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얼굴을 예술로써 관찰한다는 것 - 예술적 얼굴책 [도서]

글 입력 2020.07.03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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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얼굴책(임상빈)_입.jpg

 

 

 

관상학에 대한 소소한 나의 생각


 

관상이라고 하면 사주와 미신을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어놓고서 가능성이 없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류의 것이라고 간주해왔었다. 얼굴과 삶에 관한 객관적인 인과관계나 통계 결과 없이 구전으로 내려오는 관상학이라는 것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래된 세월에 비해서는 허울뿐인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나이가 어리면 얼굴에 어떠한 길이나 흔적이 나지 않아서 관상을 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든지, 성형이나 시술을 하면 관상이 달라진다든지 하는 등의 말들이 신빙성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관상을 활용해서 얼굴을 예술로써 읽어본다는 이 책의 주제는 관상의 어떤 면을 예술적 관찰의 대상으로 본 것일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렇게 서문을 읽으며 넘길 때까지도 사실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다 다음 문장에 눈길이 가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결국, 예술적으로 고차원적이고 개인적으로 주체적인 뜻깊은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정답과 암기보다는 이해와 해석에 집중하자. 단조로운 기술자보다는 풍요로운 예술가가 되자. 누구라도 기왕이면 삶은 그렇게 영위해야 하지 않을까.”

 

- pp.35-36

 

 

이 책은 얼굴에 관한 분석과 사실에 기반한 기술과 증명보다는, 예술적 해석과 관찰에 의미가 있는 글의 모음과 같은 것이었다. 먼저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여러 번 미술관을 방문하여 관찰한 작품들에 나타난 얼굴을 개별 FSMD 기법으로 분석하였다.

 

저자의 관심을 끄는 얼굴 FACE의 개별 부위에 주목하고 그 부분의 형(Shape), 상(Mode), 방(Direction)을 순서대로 파악하여 특정 얼굴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드러난 특성을 종합해 조형적인 느낌을 판단하고 이를 여러 이야기로 엮어보며 예술적인 음미에 도달한다.


 

 

관상학의 도구? 색안경?


 

이렇게 실제 사람의 얼굴이든 미술관의 작품 속 얼굴이든 관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계속해서 색안경과 관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저자가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어떤 얼굴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잣대가 되거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세상에는 저마다의 작동방식이 있는 뇌를 거쳐 나오는 여러 색안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신 또한 이 색안경으로 여러 얼굴을 관찰하며 미술 작품으로 한정한 탐구의 대상들이 어떻게 이 얼굴로 그려지게 되었는지 ‘작동 원리’를 연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적 얼굴 읽기’를 얼굴에 대한 어떠한 탐구방식의 일환으로 보고 책을 읽어나간다면 경우에 따라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시대상과 ‘따로, 또 같이’ 얼굴 읽기


 

기억에 남는 비교 및 감상의 사례는 <헤바즈라의 흉상>과 <알렉산더 대왕의 청동상>(p. 259)였다. 작가는 비교표를 통해 두 작품에 드러난 얼굴이 모두 양기가 꽤 강한 편이라고 말한다.

 

 

지배의 주요 도구가 육체적인 힘이었던 과거의 시대정신은 외향적이고 공격적인 ‘양기’를 우대했다. 여기에는 성별로 남자가 더 많이 해당되었다. 그런데 전통적인 여신 등, 강력한 힘을 내뿜는 여자도 양기가 강한 건 매한가지이다.

 

- p.260

 

 

양기가 너무 강하게 드러나는 알렉산더의 얼굴에서는 고달픔과 외로움으로 연민마저 느껴진다. 그에 반해 헤바즈라는 성별을 가늠할 수 없지만, 결이 다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같은 양기이지만 눈두덩이와 코끝, 입술, 턱의 모양 등으로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난 확연히 달라지고 당연히 그에 따른 감상도 달라진다.

 

예술작품을 보듯 얼굴을 보되, 단언보다는 호기심으로 나의 감상을 시대나 사실과 연관지어 보기. 나는 작품 속의 얼굴을,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 본 적이 있었던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기법과 분석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거나 외우는 수고를 들여 얼굴을 바라보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본 이 얼굴은 이런 느낌이지만, 또 다른 감상이 있다면 저자는 두팔 벌려 환영할 기색이다. 얼마든지 이 분석 기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저마다의 색안경으로 얼굴을 감상하길 독려한다.

 

이쯤되니 관상이 고리타분하고 비과학적이라는 기존의 생각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얼굴을 예술로 바라보는 데에 필요한 시대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당시의 미에 관한 기준이 어떠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어 비공식적 고증의 자료로써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책은 사업에 성공한 사람, 물질적 부를 축적한 사람, 인복이 많은 사람의 얼굴은 이것이다-와 같은 호기심이 갈 법한 주제에 관해 개조식으로 서술된 것이 아닌 정말 얼굴 자체에 집중한 예술적 글쓰기는 이런 것이라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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