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존하는 법1 - 표현에 관대함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9.0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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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같음'을 지나치게 신성화하는 경향이 있다. 튄다, 특이하다고 느껴지는 개인에 사회는 가혹하기 때문에 고립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다름을 포기하고 이에 안심하게 만든다. 개인을 무시하는 문화, 획일화를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우린 끊임없이 상처 입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름다운 이상으로 포장하는 분위기가 나는 싫다.

 

언제부터 획일화가 공존의 조건이 되었고, 사회는 왜 '같음'을 '배려'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는가.

 

 

"표현에 관대함"

 

솔직하게 꺼낸 이야기, 화려한 옷, 인스타 글귀, 자기 소신, 군중 앞에서의 질문... 맥락에 따라 '오글거린다', '나댄다', '관종' 같은 수식어로 치부되어 흔히 집단 속에서 비웃음 당하는 것들이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웃음거리 취급했던 요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수 그저 개인의 취향 영역이거나 혹은 긴 고심 끝에 내놓은 메시지일 수 있다. 오늘 마주친 누군가의 옷이 성을 기준으로 규정지어진 복장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금기에 대한 도전일 수도, 일률적으로 유행을 따라가는 현상에 대한 반항일 수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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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기표현에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나와 다르네' 정도로 생각한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항상 봐오던 방식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겨우 '눈'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가 규정한 '일반', '보통' 아래로 끌어내리는 현실이 때로는 가혹하게 느껴진다. 이를 마치 대단한 공동체에 혼란을 불어오는 것 마냥 집단의 포용성 결여를 모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함. 서로가 같음에 안심을 하게 하는 분위기 또한 불쾌하다.

 

사회에 발맞추느라 스스로 지워버린 매력적인 웃음소리와 유행 지난 헤어스타일, 유치한 취미에 나 자신부터 조의를 표해야 하지 않을까.

 

P.S 그러나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적 자기 표출은 강력하게 반대하다. 개성을 구실로, 혹은 일상과 구별되는 예술 맥락을 핑계로 이루어지는 책임과 윤리가 부재하는 행위들은 그저 민폐일 뿐이다. 그러한 행동으로 비롯되는 어느 정도의 외부 시선과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것도 성숙하지 못하다. 뜻이 있다면 책임을 기반으로 용기 있게 표현하고 이에 비판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루어지되, 당당한 것과 예의 없는 것, 비판과 비난을 잘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


건강한 자기표현의 수단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소란스럽고 이기적인 세상 속에서 진정한 나 따위는 금세 흐릿해져버린다. 존재하기 위해 표현해야 한다.


우리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게 오히려 기괴하게 느껴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소름 끼치는 통계학적 나열, 정렬, 칼군무보다 다름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요란스러움이 진실과 더 가까이 있다고 본다. '다르다' 대신 '틀리다'라는 말을 사용했던 낡은 과거는 이제 보내줄 때이다.

 

 

[정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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