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밥벌이로서 예술의 미래 - 예술이 밥 먹여 준다면 [도서]

글 입력 2020.10.0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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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밥벌이로서 예술의 과거와 현재 - 예술이 밥 먹여 준다면 [도서]에서 <예술이 밥 먹여 준다면>의 전반부를 살펴 보았다. 어떻게 해서 현재의 한국 예술경영이,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았고 이제 어떻게 해서 예술이 나아가야하는지 작가가 전하는 후반부에 들어섰다. 다소 암울 하고 막막한 이야기들로 나를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점점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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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본과 문화권력


 

- 공연기획자는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예술경영 관련 학부에서는 공연예술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광고홍보학과에서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의 개론서 수준으로 이 특이한 공연예술시장을 이해시키는 현재의 모습은 잘못되었다. 기존 관객과 새로운 관객의 심리는 통계수치로 추상화될 수 없는 만큼 복잡하고 변화가 빠르다. 그들의 시선과 수요를 누구보다 재빨리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 바닥의 신뢰 또는 의리

 

 

방송국에선 PD나 제작국장이 권력이고, 공연계에선 베테랑 작가 및 연출가를 중심으로 한 인맥이 있다. 이런 문화가 정착하면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하고, 사회적 변화에 따른 시스템의 혁신도 미뤄질 수 밖에 없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예술적 성취가 없음에도 인간관계로 특정 인사에게 몫이 돌아간다면 더 뛰어난 젊은 예술인들은 도전할 기회조차 잃어버린다. p.153

 


이는 현실을 정확히 꼽는 구절이라고 느낀다. 검증된 연출가가 계속해서 공연을 올리고 그와 함께 작업했던 어느정도 지지층이 있고 영향력 있는 검증된 배우와 계속해서 작업을 한다. 누구도 보증되지 않은 원석의 배우를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극장이든, 중소극장이든 고인물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이를 깨기란 더욱 어렵다. 어떤 제작사의 공무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이런 관습이 진행된 것 같다. 이러한 폐쇄적인 이너서클의 장점도 있지만 폐해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 자본은 왜 ‘문화마케팅’에 열광하는가 : 대기업들의 문화예술 공공 지원, 대형 공연장의 건립. 사회적으로 규정되는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이 문화마케팅이 계속되는 건 불분명한 수익구조의 공연 제작사에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공연기획사들도 더는 대기업의 이미지 형성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 노리개 역할을 넘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 제품을 팔 것인가, 문화를 팔 것인가 : 공연콘텐츠라는 문화가 시장으로 들어오면 곧 공급자와 소비자로 역할이 바뀌며 제품이 된다. 작가는 먼저 이 문화를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파해 익숙해지도록 하고 그 소통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메시지를 통해 전략적으로 제품을 파는 마케팅을 하라고 전한다.


- 문화권력, SNS Code : 젊은 층들은 문화적 가치와 자신의 만족에 집중한다.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그들은 SNS의 높은 좋아요 수를 받는 문화콘텐츠 향유와 여기에서 오는 내적 만족감으로 문화를 소비한다. 이를 예리하게 타켓팅하는 것이 공연기획사가 해야할 일이다.


- 표적집단과 빅데이터

 

 

프로듀서로서, 마케터로서 공연예술과 관련한 효과적인 고객 관리, 홍보 업무를 지향한다면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관련한 실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원리에 대해 미리 익혀 두는 것이 핵심적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177

 

 

점점 시장이 형성되고 여러 데이터들이 쌓여가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를 분석해 미래를 그려보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4 공연예술시장의 마중물


 

- 디지털 혁명과 공연예술의 변화 : 디지털로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공연예술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에 걸 맞춰 여러 작품에선 액션카메라를 통해 주인공의 시선을 보여주고, 배경을 모두 LED 판으로 구성해 센세이션한 공간 구성을 보여주고, 여러 과학기술이 응용된다. 또한 서사와 캐릭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즘, 이에 맞춰 공연예술도 변화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관객이 생각할 수 있게끔, 사유할 수 있게끔 만드는 콘텐츠와 그 뒤에 있는 보편적 가치관의 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나도 다양한 작품을 보았지만 겉은 화려해도 그 속의 내용이 부실하거나 등장인물들의 관계도가 명확하지 않고 행동의 근원을 모르겠는 공연들도 제법 있고 그들이 흥행에 성공하기도 하는 걸 보면서 이해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이제 더는 그런 공연은 관객의 환호를 받을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음을 느낀다.

 

- 미디어가 만든 서사와 캐릭터

 

 
캐릭터는 서사성을 띠고 서사는 디지털 혁명 위에서 새로운 출로를 얻는다. 과거 조각과 회화, 건축과 같이 숭상받던 전형적 이미지는 현대에 들어 텍스트가 되고, 텍스트를 얹은 이미지가 새로운 예술이 되는 시대다. p.194
 

 

작가는 여러 외국 사례와 BTS의 성공 요인을 짚으며 그들이 담은 메시지가 결국엔 인류 모두가 공감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성공했음을 말한다. 


 
뮤지컬은 판타지여야 하고, 영화에는 흥행 법칙이 있고, 대학로에서 팔리는 연극은 이런 것이라는 관념은 미래에 더 빨리 해체될 것이다. p.197
 

 

여러 법칙들이 깨지고 있다. 서구에서 온 개념들이 자리잡았던 공연예술시장이 한국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법칙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으며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가는 공연기획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이미 옛것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 경험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 우린 왜 미친 듯이 노는가 : 한국인들의 흥은 독보적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하지만 문화 내수 시장은 작다. 예를 들어 한국의 소설가는 초판 1천 부를 찍을 때, 일본은 5천 부, 미국은 5만 부를 기본으로 찍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공연은 지방까지 순회를 하며 수익을 내고자 하지만 미국에선 주에서도 충분히 공연하며 먹고 살 수 있다. 이 파이가 작은 것을 제약이 아닌 기회 삼아 수준을 글로벌 표준 이상으로 올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경험은 이미 K-POP,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도 증명되었다. 이에 뮤지컬, 연극 공연도 동참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 혁명과 4차 산업혁명은 지금의 고비용 구조를 떨어뜨릴 것이고, 시장 또한 미디어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시킬 가능성을 준다. 또한 무엇보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주제의식이 날이 갈수록 더 잘 먹히는 추세다. p.203

 


- 한국 청년과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 한국 예술경영인이야말로 개척하는 기업인 정신, 앙트레프레너십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미래의 예술경영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더욱 많아져야 하며 글로벌 제작 시스템을 빨리 익혀 새로운 형태의 공연예술의 흐름을 만들고 한류의 파도로 이어졌으면 한다.

 

 

내수시장으로는 먹고살기 불가능한 한국에서 문화산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예술기획자가 또 하나의 앙트레프레너가 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극적 의미로는 자신의 세상을 위한 혁신이 한국 예술문화계의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p.209

 

 


총평



이 책은 한국의 공연예술시장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현시점 분석, 그리고 내일을 향한 제안을 담았다. 공공자본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는 공연예술이 변화하려면 프로듀서의 역할, 공연기획자의 역할, 마케터의 역할, 즉 종합적인 예술경영인의 핵심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문화예술시장에 대해 분석한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짚는 굉장히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음에도 지금까지 예술산업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흥과 뛰어난 한국 예술작품의 질이라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등 여러 부문에서, 분야에서 성공적인 흥행과 기록을 세우고 있는 한국에서 성공적인 뮤지컬과 성공적인 연극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 <어쩌다 해피엔딩>이 수출되어 외국에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은데 이처럼 우리의 작품이 다른 나라에 역으로 나가 공연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미아 파밀리아>, <루드윅>, <팬레터>, <랭보> 등 여러 대학로의 작품들이 중국, 대만 등으로 퍼져나가는 일이 비단 지금의 일시적인 일이 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시장으로 퍼지고 확장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로 우리 한국 고유 창작 뮤지컬과 연극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되며 우리의 메시지를 전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과정에 동참해보고 싶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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