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부신 우정과 인생 - ‘나의 눈부신 친구’ [도서]

글 입력 2020.06.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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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1권이다. 나폴리 4부작은 레누와 릴라, 두 사람의 우정과 인생을 다루는데 1권에서는 그중에서도 유년기와 사춘기를 다룬다.

 

레누와 릴라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레누는 릴라를 동경하고 그녀를 자기 삶의 기준으로 삼는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레누가 지나치게 자존감이 낮은 것 같아서 릴라에 대한 열등감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깨닫게 되었다. 릴라는 레누에게 동경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너무도 소중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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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릴라와 같이 한 명의 강렬한 존재는 없었지만 여러 명의 친구가 떠오른다. 아니, 떠오른다기엔 너무 많은 주변 사람이 잔잔하게나마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모든 분야에서.

 

전교 1등도 해봤고, 학과 수석도 하고 있지만 나는 그동안 좀처럼 나를 온전히 칭찬해주지 않았다. 내가 가진 것과 이룬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가지지 못한, 다른 사람들이 가진 장점만이 또렷하게 보인다.

 

기준이 다른 사람에게 맞춰져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각자 너무 다양한 자신만의 강점을 가졌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나는 평생 자신을 낮추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내가 그 다양하고 많은 분야를 모두 잘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내가 가진 것은 분명히 있다. 객관적으로. 하지만 난 늘 그런 것들을 작고, 하찮고, 쓸모없는 것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반면에, 내가 부족한 점은 끝없이, 그리고 손쉽게 나열할 수 있다. 나는 남들보다 영어도 못하고, 대외활동도 적게 하고, 도전을 즐기지 않으며, 쉽게 좋아지지 않는 감정 상태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너무 많은 단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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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이 정말 단점일까? 그저 ‘다른 점’일 뿐은 아닐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으며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 레누는 정말 훌륭한 아이다. 레누의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레누를 착하고 뛰어난 아이로 평가한다. 하지만 레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릴라와 비교한다.

 

점수나 실력 같은 부분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다. 어떤 삶의 형태나 일상에서의 다른 점을 발견할 때도 레누는 자신의 상황이 더 열등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레누는 릴라와 달리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그곳에서도 아주 뛰어난 평가를 받으며 살아가는데도 불구하고 레누 자신은 그것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 릴라와 다른 모든 부분에서 열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릴라의 명석함, 성격뿐만 아니라, 많은 남자들이 릴라에게 관심을 보이는 점, 계속 공부를 하는 자신과는 달리 결혼을 준비하는 점.

 

릴라가 결혼을 하고, 레누는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레누가 열등감을 느껴야 할 만한 이유인가? 실제로 릴라 자신은 결혼식 날 혼란을 느끼기도 하고, 레누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넌 공부를 계속하도록 해. 절대로 멈추지 마. 필요한 돈은 내가 줄게. 넌 항상 공부해야 해.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릴라 역시 레누를 부러워하기도, 따라잡고 싶기도 한 ‘눈부신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상황이 반대로 바뀌어 레누가 결혼을 하고 릴라가 공부를 하는 입장이었어도 레누는 릴라의 삶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삶은 초라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의 기준은 릴라에게 있으니까.

 

정말 그럴 필요가 없는데. 서로룰 부러워하고 앞서나가려 하면서 속상해하기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며 의지하는 두 친구의 눈부신 우정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그저, ‘자신만의’ 눈부신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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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 My Brilliant Friend -


지은이 : 엘레나 페란테
 
옮긴이 : 김지우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이탈리아소설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456쪽

발행일
2016년 07월 07일

정가 : 14,500원

ISBN
978-89-356-69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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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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