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짧게 잘 쓰는 법 [도서]

문장의 첫 걸음마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글 입력 2020.10.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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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글'이란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자에게 '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인지 묻고싶다.

 

내게 있어 글이란, 가깝지만 낯설고, 늘 곁에 있음에도 언제나 친해지고 싶은 존재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나 참 많은 글을 적어오며 지냈다. 어린 시절 꼬깃꼬깃 적어오던 일기장과 독서록은 성장과 함께 자연스레 누군가에겐 논문으로, 레포트로, 그런 어떤 형태와 형식을 갖춘 글들로 변모해왔을 것이다. 내게 있어선 이 아트인사이트라는 공개적인 플랫폼에서 정기적으로 글을 적는 경험이 그랬다. 스스로 생각을 문장으로 적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라 여기던 사람인데도, 내가 적은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다 생각하니 한 단어를 적는 것도 어려워지는 경험을 했다.

 

그 당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모두에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글을 습관처럼 쓰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전문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우리 모두는 글에 대한 각자의 기억과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는 한 문장을 더 나답게 적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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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잘 쓰는 법


 

<짧게 잘 쓰는 법>은 문장을 다듬고,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모두에게 제목부터 강한 인상을 준다. 길고 전문적인 글을 쓰는 가이드도 아니고, '짧게'. 그리고 '잘' 쓸 수 있다니. 그런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한 제목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첫 걸음을 다루는 책'이라는 언급을 한다. 이 의미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각자가 언어에 대해 이해한 생각과 인식의 폭에 따라 그 골격은 달라진다는 말을 남긴다. 글에 있어 특별한 법칙은 없으며, 실험만이 있을 뿐이기에 일반적인 통념에 따라 글을 쓰기보다 자신이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와 독서, 언어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자신다운 멋진 글을 쓰는 비결이라고 한다.

 

 
이 책은 여러분의 마음과 글쓰기를 명료하게 할 출발점들로 가득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은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쓰는 방식'이나 '사람들이 쓰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방식'을 말이지요. 이제 출발점에 섰습니다. 여러분은 아마도 자신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잘 모를 것입니다. 이 책이 여러분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짧은 문장부터 써내리는 법으로 시작해, 산문과 같은 긴 글, 실전문제를 다루는 식의 순차적인 목차를 다루고 있다. 사실 '방법'을 알려줄 것 같은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방법'이란 없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핵심이다. 누군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아가고, 자신만의 글에 대한 신념과 애정, 방법론을 다듬어가는 것이 나다운 좋은 글을 발굴해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의견에 꽤 동의한다.

 

글이란 것은 곧 즉각적인 언어이기에, 시각언어인 예술이나 청각언어인 음악과는 다르게 사람의 손길과 감성이 그 어떤 예술분야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글을 쓴 사람의 생각,가치관,살아온 환경 등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것이 글이며 '문자 언어'에 기반하고 있기에, 글이란 것은 다른 예술분야보다도 더 배우기가 까다롭고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저자가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글을 '잘 쓰는 법'이라기보단 자기 자신의 글과 '잘 소통하는 법'에 대한 것이 아닐까. 저자는 글 전반에서 어려운 말을 하지 않는다. 가정과 비유를 거듭하며 글이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 언어들과 단어들 사이에서 무엇을 느낄 때 글을 적어가는 것이 편해지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준다.

 

 

여러분의 의도는 문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전달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문장에는 제각각 동기와 소임이 있습니다. ...(중략) 이 법칙들은 여러분의 의도에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법칙들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말이죠.


- 본문 '글쓰기에 관한 짧은 문장들'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고도 낯설었던 점은, 흔히 읽어오던 '~하는 법'의 책들과는 달리 본문 자체에 여백이 무척 많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저자가 단순히 정보전달을 하기위해 페이지를 꽉 채우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읽는 사람에게 여지를 많이 남기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읽는 것에 굉장한 호흡이 들어가는 책이었다.

 

'언젠가는 그 울림의 원인을 알게될 날이 올 것입니다.'라는 식의, 굉장한 추상적인 표현들이 즐비하다. 글에 대한 조언이 아닌 삶에 대한 조언을 구할때나 들을 법한 이야기들 같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그만큼 글이란 것이 단순히 언어를 나타내는 도구적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닮은 자아 표현의 하나이자, 그 자체로 목적을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나 호흡처럼 내면에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일어나는 말하기와는 달리, 글쓰기는 항상 개별적이며 팔길이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손가락 끝으로 단어를 생산하는 도구를 다루는 감각입니다. 글쓰기는 심리적으로도 독립되어 있습니다.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감각이며, 쓰는 도중에 이 감각을 자각하지요. 만약 말하는 도중에 이런 자각을 경험한다면 생각의 이동이 가로막힐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여전히 이 책이 낯설고 어렵고, 글이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어떤 이론적 문제를 풀거나 기술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식의 접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나도 언젠간 나만의 문장, 나만의 글의 색과 호흡을 가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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