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끊임없는 대화, 다채로운 색깔 - 유수현 에디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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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당신]
"랜선으로 애호하던 당신과의 1:1 티타임 그리고 인터뷰. 평소 플랫폼에서 글을 향유하며 오프라인에서 꼭 한 번 직접 뵙고 싶은 분이 있으셨다면 아트인사이트가 자리를 마련해 드립니다."
해당 문구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있었다. 최근 들어 내가 꾸준히 읽었던 글들을 쓰신, 유수현 에디터님이었다.
에디터님의 글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리뷰를 통해서였다. 리뷰를 쓴 후, 같은 문화 예술을 향유한 분들은 각자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쓰실까라는 생각을 하며 무작정 다른 리뷰글들을 읽었었다. 그리고, 연극 관람 후 완결된 원작 웹툰을 결제하면서까지 본 나와 같은 에디터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당시 리뷰글을 쓸 때에 애를 먹었었기 때문에, 에디터님의 글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연극과 웹툰을 비교한 것은 같았다. 하지만 글의 내용은 굉장히 짜임새 있었으며, 생각이 계속 꼬여 내가 차마 말로 풀어내지 못한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그 후, 이렇게 글을 유려하게 쓰는 분의 다른 오피니언은 어떨까 궁금해하며 유수현 에디터님의 이전 글들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대부분 풍부한 정보들을 겸한, 예술에 대한 글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술을 전공하셨을 것이다.', '굉장한 전시 애호가이실 것이다.' 그렇게 어떤 분일까 추측만 하다 [Project 당신]을 통해 실제로 뵙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져 그날의 만남은 화상 회의로 이루어졌다. 화상 채팅이 시작되자, 수준 높은 글들로 인해 연상이실 거란 추측은 간단히 빗나갔다. 화상 화면 안에서 뵌 에디터님은 나의 또래인 대학생이셨다. 굉장히 밝으시며 말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나와 같은 예술 전공생이셨다. 특히, 전시 관련 학과이셨기 때문에 나에게 순간적으로 많은 것을 추억하게 하였다. 전시 관련 학과... 저학년 때 전시 디자인, 큐레이터, 공간 기획을 쉽게 못 놓아, 예술 학과와 공간 디자인과를 전전하였던 시각디자인과의 별종 학생으로서 매우 놀란 동시에 설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다소 낯설어진 요즘, 에디터님을 뵙기 직전까지 모든 것이 어색하고 무거웠다. 하지만 에디터님은 친근한 박장대소로 나를 맞이하셨고 그분의 학과를 들었을 때, 머릿속은 긴장이 아닌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전시를 좋아했었고, 여행을 가면 하루 종일 전시장만 돌아다녔었다. 주전공에서 하는 디자인이 지쳐 전시 디자인 쪽으로 계속 방향성을 틀기도 하였고, 실제 전시를 좋아하는 동기들과도 특히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이외의 플랫폼에서, 학교 내에서도 만나기 힘든 전시 관련 학과인 분을 실제로 뵙다니, 놀라웠다.
그렇게 엄청난 설렘을 안고 대화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더 신기하였던 것은 에디터님 또한 무척 즐거워 보이셨다는 것이다. 다른 에디터 분을 처음 만나는 것이라 하시며 티타임 초대 자체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셨다. 그리고 처음부터 스스럼없이 대해 주셔서, 지인과 화상 채팅으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인터뷰라고 생각하며 질문을 딱히 준비해 간 것은 아니었지만, 티타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흘러갔다.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떠한 주제가 나오면 그것과 관련한 또 다른 내용들을 이야기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신나서 대화하는 것처럼.
처음엔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극을 보았을 때의 느낌, 웹툰의 깊이, 내용이 풍부한 매체를 공연으로 표현하는 것의 어려움 등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리뷰를 읽을 때에도 나와 비슷한 인상을 받으셨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실제로 들어보니 "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되더라고요."의 연속이었다. 연극에 대해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다 공연예술에 대한 나의 예전 글을 읽으셨다고 언급을 하셨다. 그렇게 나는 공연예술학과에서 체험했던 귀한 경험과, 그 동시에 학생의 눈으로 보았던 공연예술계의 한계를 이야기하였다. 그것에, 에디터님은 떠오르는 것이 있어, 예술 대학 교육의 현실과 전시 기획 쪽에서 발생하는 한계점 등을 이야기하였다. 이야기는 끝까지, 내용을 가득 실은 상태로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둘 다 굉장히 이야기할 것이 많고, 예술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술가들이 완전히 대우받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느 업계든, 예술을 하는 분들이 아직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열정으로 버티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아요.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 또한 한참 멀었구요. 조각가 고 구본주 손해배상소송 사건을 보면 아시겠듯이 절망적이죠.
우리는 공통적으로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고, 유수현 에디터님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아는 것들에 대해 말씀하셨다. 또한 둘 다 자신의 근미래를 걱정하는 3학년이었기 때문에 에디터님이 하시는 고민과 말들이 공감되었다. 서로의 업계에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그러다 어떠한 계기로 또 눈을 반짝이며 예술과 관련한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에디터님은 과에서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양이 많아서인지 다양한 전시 소식과 사례들을 알고 계셨다. 이렇게 친구 같기도, 사회 운동가 같기도, 전문가 같기도 한 다양한 모습들을 드러내시며 대화를 이어가셨다. 만남 전엔 잔뜩 긴장을 하였지만, 어느새 나는 편하게 에디터님과 개인적인 이야기와 나의 다양한 의견 또한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웹툰, 드라마, 영화, 넷플릭스, 여성인권 등등 산발적인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대화는 세 시간이 넘게 지속되었고, 정확히 대화를 끝냈다기보다는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가 '아, 이제 가야 하는구나'라고 정신을 차린 기분으로 마무리하였다. 만남 내내 유수현 에디터님의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보며, 전공이신 전시 기획 이외에도 모든 관심사와 의견에 진심이시구나라는 생각을 하었다. 그 열정에 반하였고, 나 또한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참여하였다. 참 얘기할 것이 많았는데 그것을 들어주시고, 자신이 담아두었던 얘기도 다채롭게 풀어내시는 분을 만난 것이다.
[Project 당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요즘 예술을 전공하는 것, 미래, 그리고 당장 닥친 현실에 대한 고민들로 계속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다 너무나도 좋은 기회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그리고 같은 플랫폼 안에서 글을 기고하고 있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친구들과 자주는 얘기하지 않는 예술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하나의 작품을 보고 집요하게 이야기를 해보는 것 등 에디터들과의 만남이었어서 나눌 수 있는 특수한 대화들이 오갔다. 그리고 다소 특수하지는 않은, 오히려 친구들 사이에 오갈 듯한 영화 추천, 등록금 얘기 등을 하며 이 만남은 더욱 흥미롭게 꾸려졌다.
했던 대화를 떠올려보면, 아주 복잡하지만 다채로운 색깔의 미로가 연상되었다. 풍부하면서도 정신없이 이루어진 대화. 화상 회의를 종료한 후에 들었던 생각은, 친구를 다시 보고 싶듯이 '나중에 또 만나 뵈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였다. 말하지 못한 것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만남을 가져도 대화가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한 리뷰에서 시작된 만남과, 실제 유수현 에디터님과 나눈 고민들, 그리고 열띤 토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노지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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