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가야 할 곳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설국열차를 통해 보는 디스토피아
글 입력 2020.07.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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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must we go... we who wander this Wasteland in search of our better selves?'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엔딩 中

 

 

'디스토피아(dystopia)세계관'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단화되어 초래할지도 모르는 암울한 미래상을 일컫는 이 용어는 완전한 이상국가를 일컫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Utopia)'와 대치되는 개념이다.

 

모든 것이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소리없이 빠르게 대체되어 가는 4차 산업혁명의 새 시대임과 동시에, 인간의 욕심으로 지구가 병들어가며 원인과 증상을 알 수 없는 최악의 전염병이 공존하고 있는 현재. 인류의 물과 식량이 독재자에게 통제당하는 건조한 디스토피아 속 '최초의 인류'는 2020년의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를 묻는다. 

 

 


사막의 디스토피아 <매드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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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으로 멸망한 근미래를 그린 이 영화는 독재자 임모탄 조가 물과 식량을 독차지한 지배의 땅, 시타델로부터 시작한다. 워보이라 불리는 신인류들에게 '피주머니'라 불리는 인간의 피를 잔인하게 수혈하거나, 모유를 끝없이 착유하는 등의 미개한 행위가 끝없이 이어지는 척박한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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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퓨리오사와, 조력자로 합류하게 된 맥스는 임모탄의 다섯 아내들을 탈출시켜, 새로운 희망이자 퓨리오사의 고향인 '녹색의 땅(The Green Place of the Many Mothers)'을 찾아 떠난다. 그들의 바라는 것은 '자유'와 '새로운 삶'. 평화라곤 존재하지 않는 메마른 사막에서 그들은 서로 연대하며 녹지와 물이 넘쳐 흐르는 낙원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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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녹색의 땅'은 이미 흙먼지에 파묻힌지 오래였고, 퓨리오사의 어머니를 기억하던 고향의 동료, 부발리니들이 소중히 간직해온 마른 씨앗과 여분의 식량, 약간의 동력만이 그들이 가진 전부였다. 난황을 지켜본 맥스는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 독재자 임모탄에게서 시타델을 탈환할 것을 제안한다.

 

퓨리오사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결국 임모탄을 제거하고 시타델을 완전한 평화와 자유의 땅으로 되돌리는 것을 성공한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맥스는 유유히 자신이 살던 자리로 되돌아가고, 모든 것이 회복될 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에서 단연 빛나는 가치는 '선한 용기'와 '연대'이다.

 

독재자 임모탄은 자신이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구원자(Redeemer)라고 주장했지만, 이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구하는 영웅은 바로 임모탄의 사령관이었던 퓨리오사다. 왼팔이 잘려 철제 의수를 하고있는 모습이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눈빛을 하고 있는 그는 영화에서 단 한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모든 인물들과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맺는 강인한 인물이다.

 

그의 복수심보다 큰 공동체를 위한 선의지가 전해진 것일까. 퓨리오사가 구출해준 임모탄의 다섯 부인을 비롯해 충성심 강했던 워보이 눅스와 그의 피주머니였던 맥스, 부발리니 등 많은 사람들이 퓨리오사를 따라 협조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긴 시간 탄압받던 시타델의 사람들 모두가 퓨리오사가 찾아준 자유에 감사의 환호를 외친다.

 

매드맥스는 억압과 구속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공동체와, 한 개인의 의지로부터 번져나간 연대의 가치를 강조한다. 더위로 메마른 황무지 사막에 단비와 같은 새 시작을 찾아준 원동력을 퓨리오사와 그의 조력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빙하의 디스토피아 <설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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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의한 기상 이변으로 빙하기를 맞이한 지구는 모든 생명이 얼어붙어 멸망한다.

 

오로지 열차 한 대에 탑승한 승객들만이 노아의 방주처럼 끝없이 전 세계를 횡단하는 철도를 17년에 걸쳐 달리고 있다. 열차는 엔진과 가장 가까운 '머리칸'부터 가장 끝 칸인 '꼬리칸'으로 구분되어있으며, 카스트 제도의 계급사회처럼 모든 자원과 인권에 대한 처우는 '칸'에 따른 철저한 차별로 이루어진다. 머리칸에겐 혜택과 향락이, 꼬리칸에겐 비인륜적인 행위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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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칸 중에서도 엔진칸에 있는 최고의 존재, '윌포드'가 만든 이 열차는 수평한 철로를 달리는데도 처절한 수직구도 속에 갇혀있다. <매드맥스>의 임모탄이 독재자였다면, <설국열차>의 윌포드는 칭송받는 구원자 그 자체이다. 멸종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낼 '열차'라는 세계를 창조한 노아, 더 나아가 신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노아의 방주와 이 열차는 같지 않았다. 모든 종을 평등하게 아끼고 소중히 지켜내고자 한 최후의 방주와는 달리, 설국열차에 갇힌 모든 생명은 오로지 '머리칸을 위해' 존재하며, '머리칸에 의해' 쓰이는 부품같은 존재들이었다.

 

마치 <어벤져스>의 타노스처럼 무자비하게 개체수를 조절하며 그것이 평화와 정의라고 믿는 머리칸의 잔혹함은 최후의 장면에서 윌포드가 말한 '이런 세상에선 미친 사람들이 살아남지.'라는 말만큼이나 거북하다. 흥미로운 것은, <설국열차>에선 악의 지배층으로 대표되는 '머리칸' 사람들 뿐 아니라 '꼬리칸'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꼬리칸 사람들은 욕망 앞에서 다를 수 있는 사람인가?'

 

열차의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는 머리칸까지 가는 문을 열어달라는 꼬리칸 사람들의 말에 두 대남은 담배 하나에 불을 붙여 던진다. 이는 원초적인 욕망을 가늠하기 위한 행동으로, <매드맥스>의 퓨리오사와는 달리 극한의 상황에서 선의지보다는 원초적 욕구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꼬리칸 사람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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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꼬리칸 사람들의 욕망은 기폭제가 되어 또 다른 '연대'로 번져나간다.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욕구는 그들에게 퓨리오사가 갖고있던 목숨을 건 용기와 의지를 불어 넣었고, 꼬리칸 사람들은 터널을 지나는 어두운 열차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횃불을 서로 나누어 붙이며 나아간다.

 

여기서 흥미로운 문제를 하나 내보고자 한다. '세상의 뿌리를 만들었고,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어주지만, 사람들로부터 잊혀지면 어딘가에 수납되어 먼지만 쌓여가는 것은?' 설국열차는 이 답을 남궁민수를 통해 은유한다. 남궁민수는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다, 문을 열기 위해선 반드시 함께 해야한다던 자신의 딸을 들쳐업고 와 창 밖의 기후를 살피게 하는 생뚱맞은 짓을 한다. 

 

열차가 세계를 상징하고, 사람들이 인류를 상징하고, 열차의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류의 발전을 상징한다고 해보자. 이 때, 미래 세대와 동행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세계가 만들어지는 근간의 사유를 내었던 것은 바로 '철학'일 것이다. 철학을 상징하는 남궁민수만이 열차 밖의 세상에 눈을 돌리고, 동태를 살핀다.

 

설국열차에서 '퓨리오사'와 같은 영웅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다. 그러나 그의 의지를 조용히 지켜보며 다음으로 지나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은 바로 사유하는 힘, 철학인 것이다. 설국열차는 다음 세대에 대한 희망, 이전과 이후를 모두 내다보는 지혜와 사유의 힘인 철학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열쇠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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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 인간은 선의지, 용기, 순수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들이다. 그런 우리가 다음으로 도약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향해 기꺼이 팔을 내밀어 횃불의 불을 옮겨줄 수 있는 연대 의식과, 문을 열고 창문을 내다볼 지혜와 사유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나아가야 할 새로운 땅은 어디인가? 또,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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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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