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하루아침에 셀럽이 되다니 - 페뷸러스 [영화]

경쾌하고 따뜻하고 정겨운 페미니즘 영화
글 입력 2020.10.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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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거의 믿을 수 없는  ② 굉장히 좋은  ③ 거짓말 같은

 

영화 <페뷸러스>는 제목처럼 거짓말 같이 황홀한, 아니 사실은 정말 거짓말일지도 모르는 SNS 속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대학 졸업장보다도 SNS 팔로워 수가 더 큰 메리트가 된 21세기에서 매거진 ‘톱’에 들어가고 싶은 평범한 취준생 ‘로리’는 우연히 80만 팔로워를 지닌 뷰티 인플루언서 ‘클라라’와 친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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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장보다도 SNS 팔로워 수가

더 큰 메리트가 된 21세기.

누구나 한 번쯤은 셀럽이 되고 싶은 열망을 가진다.

 

 

사실 로리는 클라라를 직접 만나기 전까진 그녀의 룸메이트 ‘엘리’와 함께 클라라의 포스터에 ‘성상품화 반대’와 같은 스티커를 붙일 정도로 그녀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거진 ‘톱’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위해 2만 명의 팔로워가 필요한 ‘로리’에게 클라라와의 친분은 한 줄기 빛과도 같이 느껴진다.

 

심지어 클라라와 친해질수록 선입견은 부서지게 되고 실제로 클라라의 불안함과 사랑스러움에 매료되기도 한다. 마침내 클라라와 BF(Best Friend)가 된 로리는 클라라와 방송을 함께 하며 점차 꿈꾸던 셀럽의 길을 걷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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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속과 밖의 삶

 

-프레임 속의 삶: 로리가 처음 맛본 인스타그램 네모 화면 속 셀럽의 삶은 달콤했다. 프레임. 작품이 담기는 액자의 의미를 가진 frame의 의미처럼, 화면 속에서 로리는 자신이 마치 근사한 작품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토록 탐나던 협찬도 받고 엄마가 맘에 들어하던 남자 배우와 만나기도 하고 심지어 클라라를 제치며 원하던 ‘탑’ 매거진 속의 모델 겸 에디터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로리는 네모 화면 속 작품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얼마 있지도 않은 뱃살을 포토샵으로 집어넣고 원치 않는 시술을 하고 자신의 삶을 숨기는 등 남들 눈에 ‘보기 좋은’ 작품이 되려고 불안정해 보였던 클라라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을 깎아 넣게 된다.

 

-프레임 밖의 삶: 사실 프레임 밖의 삶은 프레임 속처럼 그렇게 근사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신념으로 쓰려고 했던 글들은 죄다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컷 당하게 되고 오해가 쌓여 클라라와의 우정에도 금이 가며 갑작스레 인기 남배우와 사귀게 되는 바람에 진짜로 사랑하던 남자와는 끝나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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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로리와 클라라를 보며 나는 최근 하늘로 가고만 수많은 여성 스타들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닌 모습을 전시하며 사랑받는 일에 중독되고 프레임 속과 밖의 삶의 괴리로 괴로워하며 자신의 미와 인기가 사그라지면 모두가 자신을 떠나버릴 것만 같다는 불안감과 외로움에 잠식당하는 모습이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세 가지 얼굴의 페미니스트 그리고 연대

 

영화는 얼핏 SNS 속 인기인의 삶에 대해서만 그리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세 명의 페미니스트의 삶을 그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었다. 세 명의 주인공들은 각각 몸과 머리와 가슴으로 페미니즘 정신을 실현시키려 노력한다.

 

*행동대장 엘리: 로리의 시니컬한 페미니스트 룸메이트 엘리는 프레임 속에 자신의 삶을 끼워 맞추느라 프레임 밖의 삶을 신경 쓰지 않는 로리가 영 탐탁지 않다. 인조입술과 남자친구를 전시해 돈을 벌며 수많은 소녀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클라라도 마찬가지다.

 

엘리는 페미니즘의 정신을 몸으로 직접 표현한다. 당당하게 겨드랑이 털을 기르고 페미니스트 모임의 진행자를 맡으며 갖은 화장품 광고에 성 상품화를 반대한다는 스티커를 붙이러 다니는 등 온몸으로 부딪히는 엘리.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은 어려워, 로리: 사실 로리는 엘리와 함께 생활하며 페미니즘 운동의 선두에 설 정도로 이론적으로는 누구보다 빠삭한 인물이다. 그러나 현실의 유혹 앞에서는 정신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갈팡질팡하는 로리의 모습은 인간적이고 현실적이어서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이성(理性)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순수한 이상을 기사로 쓰려는 로리의 모습은 그녀가 정신으로 만큼은 페미니즘을 실현시키려 노력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한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클라라: 자신이 수많은 소녀 팬들의 자존감 지킴이라고 생각해오던 클라라가 로리와 엘리를 만나 감명을 받으며, 자신이 의도치 않게 선두에 서서 성 상품화를 독려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고 그것에서 벗어나 진짜 자유를 심어주려 애쓰는 모습은 어쩌면 세 주인공 중에 클라라가 가장 용감하고 따뜻한 여성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인기를 포기하면서까지 가슴으로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엘리가 몸으로 또 로리가 머리로 페미니즘을 실천한다면 클라라는 이성적으로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마음 속 깊이 느끼는 대로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캐릭터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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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왼쪽부터 차례대로 엘리, 로리, 클라라 

 

 

이 영화가 가장 좋았던 이유는 이렇게나 다른 세 여자가 갈라서거나 본인의 방식만을 고수하며 외롭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으로 연대한다는 것이었다.

 

sns 속 삶의 모습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풀어낸 경쾌하고 따뜻하고 정겨운 영화였다. 더욱 자세한 그녀들의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는 다가오는 11월 5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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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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