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디까지가 연극이고 어디까지가 연극이 아닌 걸까? -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

글 입력 2020.10.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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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디까지가 연극이고 어디까지가 연극이 아닌 걸까?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

 

 

"살아있는 인물. 진짜인 이곳.

살아 있는 관객. 지금 하는 연극.

나를 연기하는, 나는,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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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 관객들이 입장한다. 공연을 보러 관객들 중에 새롭게 받은 신작 대본에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여배우와 함께 온 연출가가 있다. 학교에서 연출가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과제로 봐야 한다며 이 공연 보러 툴툴거리며 온다.


곧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갑자기 공연장 로비 화장실에서 휴대폰 분실 사건이 일어난다. 휴대폰은 없어졌지만 가져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휴대폰 분실 사건으로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지만 이르지만 사건의 진실은 모른다.


극 중 극처럼 수많은 가면을 만들어 쓰던 마임이스트의 공연이 이어진다. 여러 가면을 쓰던 마임이스트는 가면을 쓴 얼굴이 자신의 얼굴인지 가면 안에 갇힌 얼굴이 자신의 얼굴인지 알 수 없다.


연극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 줄거리

 

 

이 공연이 시작된 시점은 언제부터일까? 내가 그 극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가면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다. 우선 극장에 도착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찾고, 누군가와 함께 보기로 했다면 극장 로비에서 만나고, 극장 오픈 시간을 기다리고, 그리고 공연 30분 전 또는 15분 전부터 공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어셔들이 티켓을 확인하고, 입장을 도와주고 앉을 자리를 찾아주는 것을 돕는다. 그리고 안내방송이 나오거나, 어셔, 또는 배우가 공연 전 안내를 관객에게 전한다. 곧 공연이 시작하니, 휴대폰을 꺼달라는 말, 다른 관객과의 대화는 삼가달라는 말, 최근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중이기에 한 마디 더, '저희 극장은 매일 공연 시작 전후로 방역을 시행하고 있습니다.'까지. 그렇게 공연 안내가 끝나면 암전이 시작되고 공연이 막을 올린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속에서 배우들을 만난다면,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들이 연극의 연출가에 의해 이미 계획되었다면? 이 공연이 시작된 시점은 언제부터일까? 내가 어셔를 연기하던 배우를 만난 시점부터? 티켓을 찾을 때부터? 아니면 내가 극장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을 때부터? 본 공연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디까지가 연극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나는 나로 살아가는지, 아니면 누군가를 연기하는 나인지, 계속 그 지점을 꿰뚫는다. 극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는 이미 이 공연의 한 부분이 된 것이 아닐까.


본 공연의 메인 무대는 공연 시작 전, 공연 로비이며 공연은 극 안에 또 극이 있고, 그 안에 또 극이 있는 구조다. 여배우가 설명하는 대본 속, 그리고 그 대본 속에 등장하는 극이 이 공연이 꽤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이렇듯 묘하게 연극과 연극이 아닌 것 사이에 둔 구성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지는 무대 위 사건들은 나열되며 계속 이야기한다. 무엇이 진짜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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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속 진실을 질문하는 사람들 사이에 가장 인상적인 파트는 바로 마임이스트의 공연이었다. 계속 가면을 써 표정을 바꾸던 마임이스트는 웃는 표정에 갇혀 버린다. 그리고서는 계속 그 가면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일종의 충격을 받았다. 마임이라는 장르를 처음 본 것이기도 했지만, 이 연극 속 저 마임이라는 공연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현실과 비현실을 말하는 연극 속에 표정을 감추는 마임은 본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말을 바로 전달해 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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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영화, 똑같은 이야기의 새로운 구성


이번 공연의 문화 초대에 응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영화였다. 똑같은 이야기를 다른 매체에서 표현한다는 그 설정이 신선했다. 이를 인터미션을 두고 같이 공연하고 상연한다는 방식 역시 흥미로웠다. 연극과 영화가 서로 원작이 되는 경우가 있었어도 함께 선보이는 경우를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한 이번 공연은 연극은 연극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각자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연극은 현장의 예술, 공연을 하고 나면 그 해당 공연은 사라진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 가장 최선의 모습을 담아 영원히 남게 된다. 연극으로 보았을 때, 전달되는 내용과 영화로 보았을 때, 전달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른 부분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같은 이야기지만 담은 예술 장르가 달라 생겨나는 차이들이 매력적이었다.


그렇지만 그날따라 더 좋게 느껴졌던 것은 연극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오랜만에 찾은 극장에서 현장의 예술인 연극이 좀 더 그리웠던 탓이었을지 모른다.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과 이 순간이 마지막인 연극을 함께 하는 것은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경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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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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