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눈사람] 무지갯빛 코로나 말고 진짜 무지개를 주세요.

열세 번째 눈사람: 무지갯빛 코로나의 위협 앞에 선 우리에게
글 입력 2020.09.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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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나름 씩씩하게 이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서서히 고장 나는 중이었나보다. 수도권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함께 나의 코로나 블루는 고개를 들었고, 이유 없이 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알바를 갈 수 없었고, 취미생활을 할 수 없었으며, 친구를 만날 수도 없었다. 그게 그렇게 큰일일까 싶었는데, 끝을 알 수 없는 이 상황이 반복되자 더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에너지가 없어졌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코로나 블루, 코로나19 못지않은 공포의 확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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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의 합성어로, '코로나 우울'이라고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반복되며 앓는 불안, 우울감, 무기력증을 말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타인에 대한 경계, 그리고 무력감이 주원인으로, 현재 전세계인이 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지난해보다 자살사망자가 소폭 증가하였고,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코로나 블루가 지목되었다. 서울시는 코로나 블루의 심각성을 인지해 만 19세 이상의 시민에게 최대 8만 원 가량의 정신건강 진단 및 치료비를 지원하였으며, 1월에서 7월까지 약 1,821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코로나 블루는 사회 전반을 잠식하고 있었다.


코로나 블루는 "확진"판정이 불필요할 정도로 우리 안에 스며들었다. 소셜미디어의 게시글만 보더라도 많은 이들이 코로나 블루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삶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더는 "조금만 더 버티자! 잘 될 거야!" 같은 희망적인 답변을 보기도 어렵다. 그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위안 아닌 위안으로 삼고 버텨낼 뿐이다.




사회를 위협하는 적색 신호, 코로나 레드



집 근방에서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자, 나의 활동반경은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4주 가까이 외출은 하지 못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가만히 있는 내가 피해를 받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울이 분노로 확대되어 세상이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특정 집단에서 시작된 대확산은 사람들에게 분노의 시발점이 되는 "억울함"이란 감정을 짙게 심었다. 비슷한 양상의 집단 감염이 반복되자, 누적된 억울은 사람들을 분노의 늪에 빠뜨렸다.

 

실제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대해 갖는 감정은 우울에서 분노로 전환되고 있으며, 사회적 분노 수치 역시 대폭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발 정신질환의 두 번째 컬러, '코로나 레드'의 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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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외부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강한 주의가 요구된다.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폭행하거나, 심한 폭언을 하는 등의 범죄 역시 코로나 레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마땅히 분노할 상황이라도, 그 분노가 컨트롤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그 역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외출이 어려워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시기이기에, 예민함이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향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서로에게 매우 큰 고통이 될 테다. 위로가 되어야 할 존재들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준다면, 이는 또 다른 우울과 분노를 낳아 최악의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일상 속 깊이 침투해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들에게까지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


 

 

무지갯빛 코로나는 이제 그만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늘어나는 코로나의 컬러와 함께 우리 일상의 컬러는 줄어들고 있다. 우울이 만든 흑백 세상에 분노가 깃들자 그 입체감마저 상실되어 간다. 재난 속을 살아가며 우리는 자꾸만 우리 것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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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코로나 오렌지", "코로나 그린"까지 등장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우리에겐 무지갯빛 코로나가 필요하지 않다. 다시 세상의 색을 되찾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무지개의 원래 의미는 희망이었는데, 희망은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비 온 뒤 예쁜 무지개처럼, 다시 피어날 우리의 희망을 기다리며, 오늘도 마스크를 꺼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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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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