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류는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가: 사피엔스 [도서]

베스트셀러 다시 읽기 -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글 입력 2020.08.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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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오만함이 불러올 미래


 

역사의 역학은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인류사에서의 혁명이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인류를 고난의 길로 이끈 경우가 수도 없이 존재한다. 앞으로도 인류는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이 그들을 더 나은 복지로 이끌지, 자멸의 길로 이끌지 모른 채 역사를 써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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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범지구적 충격이나 최근 발생한 일련의 이상기후 현상 등 좋지 않은 이유로 인류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는 현 시점에서, 인류의 발자취와 미래를 다룬 책 『사피엔스』는 과연 인류가 이 세계에 끼친 영향은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깊이 있는 고민을 가능케 한다.

 

책을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는 ‘인류의 진화는 과연 인류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었는가, 앞으로도 이끌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우선 이 책은 귀납적 논증에 입각해서 주장이 전개된다. 인간이라는 개체가 지속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과거에 겪었던 경험을 통해 유추해 나아가고 있다.

 

다만 인류의 오랜 역사를 그 기원부터 되짚어 가며 인류사의 중대한 혁명과 그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통찰들을 엿볼 수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에 있어서는 꽤나 주관적인 추측이 개입한 듯 하니 어느 정도는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과거와의 대담: 진화에 대한 믿음은 오만함인가


 

우선 『사피엔스』는 인류사의 세 가지 중대 혁명―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한 인류의 발전과 그 결과에 대한 고찰을 통해 위와 같은 혁명적 변화가 과연 인간을 더 나은 방향으로만 이끌었는지를 알고자 한다. 인지혁명이 다른 인간 종의 학살을 유발했고, 농업혁명이 인간 삶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린 것 등에 근거하였을 때 과연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들―생체공학, 유전공학, 의학의 발전 등―이 인류를 번영의 길로 이끌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특히 책의 첫 장에서부터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을 농업혁명에 대한 비판이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인류사에 있어 단연코 가장 중대한 혁명이라 할 수 있는 농업혁명이 인류를 수렵채집의 생활에서 안락한 정착생활로 이끌었다고 배워 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칭하며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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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명은 인류의 식생활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더 많이 일했지만 더 열악한 식사와 더욱 많은 일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인구폭발을 가져왔고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이 엘리트들은 잉여 생산물을 차지하여 권력을 갖고 상상속의 질서를 만들어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저자는 농업혁명의 핵심을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일컫는다.

 

이 부분을 읽으며 지금까지 당연하게 믿어왔던 것들이 거짓이었다는 혼란과 함께 인간사회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듯 했다. 과학혁명 역시 그렇다. 우리는 과학혁명을 통한 군사-산업-과학 복합체는 증기기관과 상업용 철로 등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을 상당 수 남겼고 이 세계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축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탐험과 함께 불어온 정복―제국주의의 열풍은 각지의 원주민과 토속문화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였고, 노예제도를 번성시켰으며, 탐욕스런 자본주의의 시발점이 되었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는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의 문제를 불러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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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이룩해 낸 일련의 혁명, 혹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분명 인류에게 새 지평을 열어준 순기능도 있었다. 그러나 『사피엔스』는 전반적으로 혁명의 순기능 뒤에 감춰진 어두운 면에 더 초점을 맞춘 구조이다. 인류의 '역사'라고 부를 만한 시기의 시발점인 농업혁명에서부터 혁명의 순기능이 과연 존재하긴 하는지 의심하고, 그 어두운 이면을 지적한다.

 

인지혁명의 경우에도, 인류가 추상적인 상상의 개념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사피엔스는 세계 전역으로 퍼질 수 있었으나, 저자는 사피엔스 종 확산의 부수적 결과로 테즈메이니아와 같은 고립된 지역의 생태계 파괴, 다른 인간 종의 학살, 국가 체제의 구속 등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언급하는 경향이 보인다. 과학혁명의 경우에도 신대륙 개척 과정에서 일어난 아즈텍인과 잉카인 학살, 동인도회사의 인도 식민지화 등을 예시로 든 점이 그렇다.

 

 

 

우리가 꿈꾸던 '그' 미래를 위해서


 

사실 『사피엔스』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이 단일선상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여러 종이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부터 생각해본 적 없는 부분이었고, 회사와 종교를 실체가 없이 단체로 허구의 것을 믿음으로서 생겨난 일종의 ‘공동 신화’로 보는 것 역시 신선한 관점이었다. 특히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 왔던 농업혁명이 오히려 인류를 끝없는 노동의 굴레로 몰아넣었다는 주장은 단연 충격적이었다.

 

결국 결론은 "역사의 역학은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인류의 선택은 항상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파장을 불러왔다. 인류가 지금까지 그래 왔듯 우리는 그것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는 채 탐욕스럽게 끊임없는 ‘창조’를 해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데 있어 항상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이며, 또한 유일하게 ‘창조’할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달리 ‘생각하는 힘’을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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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항상 주관적 유토피아를 꿈꾸며 신대륙을 개척하고, 새로운 것을 발명해냈지만 이는 인종 청소와 대학살, 전쟁의 위협과 같은 이면을 남겼다. 우리의 미래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엘리시움‘과 같은 디스토피아가 될지, ’투모로우 랜드’와 같은 유토피아가 될지는 인류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달렸다.

 

 



[이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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