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엔딩 크레딧 [도서]

글 입력 2020.10.0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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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관극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웹툰을 모두 정주행하고 그와 관련된 리뷰를 썼다. 하지만 워낙에 인상깊고 간직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번 단행본도 향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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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으로 마주하게 된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웹툰을 보면서 느낀 점은 까마중 작가가 찬란과 공통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찬란이는 경제적으로 힘겹고 정신적으로 체념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동시에 혼자 생각하는 기간이 많아서 남다른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 때문에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기도 하였다.

 

작가는 작품의 한 구절 구절을 쓸때 무심코 던지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수정 끝에 쓰는 것이지만, 자신의 경험을 녹아 내어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달해 주는 것은 찬란과 같다고 생각이 되었다. 작품이 시작하기 전 까마중 작가의 정보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나 자신부터 바로 들여다보고 세상을 바로 보게 되어 인간의 악과 선을 모두 깊게 다루는 작가가 되고 싶다.

 

-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단행본의 작가 정보란

 

 

나는 작가 정보란의 말을 까마중 작가가 굉장히 잘 실천한다고 본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을 때, 나는 그전과는 다른 지금 상황의 나를 염두에 두며 또다시 위로받고 있었다.

 

필자의 지금 상황을 언급한다면, 개강한지 벌써 5주가 지났다. 그리고 나는 굉장히 강도가 높은 전공에서 쏟아부은 만큼 결과물들이 나오지 않아 엄청난 자괴감에 빠졌다.

 

이번 학기를 기점으로 디자인을 할지 안 할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 여길 정도로 지금 거치는 과정들이 고통스럽다. 따라서 이번 리뷰만큼은 마음을 편히 먹고, 작품의 정보 전달이나 줄거리를 생략한 후에 내가 온전히 이 상황에서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한다.

 

 

가끔 어떤 문제는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따르는 게 좋잖아요. ‘해야 하는지 아닌지’ 말고 ‘하고 싶은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 권 유

 

 

찬란이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모른다. 철학과도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 지원하였고, 자기 자신을 알 새도 없이 경제적인 문제에 허덕이며 굉장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과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하고 있는가? 나도 찬란이와 같이 ‘해야 하는 일’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1학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전공을 선택한 후 그 전공에 맞게 나 자신을 끼워 맞춰 왔다. 2학년이 되어 전공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였을 때는 내가 재능이 없고 이 분야의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3학년 때는 그런 것들이 더 뚜렷해져 계속해서 근본적으로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에 대한, 그리고 무엇에 가슴 설레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취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취업 직전의 과정인 대학교 과정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등 떠밀리듯이 3학년 2학기의 밀도 높은 전공들을 듣기 시작하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버거웠고 즐겁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휴학 내내 한 고민을 번복하라고 하면 그것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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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과제를 고통스럽게 하는 책상...


 

아주 오래전부터 ‘뭔가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왔으니까. 해야 하는 걸 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름대로 안도하면서 살아왔는데 그 사이에 하고 싶은 게 뭔지 잊어버린 걸 지도...

 

- 이찬란

 

 

맞다. ‘해야 하는 일’들은 굉장히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다. 지금만 해도 내 책상에는 체크리스트들이 올려져 있다. 그곳에는 과제, 마감기한, 겹쳐 있는 대외활동 등이 어지러이 써져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내가 진짜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글은 흔적도 없다. 이것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학기 중이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벅차니까라는 이유를 들으면서 써 내려가지 않을 것이 뻔하다.


 

당장 힘들어도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 판단한 부분을 인정하고 투자한 것들을 아까워하지 않고 ‘잊는 것’. 그게 최선이야. 매몰 비용을 포기하는 게 손실만은 아니야. 앞으로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잡히잖아. 당장은 힘들어도 앞으로 더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어.

 

- 최시온

 

 

최근에 같이 대외 활동을 하게 된, 너무 오랜만인 동기 친구의 말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예술학과를 복수전공한다는 정보를 제외하고는 정확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던 친구였다. 하지만 이 복수 전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많은 것을 얘기하고 있어서,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물어봤다.

 

그녀는 디지털로 빠르게 작업을 하여야 하는 디자인이 맞지 않아 이번 학기부터 주전공을 내려놓고 예술학과라는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전공을 택한 것이었다. 친구는 아직 시작이어서, 그리고 내내 해 온 것이 실기였기 때문에 두려웠지만 그 동시에 매우 후련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어쩌면 가장 용기 있고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감탄하였었다. 내가 앞으로 이 친구와 같은, 나의 가슴을 쫓는 선택을 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실제 이런 선택을 한 친구를 보니 큰 힘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찬란이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나 자신의 이야기에 투사하여 책을 읽었기 때문에 리뷰가 정말 제멋대로이다. 하지만 뭐가 됐든 웹툰을 읽고, 사유하고, 리뷰를 쓰며 생각 정리를 차근차근히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껏 지쳐있는 나 자신,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너무 급하게 가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 웹툰과 연극의 감동을 고스란히 책에 담다 -


지은이 : 까마중

출판사 : 넥서스

분야
웹툰/카툰에세이

규격
153*215

쪽 수
1권 192쪽
2권 260쪽
3권 248쪽

발행일
2020년 08월 10일

정가
1권 12,000원
2권 14,000원
3권 14,000원

ISBN
979-11-9092-717-8
 
 
 

노지우 태그.jpg


 

[노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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