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도서]

읽기의 길이가 사유의 길이다
글 입력 2020.11.05 01: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REVIEW ***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책과 눈이-입체표지.jpg


 

신출귀몰하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검색의 속도를 즐기다 정작 정말 중요한 지식이나 지혜의 창고에서 나만의 생각을 창조하는 농축된 시간의 밀도를 잃어버리고 있다.

 

- 프롤로그 中

 

 

책을 열자마자 이 문장을 보고 괜히 가슴이 뜨끔했다. 바로 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갖게 된 이후로 활자 텍스트에 몰입하기가 예전보다 힘들어졌다. 유용할 것 같은 기사도 길이가 좀 길다 싶으면 북마크에 보관해두고, 책보다는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영상들에 더 눈길이 간다.

 

중,고등학교 때 나는 꽤나 책 읽는 걸 좋아했다. 과목 중에도 문학을 제일 좋아했고, 재밌는 소설이라면 3-400 페이지에 달하는 책도 하루이틀만에 읽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새는 좀 다르다. 몇 페이지만 읽어도 휴대폰을 확인하게 되니 진득하게 한 자리에서 독서를 해본 적이 언제인가 싶다.

 

책을 요약해 설명해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하는 사회에서, 도서<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는 고독한 독서를 강조한다. SNS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온라인에 접속해 타인과의 관계를 확인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절당한 소외된 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저자는 고독은 적극적인 자아발견 시간이고, 고독한 사람은 책읽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다양한 도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 가지 주제에서도 굉장히 깊은 부분까지 탐구하는 생각들을 따라가다보니 저자의 엄청난 사유가 느껴졌다. 이 책의 1부는 정혜신 정신과 의사의 책 <당신이 옳다>를 다룬다.

 

저자는 정혜신 의사가 정의한 공감에 대해 '공감에 대한 정의에 이렇게 공감해본 적이 없다. 개념에 신념을 추가한 정의는 세상을 정의롭게 만든다.'로 덧붙인다. 개념에 신념을 추가했다니, 단순히 책의 텍스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넘어서 저자의 통찰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공감은 상처를 드러낼 수 있게 만들고 제대로 드러난 상처 위에서 녹아드는 연고다. 상처 위에 바로 스민다. 상처 부위를 덮고 있는 겉옷 위에 뿌리는 분무제가 아니라 옷을 젖히고 상처 난 바로 그 부위 맨살에 바르는 약이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는 완독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에 감탄하고, 인용된 텍스트를 곱씹어보고, 사유의 깊이가 깊은 문장에 푹 빠져 한 문장을 오래도록 반복하며 읽어야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읽던 책들보다 조금 어려운 책이었지만 글을 읽으며 저자가 말한 '고독'의 시간을 가진 듯해 뿌듯하기도 하다. 앞으로 좀 더 내가 고독한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에필로그에 저자의 말처럼 '기피'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깊이' 읽는 훈련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 우리는 왜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가? -
 

지은이 : 유영만

출판사 : 카모마일북스

분야
인문 > 독서/글쓰기

규격
140*210*16.3mm

쪽 수 : 348쪽

발행일
2020년 09월 25일

정가 : 16,000원

ISBN
978-89-98204-79-2 (03800)

 
**
 
저자 소개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책상에 글을 읽고 머리를 써서 연구하다 우주의 미세한 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는 이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념으로 신념을 쌓았지만 무력한 관념의 파편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시 책을 읽고 읽은 대로 실천하고, 실천하는 대로 몸이 말하는 책을 읽고 쓰기 시작했다. 책상머리에서 머리로 조립한 지식으로 지시하기보다 격전의 현장에서 몸으로 깨달은 체험적 지혜로 지휘하는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마주침으로 색다른 깨우침을 얻으며 삶으로 앎을 증명하고 몸에 밴 앎으로 어제와 다르게 살아보려고 오늘도 안간힘을 쓴다.
 
삶의 언저리에서 애쓰며 쓰는 글을 사랑한다. 새로운 지식을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잉태하고 출산하는 '지식산부인과의사'이자 자연 생태계에서 사람의 생각과 조직을 변화시키는 원리를 파헤치는 '지식생태학자'다. 즐거운 학습을 방해하는 각종 학습질환을 진단하고 처방해서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는 '학습건강전문의사'이기도 하다. 인간학습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가기 위해 종횡무진 오늘도 학문적 칸막이를 부수고 경계 넘나들기를 즐긴다.
 
유영만 교수는 지금까지 《독서의 발견》 《책 쓰기는 애쓰기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공부는 망치다》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곡선으로 승부하라》 《유영만의 청춘경영》 《브리꼴레르》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 《체인지體仁智》 등 저서와, 《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 《빙산이 녹고 있다고》 《핑!》 《에너지 버스》 등 역서를 포함해서 90여 권의 저역서를 출간했다.
 
 
[정선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