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빅 리틀 라이즈: 가장 솔직한 거짓말 [TV/드라마]

바로 그 거짓말이 우정이다
글 입력 2020.06.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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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틀 라이즈 Big Little Lies>는 리안 모리아티의 동명 소설(번역본: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원작으로 한 장 마크 발레 감독의 7부작 TV 드라마다. 주연 배우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이 제작에 참여했고, 시즌 1의 성원에 힘입어 시즌 2가 제작되었다. 시즌 1에서는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 외에도 셰일린 우들리, 로라 던, 조 크라비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등의 유명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으며 시즌 2에는 메릴 스트립까지 합류해, 이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한 드라마다.

 

 

극을 이끌어 가는 다섯 여자 매들린(리즈 위더스푼), 셀레스트(니콜 키드먼), 레나타(로라 던), 제인(셰일린 우들리), 보니(조 크라비츠)는 아름다운 해변과 해안도로가 펼쳐진 부촌 몬터레이에 거주한다. 몬터레이로 이사를 온 제인과 아들 지기가 매들린을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섯 여자는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만나게 되고, 아이들이 갈등의 씨앗이 된다. 아니, 시즌 1의 중반까지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학부모들의 갈등만을 다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극이 전개될수록 우리는 그들의 매끈하고 완벽한 일상 뒤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하며 몰입하게 된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진짜 거짓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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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틀 라이즈>라는 제목이 가리키는 ‘거짓말’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아이들의 거짓말이다.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가 학교에서 다른 아이에게 팔을 물리는 일을 당하고, 새로 전학 온 지기가 의심받게 된다. 사실은 지기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아마벨라의 거짓말로 인해 제인, 매들린, 셀레스트와 레나타는 대립하게 된다. 이들의 대립 구도는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요소지만, 시즌 1의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다른 문제, 두 번째 거짓말이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 거짓말 뒤에는 가부장제가 은폐하고 있던 진실이 숨어 있다. 셀레스트의 완벽한 남편이자 맥스, 조쉬 두 아이의 완벽한 아빠인 것처럼 보였던 페리(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사실은 폭력을 일삼는 난폭한 사람이라는 것.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페리를 떠나지 못하는 셀레스트는 그 사실을 상담사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단란한 가정이라는 이상적인 삶이 그녀에게는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과거 제인을 강간하고 달아난 가해자가 페리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며 긴장감은 정점에 달한다. 계단에서 셀레스트와 매들린, 레나타, 제인이 페리와 몸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고 달려온 보니가 충동적으로 페리를 밀치면서 시즌 1은 끝이 나고, 페리가 발을 헛디뎌 사망한 사고사로 사건이 종결되며 그들의 일상은 평화를 되찾는 듯 보인다.
 
그러나 ‘페리가 발을 헛디뎠다’는 세 번째 거짓말이 가져다준 잠깐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시즌 2에서는 페리의 어머니인 메리 루이스(메릴 스트립)라는 강력한 적이 등장한다. 아들의 죽음이 사고사라고 믿지 않는 메리 루이스는 셀레스트가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도와주면서도 그녀를 의심하고 추궁하며, 급기야 아이들의 양육권을 둔 소송을 벌이기까지 한다. 그녀의 등장과 동시에 평화롭게 유지되는 듯했던 다섯 여자의 일상은 다시금 흔들린다. 이 과정에서 매들린과 보니, 레나타의 개인사와 그로 인한 콤플렉스가 드러나며 극은 더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바로 그 거짓말이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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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여자의 연대는 첫 번째 거짓말-아이들의 거짓말-과 두 번째 거짓말-단란한 가정이라는 빈 껍데기-이 부서지면서 형성된다. 연대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외부의 적-공동의 적이며 이들에게 공동의 적은 세 번째 거짓말-페리의 죽음-이다. 시즌 내내 부딪히던 그들이 그 사건 이후로 ‘몬터레이 오총사’라고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을 본 몬터레이의 사람 중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 사건이 그들을 바꾸어 놓았다고. 그러나 이들의 연대는 단순히 페리의 죽음에 가담했고,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더 복잡하다. 아첨과 가식, 포장으로 점철된 화려한 삶 뒤에 숨겨진 진실을 공유했다는 것. 사실 그들 모두가 여성, 어머니, 아내이기에 주어지는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는 것. 쉽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진실이 표면 위로 드러났다는 것 – 심지어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사는 듯했던 셀레스트에게서. 진실을 알아버린 이상 그것을 외면할 수 없게 된 이들에게 공동의 적은, 여성, 어머니, 아내로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이며 공동의 목표는 생존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에게는 각자의 욕망이 있고 그 욕망 때문에 종종 갈등이 일어난다는 점이 몰입감을 더한다. 드라마에서 그것은 자녀를 매개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매들린의 경우 딸 애비게일에게 자신의 학벌 콤플렉스를 투영한다. 레나타와 보니는 어린 시절에 충족되지 못한 욕망-부모의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 가정이라는 안전한 틀-을 각자의 자녀에게 제공하기 위해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그것은 결국 파국을 맞는다. 셀레스트와 제인의 경우에는, 이들이 보이는 어떤 집착 또는 강박을 욕망이라고 칭해도 될지 모호하지만, 페리가 남기고 간 폭력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 의지는 아이들의 폭력적인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아이들이 욕설을 사용하거나 주먹질을 할 때 제인과 셀레스트의 얼굴에서는 분노보다는 공포나 절망에 가까운 감정이 읽힌다. 어쨌든 이들의 강력한 욕망은 항상 아이들에 관한 문제로 드러나며, 그 과정에서 종종 다섯 여자 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은 다 같이 힘을 합쳐 악당을 무찌르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다섯 여자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래서 그들의 유대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시즌 1과 시즌 2의 엔딩-이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동시에 서로를 향한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들의 관계는 아주 솔직하다.
 
아이들과 가정, 부와 명예, 자존심.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들은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 함께 경찰서로 향한다. 이제는 거짓말이 아닌 방법으로 생존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 그들의 앞에는 더 어려운 싸움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분명한 해피엔딩으로 보인다. 시즌 1과 2에서 다섯 여자는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연대는 솔직하기에 쉽게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 아닐까. 거짓말로 묶여 있던 이들의 연대는 그 거짓말이 사라져도 여전할 것이다. ‘솔직한 거짓말’이라는 말은 모순적이지만, 이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이보다 정확한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다. 셀레스트가 말했듯, “바로 그 거짓말이 우정이다.”

 

[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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