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틀포레스트 : 사계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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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계절 속에 스며든 리틀 포레스트.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또 새로운 봄이 온다. 작은 숲 속 코모리 마을, 도시에서 불현듯 고향으로 돌아온 이치코는 자급자족 생활을 시작한다.
무더운 날의 식혜, 가을의 밤조림, 겨울의 수제비 핫또부터 다시 돌아온 봄의 감자 샐러드까지.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과 채소로 매일 식사를 준비하고 먹으면서, 음식에 얽힌 엄마와의 추억과 잊고 지냈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리틀포레스트 : 사계절> 줄거리
느리지만 위로가 되는 장소, 시골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를 보는 2시간동안 평소 가지고 있던 시골생활에 대한 로망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모든것이 빠르게만 흘러가는 도시와 달리 자연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며 느리고 정직하게 시간이 흘러간다.
사람들과의 경쟁, 잘해야만 살아남는 사회와 달리 자연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보여주며 안식처로서 사람들을 보듬어 준다. 주인공이 시골로 돌아온 것은 어쩌면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보듬어줄 자신만의 작은 숲을 마음속에 가꾸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음식과 등장하는 엄마와의 추억
영화 속에선 계절이 흐를 때마다 작물을 기르는 모습이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마다 엄마와의 스토리가 함께 등장한다. 이는 단순히 계절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서 느껴지는 엄마와의 추억을 담고 있다. 엄마가 이치코에게 계절이 담긴 음식을 요리해주는 이유는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과, '요리', '이치코'가 엄마만의 '작은 숲'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시골에서 이치코에게 요리를 해주며 자신만의 작은 숲을 가꾸어 나갔고, 자연스럽게 이치코의 마음속에도 자신만의 작은 숲(리틀 포레스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정성이 깃든 음식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는 이치코가 하나의 열매와 채소를 수확하기 위해서 밭을 갈고, 흙을 솎아내고, 때때로 관찰해주며 정성을 쏟아부은 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산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는 고사리와 두릅, 산수유 열매 등을 조리해 먹는 장면들을 통해서 영상으로나마 자연이 주는 건강함을 맛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마트에 가면 원하는 음식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모든것을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열매를 맺기까지 싹을 튀우고, 햇빛을 받으며 자라는 작물들의 보이지 않는 과정은 생각하지 않게된다. 모든 것이 빠른 오늘날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작물을 통해서 느림의 미학, 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연의 순환과정을 통해 시간과 정성이 깃들어야만 비로소 결실을 맺는 정성스러운 과정이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교훈일 것이다.
진짜 '밥'을 먹고싶은 현대인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유독 라면과 밀가루 음식, 간편 조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아져서 부쩍 몸도 무거워진 느낌이 들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았는데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영화 속 음식들처럼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바쁜 현대인들이 제대로 된 '밥'을 먹기에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에 쫒겨 인스턴트 식품을 먹거나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은 모두에게 익숙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자극적이고, 인공적인 맛에 길들여진 나에게 무심한 듯 아닌 듯 툭툭 간을 하는 장면은 왜인지 모르게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는 '잘' 먹고 있을까?
영화에서 음식을 다 만들고 이치코는 '잘먹겠습니다'라는 말은 한 뒤 밥을 먹는다. 이 장면을 보면서 '잘'먹는 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잘 먹고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단순히 허기짐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배부른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잘 먹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잘 먹었겠습니다'라는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해준다.
영화 리틀포레스트는 자연의 햇살을 가득담은 햇양파나 겨울바람에 마르며 맛이 깊어진 무우, 산수유열매로 만든 떫떠름하면서도 새콤한 잼처럼 인스턴트 음식에선 맛볼 수 없는 심심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진짜 '밥'이 먹고싶어지게하는 영화였다.
[강민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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