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관심을 구하지 않아도 내 삶은 아름답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고
글 입력 2020.08.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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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매일이다. 하루 이틀에 그치는 이벤트가 단기간 일상의 동력이 되어주는 날도 있으나, 말 그대로 단기간일 뿐이다. 매일 그런 날들이 이어지기를 고대하는 건 의미 없다. 세상 일은 늘 마음 같지 않으니까. 내가 기댈 수 있는 낙원, 혹은 나를 달리게 만드는 연료를 세상 어딘가에서라도 찾으려 애쓰지만, 찾았다 하더라도 거의 실패로 돌아간다. 무언가에 지나치게 매달리게 되거나, 그것이 없으면 되려 내 존재의 의미를 잃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천지를 뒤적거리며 나를 완성할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쌓고, 무너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그런 힘은 내 안에서 찾아야 가장 단단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아닌 것들에 대해서 내가 아무리 애써도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것과 하나가 될 수는 없다. 내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오직 '나' 하나뿐이다. 그 생각이 들자, 나는 스스로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하지만 그런 바람 하나로 한 순간에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연습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처음 맞닥뜨리는 풍파에는 어김없이 한 번쯤 넘어져야만 했다. 그게 반복되면 어느 순간 다시금 무력함에 지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다짐, 그리고 다시 비관, 낙관, 비관…

 

모든 감정과 태도가 원형으로 순환할 때, 그 사이에서도 긍정과 부정의 정중앙에 머물러 있을 때.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부정에 가까우나 긍정이 절실해질 때. 그때는 외부 자극의 도움을 조금 청해 본다. 불을 지피기 위한 불쏘시개를 찾아, 흐트러진 여린 마음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것에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힌트를 얻는 나침반으로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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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내게 '불쏘시개'가 되어주는 영화가 있다. 바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 영화에는 월터라는 라이프 잡지의 사진 현상 관리직으로 근무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이 남자는 '상상 멍 때리기'를 아주 습관적으로 하곤 하는데, 상상 멍 때리기란 주위의 어떤 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자신의 상상 속에 잠겨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월터를 본 상사는 월터를 비웃고 무시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라이프 지가 주말 사이 다른 회사로 팔려 구조조정이 시작되는데 라이프 지의 마지막 표지 사진을 보낸 사진작가 숀 오코넬은 사진과 함께 오랜 동료인 월터를 위한 선물을 보낸다. 그러나 숀이 보낸 '삶의 정수'를 담아낸 마지막 표지 사진은 보이질 않고, 월터는 상사의 독촉을 피해 가며 숀을 찾아내 마지막 사진을 얻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숀을 찾아 떠나기 전의 월터는 좋게 말하면 여유롭고 느긋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재미없고 지루하기까지 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인터넷 만남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윙크'를 보내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 고민하는데, 결국 보낸 '윙크'는 월터가 본인의 프로필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류가 난다. 가본 곳도, 이뤄낸 무엇도 딱히 없는 그는 정말 상상하기만 즐기며 현실과의 괴리를 외면한 채 일상을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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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매우 많이' 망설이는 장면이 딱 그랬다. 이 일을 벌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염려하느라 정작 시작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접은 일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월터는 '삶의 정수'를 찾기 위해 떠나는 순간부터 달라졌다.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를 부르는 메릴(호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자 직장 동료이다.)을 상상하며 술 취한 남자가 조종하는 헬기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모험들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었다.

 

모든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월터는 결국 해고를 당해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나오지만 메릴과의 데이트를 잡는 것은 성공한다. 월터가 이전과는 달리 왠지 더 활기찬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돌아온 월터에게서 그런 에너지가 터져 나오는 것이 보인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통해 월터는 성장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을 보내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던 월터는 자신의 삶의 키를 직접 쥐고 배를 움직일 의지와 힘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자연히 상상 멍 때리기도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었다. 상상을 현실로 뒤바꿀, 혹은 상상보다 더 멋진 일들에 기꺼이 몸을 던질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항상 숙제처럼 주어지는 것이 있었다. 미루고 미루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끝내야만 할 것처럼 느껴지는 바로 그것은 '저지르기'였다. 나는 늘 저지르며 살고 싶었다. 책임질 수 없는 일을 늘어놓는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조금 덜 복잡하게 바라보고, 조금 더 용기 있게 발을 떼고 싶은 마음이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상상보다 더 멋진 현실을 경험하는 월터가 부러웠다. 다시 봤을 때는 월터처럼 나도 무언가에 뛰어들고 이뤄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의심했다. '이건 영화잖아!'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불현듯 떠올라 다시 보았을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고 왜 못해?'

 

아트인사이트에 에디터로 지원하는 것도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평소라면 지원서 안에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해야 잘 담을 수 있을지 고민만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더 완벽해지지 못한 나를 숨기느라 완성된 파일을 전송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은 사실이나, 결국에는 전송했다. 그래서 오늘같이 내가 쓴 글을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는 영광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이후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월터처럼 폭발하는 화산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 같이 파란만장한 순간은 아닐지라도 저지르는 일들을 책임지며 작은 성취를 하나둘씩 이루어 가는 것이 내 삶에, 그리고 자존감을 쌓는 데 어마어마한 보탬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이든 다 성공하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니 세상이 더욱 넓어 보인다. 내가 올라탈 파도를 탐색하느라 하루가 바쁘다. 좋다. 좋은 것 같다. 내 삶의 방향키를 잡는 연습을 드디어 시작한 것 같다.

 

숀을 찾아 떠났던 월터는 긴 모험 끝에 결국 숀을 만난다. 숀은 산 중턱에 고요히 앉아 '눈표범'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긴 기다림 끝에 보기 힘든 눈표범을 발견하지만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지 않은 숀은 이렇게 말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세상의 관심을 구하지 않아." 그리고 월터는 숀이 선물했던 지갑 속에 들어있는 '삶의 정수'를 담은 사진이 바로 사진 필름을 들여다보며 일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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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일상, 별거 없는 것 같은 일상을 쌓으며 살아가는 것 같지만, 조금만 용기 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무작정 일상을 뒤로한 채 떠나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 결국 숀이 말한 '삶의 정수'란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묵묵하고 꾸준히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주인공 월터의 모습이었음을 통해 이미 아름다운 삶들이 소리 없이 세상에 널려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로필에 채워지는 다사다난한 영웅담이 아니어도, 자신만의 고고함을 뽐내며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눈표범과 같이 내가 가진 '내 것'을 돌아보고,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동시에 약간의 용기를 더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 진짜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나는 안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모든 것은 멋지고 화려한 남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만의 길을 가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한 번쯤 상상해본 일들을 상상에 그치도록 두지 말자고. 그렇게 앞으로 더 넓고 자유로운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 저지르며 누구의 눈도 필요치 않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 아니, 이미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LIFE)의 목적이다.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중 라이프 잡지사 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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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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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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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구슬
    • 당신의 빛나는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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