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NS, 그리고 예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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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예술이 사람들의 고통이나 슬픔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예술을 무엇을 위한 것인가."
아이 웨이웨이,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그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예술가, 시인, 건축가, 미술감독, 영화감독, 도시 설계자, 정치적 난민, 그리고 반체제 사회 운동가까지. 현대미술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예술가이자 저항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그를 칭할 수 있는 정체성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그는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59.3만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웨이웨이는 다양한 매체, 특히 sns의 파급력을 이용하여 중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인권을 위해 싸워왔다. 남다른 풍채와 호방한 기질, SNS의 영향력을 백분 이해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 예술로 승화시키는 거침없는 행보. 웨이웨이를 보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보하는 장군의 기상이 느껴진다.
똑바로
<똑바로> 아이 웨이웨이, 2008-2012
2008년 5월 12일, 중국 쓰촨 성엔 8도 강도의 지진이 강타해 6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지진은 분명 자연 재해지만, 우리를 분노케 한건 희생자 대부분이 지진 당시 부실공사로 지어진 학교(일명 두부 건물)에 있던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대응은 어떠했나? 중국은 희생자 명단을 은폐했다.
아이 웨이웨이는 사고 10일 후, 온라인으로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시민조사단을 구성한다. 그의 뜻에 동참한 온라인 자원봉사자들은 희생자 명단을 수집했다. 2009년 4월, 웨이웨이는 희생자 5126명의 이름을 모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하고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실공사 실태를 조사해 예술로 표현했다.
<똑바로>는 쓰촨 성 대지진 현장에서 땅에 널브러진 철근을 개인적으로 수집하고 인부들을 고용해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 똑바로 핀 다음, 지진으로 출렁였던 대지처럼 전시장에 쌓아둔 작품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예상할 만하다. 블로그는 폐쇄되었고 웨이웨이는 수차례의 불법 감금, 협박, 폭행 등의 수난을 겪게 된다.
폭력적인 중국의 대응에도 웨이웨이는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2010년, 'REMEBRANCE'에서 희생 학생들의 이름을 낭송하는 오디오를 추가해 발표했는데, 이름을 다 부르는 데만 3시간 41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3시간 41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되풀이 되어선 안될 희생을 기억했다. 그의 정신은 멈추지 않았는데, 2020년 10월 7일 금일 기준,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엔 2008 쓰촨 성 지진을 기리는 아트웍을 엮은 영상작업물이 IGTV로 포스팅되어 올라와있다.
웨이웨이 캠
<웨이웨이캠> 아이 웨이웨이, 2012-2013
웨이웨이는 중국 공안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일상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거나 여러 대의 CCTV를 통해 담긴 모습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바 있다. 이 작업에서 그는 상황의 연기자로서 스스로를 대상화시키는 동시에 행위의 주체가 되어 판옵티콘의 시선 구도를 역전해 보였다. 중국 정부의 폭력적 감시 형태를 이용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의 예술적 행보는 대담하면서도 꽤나 전략적이다.
<웨이웨이캠> 작업은 베이징 공항에서 세금 탈루 명목으로 중국 공안에게 여권을 압수당한 후, 출국 금지 1년을 기념하는 날로부터 강제 차단되기까지의 46시간 동안의 일상을 자신을 둘러싼 웹캠을 통해 24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한 것이다. 이는 영상의 공유 방식이나 내용에 위법 요소가 없었음에도 셧다운 조치되었는데, 중국 당국이 스스로 공안 시스템의 부조리를 인정하게 만든 셈이다.
우리는 이 사이트가 52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명의 예술가와 520만의 관중. 웨이웨이는 온라인을 무대로 했을 때만 발생할 수 있는 규모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의 관중이 특정 개인의 사생활을 염탐하는, 스펙터클 문화와 관음적인 시선을 작업 안으로 들여왔고 이내 그 장을 '현실 자각의 장'으로 만들어놓았다.
"예술에 대한 나의 정의는 항상 똑같았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 새로운 의사소통의 방법에 관한 것이다. 박물관에 전시하거나 벽에 거는 일은 결코 아니다. 예술은 국민의 중심에서 살아야 한다."
#Safepassage
#safepassage (안전통행권), 아이 웨이웨이, 2016
그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관객을 작업에 개입하도록 하고 진정한 의미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전시장의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저해상도의 사진은 작가가 지중해 해안을 따라 형성된 임시 난민촌에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만난 난민 가족, 자원봉사자, 인권운동가, 정치인, 문화계 인사들과 찍은 인증사진이다.
전시된 사진의 형태는 스마트폰 사진 폴더 보관 형태 그대로 나와있는 모습으로, 날것 같이 생생한 인증샷이라는 개념을 드러낸다. 여기에 #해시태그로 이어진 팔로워들의 댓글과 자화상까지 더해지면서 사람들이 셀카를 찍는 행위가 국경과 계층, 온오프라인을 초월해 현실 변화의 이상을 추구하는 연대기적 내러티브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제이션
<코로나제이션>, 아이 웨이웨이, 2020
행동하는 현대미술가 웨이웨이가 가장 처음 봉쇄 조치를 겪은 중국 우한시에 대해 움직이지 않았을 리가 없다. 텅 빈 거리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 신호음만이 울리는 적막하고 긴박한 분위기. 웨이웨이가 봉쇄된 우한 시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코로나제이션>이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가장 먼저 시작된 우한 시의 상황을 중국 정부의 통제 행태에 초점을 맞추어 바라본다. 이번 영화도 중국의 눈을 피해 베를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원격으로 감독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한 시의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중국이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잔인할 만큼 효율적이고 군국적인 대응방식을 취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팬데믹 사태에 대한 환자와 가족들의 생각을 인터뷰하고, 국가가 그들의 자유를 냉담하게 저버리는 것에 대한 분노와 혼란을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코로나제이션>은 중국의 사회의 모든 면을 통제하려는 잔인한 결의를 고발하고 개인이 국가저 상황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담아내면서, 재난 상황에서 흐려졌던 각 개인의 삶을 조명한다. 우한 폐쇄의 인상적인 규모와 속도는 실존적인 질문에 직면하도록 한다. 문명은 인류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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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웨이웨이의 저항적, 체제 비판적 작업은 단숨에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중국 정부의 폭력적인 감시와 협박이 뒤따랐다. 공안들이 작업실에 쳐들어와 그를 압박해올 때도, 그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블로그가 없어진다면 나에게는 트위터가 있다!"라고 외친 그는 곧바로 중국 정부의 폭력적 감시 행태를 sns에 공유했고, 이런 식의 과감한 행동주의적 경향과 이에 따른 중국의 대처는 오히려 더 큰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품은 관객을 생생한 현장의 목격자 위치로, 그리고 그 이상의 위치로 끌어다 놓음으로써 관객을 행동하게 유도하고, 예술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역할하는 길을 만들어나간다.
지진 피해에서 부실공사를 규명하는 작업, 중국의 폭력적인 감시 체계를 고발하는 작업, #해시태그로 이어지는 연대의 물결, 그리고 현장의 시민들이 촬영을 맡은 <코로나제이션>까지. 지금까지 함께 살펴본 작업들은 그가 단독으로 이뤄낸 게 아니다. 그곳엔 사람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진 않아도 온-택트로 이어진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 그건 분명 시지각적 관여를 넘어서는 관객의 개입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예술에서의 관객 참여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잠시 품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원을 공유하고, 탄탄한 네트워킹을 통해 체계적으로 예술의 의미를 구현해나가는 아이 웨이웨이의 작업에서 반짝이는 실마리를 발견한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 가면 <낯선 전쟁>전에서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휴관해야 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이지 9월 29일(화)부터 재개관했다. 11월 08일까지 진행될 <낯선 전쟁>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난민과 인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아이 웨이웨이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으니, 그의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그리고 <낯선 전쟁> 전에서 오프라인으로, 웨이웨이가 개척해온 행동의 예술을 만나보길 바란다.
참고
동시대 예술 형식의 상호성과 공유 가능성
니콜라 부리오의 포스트프로덕션 개념을 중심으로,
백영주, 2018
[송민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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