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노트 Sigak] 0. 어떤 관객의 이야기

질문 많은 관객의 미술 에세이
글 입력 2020.08.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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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관객 노트 Sigak]을 연재하게 된 오예찬 에디터입니다. 첫 번째 글을 구상하던 중 앞으로 제가 연재할 글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그리고 하고 싶다는 글쓴이의 마음으로) 0화로 먼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관객 노트 Sigak]은 제목 그대로 ‘Sigak’ 이라 이름 지어진 관객의 노트입니다, 라고 소개하려니 애매한 부분이 많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군요. 도대체 어떤 관객이며, 어떤 내용이 적힌 노트고, 어째서 그 노트의 이름은 왜 갑자기 영어로 쓰여 “Sigak”인지요. 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제목 속 단어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연재에 대한 소개와 글을 쓰게 될 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관객”


제 자신이기도 한 ‘관객’, 더 정확히는 [관객 노트 Sigak]을 풀어갈 관객은 ‘미술’이라 불리는 것 앞에 서 있습니다. 난해하다는 인상이 강한 동시대 미술의 전시를 떠올리며 다시 써보자면, 작품 앞에 앉아있기도 하고, 올려다보기도 하고, 내려다보기도 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관객.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눈을 끔벅거리며 그 주변을 빙빙 맴돌다가 가끔은 예상치 못한 낯선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 어떤 관객입니다.

 

 

1.jpg

(최근에 갔던 전시회에서 내가 찍힌 사진을 찾으려니

이 사진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찾아갈 수 있는 수많은 것 중에서 저는 오늘날의 미술이라는 낯선 경험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입니다. ‘관객’이라는 옷을 입은 저에 대한 특징을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우선 전시회에서 작품을 보는 시간만큼이나 전시를 본 후 문을 열고 나와서 하는 생각이 많은 관객인 것 같습니다. 어떤 성격 때문인지, 강박인 건지 충분히 잡기도 전에 우선 흘러가려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래서 여러 예술 장르 중에서도 관객에게 읽히기를 기다리는 듯 가만히 존재하는 미술이라는 장르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시대 미술에 관심을 가진 만큼 질문이 많은 관객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동시대 미술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지금 바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기에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때론 미술 자체보다 미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합니다. 그렇게 미술을 향해서 꽤 많은 질문을 가졌던 것 같아요. 질문들을 하나하나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길어질 테니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관객 노트 Sigak]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언제부턴가 관객인 제 자신이 궁금했습니다. “관객인 내가 미술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제게 스스로 물어봤습니다. 전시회나 작품에 대한 제 생각을 쓰는 과정에서 숱하게 겪었던 고민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어떤 작품 혹은 작가에 대해 충분히 알거나 그들에 대한 지식이 없는 제가 가졌던 느낌이나 감상을 자유롭게 써도 괜찮을까 싶었던 그런 불안감이요. 작가의 의도와 전혀 다른 감상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가는 미술 전시회는 무의미한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일지라도, 그 느낌을 확실히 표현할 수 없더라도 낯선 작품 앞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생경한 감각들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의 경험은 제한되거나 획일화될 수 없을 텐데 “현대미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어떤 고정관념이 자연스레 일어나는 다양한 느낌과 감상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이제 미술 앞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고 감상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꼭 지식이 필요한 일인 걸까요? 그렇다면 그저 느낀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그리고 왜 유독 미술 앞에서는 느끼고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걸까요? 사실 무엇인가 느끼거나 생각하기에는 도통 어떤 생각을 꺼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미술 작품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혹자는 이런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미술은 역시 아무나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고급 예술이구나!”


머릿속에선 질문에 대한 어떤 대답을 떠올려보겠다는 저를 좌절시킬(?) 만큼 오히려 새로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당연지사였어요. 어쩌면 그런 정의할 수 없는 상태를 가져야 하는 것이 동시대 예술이고 미술 세계이니까요.

 

한편으론 정말 궁금했습니다. 질문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보다 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낯선 미술을 마주하고 있는지요. 그리고 여러 질문에 대한 제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정리하여 남기고 싶다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문가의 글뿐만이 아닌 관객과 관객 간의 미술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소통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도 새로이 하게 되었어요.


여러 질문과 계기, 생각이 겹치면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너는 왜 난해한 미술 작품을 보러 가냐며,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는 그곳에서 얻는 것은 무엇이고, 다른 많은 것들을 두고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며 묻는 누군가에게 제가 가진 미술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노트”


[관객 노트 Sigak]은 그런 관객의 미술 에세이입니다. 전시 공간을 찾아가고 미술 작품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잔뜩 흩어져 있는 노트에 여러 생각의 편린들을 혼자 잔뜩 끄적이곤 했던 관객의 에세이.


우리와 공존하는 미술. 너무도 난해하고, 그래서 더 많은 질문을 일으키는 오늘날 미술에 대한 제 경험,생각, 견해 등에 대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미술에 대한 저의 사사로운 에피소드부터, 제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했으면 하고 생각했던 질문이나 주제에 대한 글까지. 낙서처럼 흩어져 있는 끄적임을 다시 살펴보고 몇 편의 글 위로 그러모으는 과정으로써, 자유롭게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관객 노트 Sigak]을 연재하려 합니다.

 

 


 

 

“Sigak”


마지막으로, Sigak은 발음 그대로 '시각'이 맞습니다. 여담으로 그 과정을 짧게 이야기하자면,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제목 짓기를 두고 고군분투하다 아무 이유 없이 단순한 연상으로 ‘미술은 시각예술이다’라는 감흥 없는 명제에 이르렀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시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게 되었는데, 익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잊고 있던 여러 의미를 가진 단어 ‘시각’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사전에는 총 5개의 의미가 있었는데, 그중 이번 제목에 담으려 했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각3時刻

1. 시간의 어느 한 시점

2. 짧은 시간


시각4視角

1.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기본적인 자세


시각5視覺

눈을 통해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 작용

 

 

일일이 단어의 뜻을 대입하며 제목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시각’이라는 말이 가진 여러 의미의 가능성이 이번에 연재할 글의 성격과 제 태도를 의미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정한 평가와 의미에 고정될 여지 없이 지금 이 순간 흘러가는 미술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에서, 그것을 관찰하고 바라보는 제 자세와 태도에 대한 성찰이라는 것에서, 미술과의 경험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눈으로 그 존재를 목격함으로써 일어난다는 것에서요.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쓴 이유는, 한국어로 ‘시각’이라 쓰면 사람마다 곧바로 떠오르는 뜻에 의미가 한정되는 것 같아 살짝 모호하게 하고 싶다는 의도 때문이었습니다. ‘시각’이라는 단어가 이미 완성된 말이 아닌, 무엇이든 담아볼 수 있는 그릇 같은 인상으로 느껴지게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이런저런 사사로운 생각을 거쳐 ‘시각’이 아닌 ‘Sigak’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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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관객 노트 Sigak]은 질문을 두고 자유롭게 이어지는 미술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전시회를 다녀온 건지, 어떤 작품을 보고 온 건지 미술에 관심이 많다는 친구가 미술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한다는 느낌으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가 제가 [관객 노트 Sigak]을 써 내려가는 태도가 되리라 생각되어요. 그만큼 제가 쓴 마지막 문장 이후에 더 많은 것이 이어졌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여전히 더 많은 경험과 사유가 필요한 사람이지만 미술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자 한 관객으로서의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가려 합니다. 첫 번째 글은 아주 쉬운 질문으로 시작하려 해요. 이번 연재를 준비하다 문득 제게 질문했던 ‘시작’에 대해서요. 너무도 단순하지만,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는 질문과 함께 첫 번째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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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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