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라리 현실이 아니라면 [영화]

<자전거 도둑(1948)>과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글 입력 2020.11.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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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Realism)’이란 무엇일까? 직역하면 ‘사실주의’가 될 것이다.

 

‘사실’주의? 그렇다면 영화에서 리얼리즘이란, 기록영화인 ‘다큐멘터리’만의 요소인가? 그렇지 않다. 사실상 다큐멘터리도 촬영과 편집 등 감독의 의도가 개입된 연출을 필요로 하기에, 결국 완전한 사실을 담아내는 영화란 실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리얼리즘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리얼리즘은 쉽게 말해 ‘진실주의’이고, 여기서 진실은 사실을 포함하는 관계라 볼 수 있다. 즉, 사실적이지 않아도 진실이 될 수 있다. 영화에서 완벽한 현실로 재현될 수 없는 내적인 진실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리얼리즘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 편의 영화를 준비해 보았다.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1948)>과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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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은 이탈리아 전후 노동자 계층의 혹독한 삶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로, 네오리얼리즘(신사실주의) 시기의 대표작이다. 70년 전 작품인데도 극중 인물에 대한 내면 묘사가 매우 탁월하여 몰입도가 상당하다.

 

하층민들의 삶을 동정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품위를 의연하게 담아낸 것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흑백영화라 더욱 냉정하게 느껴지는 현실에도, '안토니오'와 '브루노' 부자의 진실된 사랑만큼은 따듯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작품에 전문 배우가 아닌 비전문 배우가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실제 빈곤한 삶을 겪는 길거리의 사람들을 배우로 활용하여, 비참한 감정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진실된 감정이 흑백 스크린 속에서도 생생하게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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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집이 없어 모텔에서 생활하는 꼬마 '무니'와 엄마 '헬리'의 빈곤한 삶을 담아낸다. 디즈니랜드가 보이는 풍경, 그리고 환상적인 영화의 색감과 달리, 이 모녀의 삶에 낭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비전문 배우가 활용되었다. '무니' 역을 맡은 '브루클린 프린스', '핼리' 역을 맡은 '브리아 비나이트' 는 날 것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사실적인 연기와 연출 - 건조할 정도로 관조적인 장면은 관객이 감히 감정이입조차 할 수 없도록 적나라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비사실적인 부분은 마지막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니의 해말간 동심이 마지막으로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당연하고도 답답한 현실 앞에서 무니는 하강하고, 아프게도 동시에 성장한다.

 

<자전거 도둑>과 <플로리다 프로젝트>, 두 작품이 개봉된 시대적 간격은 거의 70년에 달한다. 그 세월 동안 '리얼리즘'의 개념은 광범위하고도 세부적인 수정을 거쳐 왔다. 현재는 그 정의가 확대되어 '포스트 리얼리즘'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정도이다.

 

그러나 ‘리얼리즘’ 작품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바뀌지 않았다.

 

진실을 목격하라. 

 

그 표현이 사실적이건, 연극적이건, 어색하건 무엇도 상관없이. 표현 속에서 진실을 목격하라. 감상을 넘어서 진실을 직시하라. 당신의 삶 속의, 그리고 나아가 당신의 삶 밖의, 진실을 직시하라.

 

 

[한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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