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미술품 감정

글 입력 2020.10.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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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을 사고팔기에 앞서 제일 중요한 건 그 작품의 진위여부를 알아보는 것과 가격을 매기는일 일 것이다. 이것을 미술품 감정이라고 하며 한국에서 미술품 감정은 ‘진품명품’이라는 한국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도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고귀하고 희귀한 작품들을 위주로 진위여부와 감정가를 제시하지만 사실 감정을 의뢰하는 대다수의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소유한 작품의 세금을 내거나 보험을 들기 위해서 감정사를 찾는다. 그리고 또 다른 흔한 경우로는 감정사들끼리 우슷갯소리로  "The four D's": death, disaster, debt, and divorce (사망, 재해, 빚, 이혼)가 있다고 한다. 누군가가 죽거나 이혼했을 때 그의 재산을 돈으로 환산하여 나누기 위해 또는 재산이 압류되었거나 미술품이 손상되었을 때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가 대대손손 물려받은 집안의 가품의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보다 당연 많기 때문이다.


진품명품에서의 전문가들은 마치 의뢰된 작품을 한번 쓱 살피고는 그 작품의 진위여부를 알아내고 가격을 매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작품을 감정을 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의 리서치와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미술 감정에 있어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것은 바로 작품의 내력/소장 경로 (provenance)이다. 바람직한 소장 경로는 그 출처가 분명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로 넘어갔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미술 감정사는 이것을 바탕으로 예전 전시 기록, 경매나 판매 기록, 전자도록 (catalogue raisonne)을 모두 찾아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진위여부를 판단하고 근래의 미술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같은 작가의 작품들을 비교하여 감정가를 매기게 된다. 물론 작품의 상태와 전시 내력 등 더 고려되는 부분들이 있다.


소장 경로는 제각각의 형태로 기록이 되어있는데 현대 작품에 가장 흔한 형식은 정품 인증서이고 갤러리 영수증 또한 인증서로써의 가치를 어느 정도 허용받고 있다. 오래된 작품들의 경우는 감정서, 캔버스에 붙어 있는 전시 스티커, 전문가들의 소견이 담긴 문서 등 모든 자료들이 소장 경로의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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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클레의 한 작품 뒷면 (사진출처: Staatliche Museen zu Berlin)

 

 

위는 유명한 독일계 미술가이며 명성 높은 바우하우스의 교수였던 파울 클레의 한 작품의 뒷면 사진이다. 미술관엔 작품들이 항상 벽에 걸려 있기 때문에 캔버스의 뒷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생소할 수도 있는데, 서양에서는 미술품이 거래가 될 때 뒷면에 스티커나 글씨로 기록을 했다. 이 작품의 눈에 띄는 내력으로는 1956년 베른 시립 미술관 소장, 뉴욕 현대 미술관 대출 대여, 독일의 Flechtheim 갤러리에서 팔린 기록 등이 있다. 오래된 작품일수록 활자보단 손글씨로 기록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식별이 힘든 경우가 많아 감정사들이 애를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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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 시대 캘리그래퍼 임인발의  5명의 취한 왕들을 묘사한 작품 (사진출처: Chinadaily)

 

 

고대 아시아 컬랙터들도 소장 경로를 아주 중요시 여긴 듯하다. 작품이 거래될 때마다 자신의 지장을 찍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림 앞면에 지장을 찍었다는 것이다. 어떤 작품들은 그림 면적보다 지장이 찍힌 면적이 더 큰 경우도 있다. 이전글에 언급했듯이 같은 화가의 비슷한 작품일지라도 어떤 컬랙터가 소유했었는지 어느 전시에 몇 번 걸렸는지에 따라서 작품의 가치가 달라지며 아마 고대 아시아에서도 현재와 같이 더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일수록 더 높게 사고 유명한 컬랙터가 소장했던 작품이라면 더욱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미술품 감정의 세계는 파고들수록 더 흥미롭지만 어렵기도 하다. 책으로만 공부해서는 절대로 좋은 감정사가 되기 힘들고, 최대한 많은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냄새도 맡고 촉감을 느껴보는 것과, 미술의 역사, 리서치 기술, 현재 시장의 흐름 모두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 작품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고 가격을 매기는 일은, 심리를 통하여 내리는 소송의 판결이 판사마다 다르듯, 모호하며 한계가 있다.

 

 

[이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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