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입에서 입으로 [TV/드라마]

너랑 내가 키스할 줄 알았냐?
글 입력 2020.08.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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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엄격한 시골마을에서 10대 고등학생 사이에 키스를 통한 전염병 발생으로 일어나는 일을 다루는 넷플릭스 드라마 <입에서 입으로>는 제목만큼 흥미로운 설정을 가지고 있다.

 

키스라는 행위 자체는 상대에 대한 순간적인 흥미로움, 혹은 그 보다 깊은 애정을 동반한 행위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키스가 나와 상대방에게 죽음을 선사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을 나누는 최악의 행위로 변한 시점에서 밝혀지는 것은 키스한 상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사귀는 사람인지 아닌지, 누가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결국 자신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등의 감출 수 없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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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파티는 대규모의 감염 확산을 암시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좋아하는 친구가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보는 프랑의 얼굴에는 패배감과 실망감, 자괴감 등의 복잡한 감정이 서린다. 동시에 파티를 핑계 삼아, 술을 핑계 삼아 동성과 키스하는 길예르미의 얼굴에선 자신도 깨닫지 못한 해방감과도 비슷한 쾌감이 어린다.

 

파티는 도덕과 규율, 체제 등을 강요하는 마을 어른들에 대한 반항이었고 자신이 내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솔직한 욕망이었으며 지키지 않아도 되는 약속을 의미한다. 욕망과 쾌락을 솔직하게 즐기는 파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네온사인과도 같다. 그리고 거기에 달려드는 나방과도 같은 존재들의 가벼움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관객에게 충격과 신선함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드라마는 진행될 수록 이성과 감성의 대비를 보여준다. 낮에는 교장과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식들이 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병에 걸릴 확률이 있는지 없는지 등의 ‘정당한’ 이유들로 타인을 배척하고, 편가르며 차별의 모습을 정당화 시킨다. 그리고 이성이 보이지 않는 밤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들에게 전염병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남과 차별을 두는 수단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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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고도 주관적인 나의 의견을 말하자면, 드라마 자체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키스로 병이 옮는다는 설정은 현실적이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지만, 이 병이 감정을 잃어버리는 병이라는 점과 병을 걸릴 때 연출되는 영상, 병을 극복하는 과정과 교장 딸의 숨겨진 의미 등은 쓸데없이 장황하다. 드라마가 준비한 요소들은 많지만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되려 식상하게 느껴지고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가 뚝뚝 끊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탄탄하다고 느껴지지 않으니 드라마가 담고 있었던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계층간의 차별, 자본주의로 파괴되는 자연의 질서 등의 폭 넓은 사회적 문제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지거나, 반대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호모포비아들의 린치로 인한 시쿠의 부상과 그런 시쿠의 곁을 지키는 병에서 치료된 프랑과 알렉스의 대비는 과연 드라마가 말하고자 했던 주제를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원인만 주구장창 나열되고 결과를 제대로 맺지 못한 드라마의 서사가 각종 사회 문제들을 부각시키기만 할뿐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메시지는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 제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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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입에서 입으로>는 요즘 대두되는 각종 사회문제들을 키스라는 매력적인 행위를 통해 풀어나간다. 만약 조금은 허술한 스토리를 감내할 수 있는 인내심이 있다면, 그리고 색다른 브라질의 10대 모습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 드라마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조효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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