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처가 되고 싶은 중생의 철학 [사람]

죽음이 끝은 아니잖아요?
글 입력 2020.08.2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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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을 가지고 태어나 사회에서 여성이라 지칭하는 모습으로 살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내가 가지고 있는 젠더나 나의 취향, 취미, 심지어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까지 모두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확신할 수 있겠냐 묻는다면 쉬이 대답하기 어렵다.

 

나는 본래 자아가 강한 사람이었다. 만나던 방식으로만 사람들과 만나고, 습관화되거나 비슷한 행동만 하며, 이미 알던 대로만 생각하는 사람.

 

부끄럽게도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내가 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에서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불안정한 사람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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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학습된 것에 친숙함을 느낀다. 학습된 사랑, 학습된 나의 모습, 학습된 타인의 모습.

 

사람들은 확실하지 않은 불안감은 회피하려고 한다. <불교를 철학하다>라는 책에서는 ‘무아’ 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본래의 자아’나 ‘불변의 자아’ 혹은 ‘참된 나’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무아를 두려워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나 같은 건 잊혀지기 쉽기 때문에 두렵다. 내가 없어도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내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아득바득 ‘나’ 라는 사람에 대해 정의하려 애쓴다.

 

때로는 내가 실제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할 법한 가상의 것들로 나를 채운다. 그래서 요즘 세대에 남용되는 자아 존중감, 자아 정체감들의 내저에는 살아있을 동안 나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싶어하는 하루살이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이라도 남기지만 우리가 죽으면 이름조차 남기기 쉽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내가 죽은 다음 같은 거 생각하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텐데, 어쩌면 아등바등 나를 규정짓기 위해 고민하는 것보다 현재의 나에 집중하는게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텐데 왜 사람들은 자아 존중감과 자아 정체감에 목 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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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립된 자아의 기준을 부정하고 새롭게 인정하는 것은 기존의 내가 생각한 나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나의 탄생임과 동시에 자아의 죽음이다. 그렇게 비워진 자리에서 셀 수 없는 또 다른 내가 사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들이 나는 기존의 학습되는 여성의 젠더에서 배운 역할이나 학습된 대상을 무의식적으로 사랑하는 내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이라 설명하고 싶다. 물론 불안하다. 현재 고정되지 않는 내가 불안하고 사회의 정상성에서 벗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자신을 규정짓고 그 외의 다른 나를 부정하는 것보다 스스로가 고정되있지 않음을을 인정하는 순간 그 모든 내가 나임을 수긍하는 순간으로 변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에서 말하는 자아 존중감이나 자아 정체감 모두 나의 한 가지 면을 고정짓거나 인정받기 위해 남용되는 것 같다. 진정한 자아사랑은 내가 언제 어떤 모습을 가지고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나라는 존재 자체의 존엄성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가 허락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모습들을 받아들여야 할 시간들이 온다. 그러나 죽음이 언제나 끝은 아니듯, 허락하고 싶지 않은 나의 존재가 나의 말로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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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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