하고 훌륭한 편의점 직원으로 성장하지만, 정작 18년간이나 편의점 일을 지속하면서 다시 비정상에 속하게 된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을 꼽으라고 하면 얼마든지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 글에선 그보다 특이하지 않은 소재, 변명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후루쿠라의 비정상적인 면은 끊임없이 사회에서 지적받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쉼 없이 변명을 내놓는다.

 

변명이 필요한 순간은, 예를 들면 동창 모임에 갔을 때 같은 경우이다. 친구들이 왜 아직도 편의점에서 일하냐고 물으면 여동생이 정해 준 대로 몸이 좋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의문을 갖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손쉽게 질책의 강도는 낮아지고 조만간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버리게 될 것이다.

 

변명은 이렇게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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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변명으로 가득 차있다



툭 튀어나온 후루쿠라의 삶은 매번 여지없이 주변의 질타를 받고,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녀는 수많은 변명들이 필요하다. 왜 연애를 하지 않는지, 결혼에는 관심이 없는지, 새로운 일과 더 나은 벌이를 왜 욕심내지 않는지. 사회가 그녀에게 물어오는 질문은 이렇게 세밀하고 다양하다.

 

후루쿠라의 다름이 세상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지만, 세상의 시선은 그로 인해 관대해 지지는 않는다. 그녀와 달리 평범한 삶을 사는 그녀의 동생이 변명거리를 꾸준히 만들어 둔다. 후루쿠라는 자신의 삶을 설득시키는 데에 이 변명들을 돌려가며 사용한다.

 

소설을 읽고 특이한 주인공의 특이한 설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후루쿠라의 변명이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다. 우리도 일상에서 매번 수많은 개인적인 질문들과 마주치니까. 내가 충분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잘 정돈된 삶의 영역에서 어딘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면 우리 역시 여지없이 변명이 필요하다.

 

왜 남들처럼 뭔가를 하지 않는지. 우리의 삶이야말로 수많은 질문들과 변명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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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변명의 조건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녀의 결과 지향적 태도는 편의점의 반복적이고 효율성 우선의 일처리에 최적화되어있다. 그녀는 더 나은 봉급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사실 편의점 일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남들이 없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마저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일에 대한 이유지만 이런 걸 변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변명은 상대방이 듣기를 기대하는 말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몸이 좋지 않아서라는 뻔한 변명에 후루쿠라의 삶을 둘러싼 수많은 맥락이 뭉개져들어있다. 그것은 솔직하지는 않지만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너무 오래 일했다. 그녀의 변명도 너무 오래 써서 구멍이 난 그물처럼 원래의 기능을 잃고 진실을 있는 그대로 흘려버리고 만다. 모두가 후루쿠라의 평범함을 의심하고 그녀가 더 이상 변명하지 못해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가버릴 때, 나는 평범함이 어렵고 가혹해서 속상할 지경이었다.

 

변명은 까다롭고 게다가 유통기한도 변변치 못했다. 효과적인 변명의 조건에 주기적 교체도 추가된다. 변명 많은 삶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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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는 너무 많은 변명이 필요하다



후루쿠라처럼 특이한 인물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건 변명이라는 중요한 소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는 질문으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공감할 수 있고, 변명에 진땀 빼는 후루쿠라에 가엾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그 난감함 때문에, 우리는 도대체 왜 세상이 그녀를 그냥 놔두지 않는지 불만을 터뜨리게 된다. 그 때문에 평범함을 강요하는 사회의 부당함에 공감하게 된다.

 

각자의 삶은 그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른 것. 모두가 같은 모양의 삶을 산다는 것은 오히려 기이한 일일 것이다. 후루쿠라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특이한 지를 보기 전에 그녀와 우리를 정서적 유대감으로 묶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작가의 전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서로 다르고 조금은 특이하더라도 변명할 필요 없는 세상. 그런 편안하고 품위 있는 이해가 존재하는 사회가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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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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