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세계엔 절대적인 선인도, 악인도 없다 - 인간수업 [TV/드라마]

글 입력 2020.05.2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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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4월 29일, 넷플릭스 지원·제작 드라마 ‘인간수업’이 공개됐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유명한 작가가 쓴 것도 아니고, 얼굴만 봐도 아는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다. 신인 작가와 신인 배우들의 만남이었다. 개봉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끌어모은 같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과는 차원이 다른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오직 입소문만으로 <인간수업>은 드라마 팬들이라면 전부 알만한 올해의 화제 드라마에 올랐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 드라마만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파격적인 소재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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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수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것이다. “충격적이고 파격적이다”. 그럴 만하다. 인간수업은 여태 한국 드라마에서 감히 다루지 못했고, 다루지 않았던 영역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들은 분명 고등학생인데, 우리가 여태껏 보아왔던 사춘기를 겪어 방황하는 평범한 학원물이 아니다. 무려 고등학생이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는 이야기다.

지수는 성매매 알선 앱을 개발한 고등학생이다. 물론 지수는 성매매 노동자에 대한 일종의 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포주다. 같은 고등학교 민희는 지수의 조직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즉 조건만남을 하고 있다. 드라마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규리가 지수에게 목적을 갖고 접근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제껏 ‘미성년자 성매매’라는 소재는 한국 드라마에서 극을 끌고 가는 주 소재가 아니었다. 특히나 케이블이 아닌 공중파 방송 드라마라면 규제가 심하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간수업은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연령 제한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그 선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미 소재로도 충분히 파격적인데, 연출조차 그에 못지않게 파격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드라마보단 영화에 가까운 연출 탓에 그렇게 느껴진다.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메타포를 자주 등장시키고, 카메라 앵글을 관찰자 시점에서 돌려 인물의 시선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가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괴한 연출도 있다.

시청자들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되고, 결국 이 모든 요소가 모여 ‘불편함’이라는 하나의 감정에 도달한다. 이는 곧 현실에 대한 불편함이기도 하다. 범죄를 저지르고 덮기 위해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고등학생들, 위선적인 어른들, 학교 폭력, 성매매. 픽션임을 알면서도 저런 일이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것만 그 불편함이 우리를 짓누른다.
 


입체적인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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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수업>의 캐릭터들은 변화한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계속 성매매 알선을 해온 지수는 점점 감당할 수 없이 커져 버린 일들에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초반엔 위험에 처한 민희를 구해주기도 하지만, 경찰에 잡혀가는 게 두려워 민희를 저지한다. 결국 마지막엔 규리에게 도움을 청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려고 하지만, 그것마저 민희의 남자친구 기태에 의해 실패하고 만다.

규리는 얼핏 보면 완벽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엘리트 같지만, 사실 부모님의 명령에 따라야만 하는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 규리는 숨 막힐 듯한 집에서 독립하기 위해 지수와 동업을 제안한다. 사실 생계를 위해 범죄를 시작한 지수와 달리 규리는 ‘일탈 행위’를 통해 얻는 쾌감이 더 컸으리라 생각한다.

규리는 점점 더 큰 일을 벌이고, 지수는 모든 것이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 한다. 지수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범죄로 인한 쾌감이 아니라, 평범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소심하고 말로 해결하려는 지수와 달리 대범하고 행동파인 규리는 자꾸만 일의 규모를 키워나간다. 더는 그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민희는 성매매 중 어떤 남성에게 위협을 당했던 트라우마를 숨기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 실장의 만류로 그만두게 된다. 그 후 민희는 드라마의 후반부까지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경찰에 고발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 실장은 퇴역군인에서 노숙자의 삶을 살다가 지수의 눈에 띄어 함께 일하게 된 인물이다. 주인공인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굵직한 인물이다.

이들의 상처와 환경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끝까지 불안해한다. 어떤 상처가 있건 그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냉소적으로 다른 이들을 비웃지 않는다.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자책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우리는 ‘해선 안 되는 것’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시금 상기한다.
 


구원과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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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업>이라는 파격적인 제목은 어디에서 왔을까. 인간이 아니기에, 또는 제대로 된 인간이 되기 위해 받는 수업이 바로 <인간 수업>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구원받고 싶어 하는 이들의 집합체다. 지수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평범한 삶, 규리는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운 삶, 민희는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는 삶을 꿈꾼다. 세 고등학생은 전부 누군가가 자신을 이 깊은 수렁에서 꺼내주길 바란다. 그 대상이 선생님일지, 이 실장일지, 경찰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열린 결말로 끝나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확실한 건 이들은 구원받지 못했을 것이다.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장면을 보여주며 드라마는 결국 범죄의 끝은 완전범죄가 아니라, 파멸이라고 말한다. 비참하지만 응징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중 그 누구도 절대적인 선인으로 보이지도 않고, 악인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어쩌면 모든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두 모습이 공존할지도 모른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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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이 뛰어난 드라마이긴 했지만, 중간중간 개연성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학생의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참된 선생 장면은 조금 억지스러웠다. 이 실장과 지수의 관계성이나 규리가 지수의 사업에 집착하는 자세한 이유도 나오지 않아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꼈다. 풀리지 않은 ‘떡밥’들이 여러 개 있으니, 이를 회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즌 2를 기대하는 이들도 생겼다.

넷플릭스는 최근 들어 ‘활발한 스토리텔링’을 중점으로 신인 작가들을 더 등용하려는 기세다. 작품의 장르나 국적보다 스토리와 대본 자체에 초점을 둔다는 게 더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담은 스토리를 전달하려는 의도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과감한 시도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은 익숙한 것 외에도 새로움을 즐기고 싶어 하고, 그것을 충족시켜줄 만한 새로움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훌륭한 작품이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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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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