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파이프 그림은 맞지만 파이프는 아니에요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생각하는 사람, 르네마그리트전
글 입력 2020.05.1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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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_작품 앞에 서있는 르네 마그리트, 1967.jpg

르네 마그리트(1898~1967)

 


전시를 보러 다닌 지 크게 오래되지 않았으나, 가기 전에 인물에 대해 찾아보고 가는 편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름은 작년에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전시에서 처음 접했다. 그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여러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이름을 거론했고, 르네 마그리트도 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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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k johansson, 수요와 공급,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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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é Magritte, 피레네의 성, 1959

 


그는 에릭 요한슨뿐만 아니라 영화 <매트릭스>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 영감을 줬다.


그 외에도 건축, 광고 등 대중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쳤으며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작품 <쾌감의 원칙>(1937)이 한화 약 329억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연인>(1928), <이미지의 배반>(1929), <빛의 제국>(1950), <골콩드>(1953), <사람의 아들>(1964) 등이 있다.

 

르네 마그리트는 20세기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이자 초현실주의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마그리트는 20대 초반에 왕립 미술학교에 들어가 수업을 받았고, 그가 초현실주의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히 카탈로그에 실린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 <사랑의 노래>를 보게 된 이후이다.


 

르지오 데 키리코 사랑의 노래.jpg

Giorgio de Chirico, 사랑의 노래, 1914

 

 

그의 그림과 소재에만 집중한다면 왜 20세기 최고의 화가인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마그리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작품 소재로 선택하였다. 담배 파이프, 돌, 중절모, 새 등 친숙한 대상들의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였다. 이러한 기법을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고 한다.


 

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jpg

René Magritte, 이미지의 배반, 1929

 


위 그림의 제목은 이미지의 배반이고, 파이프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쓰여 있다.

  

나는 이 그림을 보고 머리를 맞은 듯하다. 르네 마그리트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흐름의 본질을 꿰뚫고 있고 그것을 전달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이미지는 우리를 배반한다. 내가 아닌 나를 꾸며 정사각형의 네모 안에 가득 전시하여 서로를 속고 속이고, 바르고 순수한 이미지의 내 가수는 성폭행범이라는 것이 밝혀져 모자를 푹 뒤집어쓴 채 뉴스에 나오며 육아 프로그램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남편으로 대중들의 인기를 얻은 유명 축구선수는 불륜으로 이혼한다.


이렇게 내가 머리를 짜내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 이미지의 배반을 설명할 동안 마그리트는 파이프 그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훨씬 효과적인 전달을 한다.

  

우리는 파이프 그림을 보고 파이프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진짜 파이프처럼 담배구멍에 담배를 끼워 연기를 내뿜을 수 없다. 종종 우리는 이런 이미지에 속아 그 본질을 모른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렸으나 아무도 본질을 보지 못하고 모자로 인식하자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했던 어린왕자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누가 먼저인지 궁금해 찾아봤더니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를 1943년에, 르네 마그리트는 그보다 이른 1929년에 위 작품을 발표했다.

 


전시사진-1s_7.jpg

 


이처럼 그의 그림은 직관적으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화가’보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던 마그리트는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전시 도입부에서는 작가와 작품세계에 대하여 상세히 소개하는 영상과 연대기, 다양한 매체의 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회화, 사진, 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 점에 달하는 주옥같은 작품들로 이루어진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다. 최신 미디어 매체와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재해석 된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하고자 기획되었다.


또한 작품 소개뿐만 아니라 비극적인 어머니의 자살과 인생의 동반자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아내 조르제트와의 만남 등, 그의 예술적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과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를 보면 그 사람의 한 생애가 전부 온다. 그가 더 나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그 과정과 함께 할 수 있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큰 용기를 주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자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특수 효과 및 AR 증강현실, 대형 파이프 포토존 등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상식과 관습을 뛰어넘는 마그리트의 세계에 쑤욱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전시사진-1s_8.jpg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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