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조명이 비추는 곳으로

내성적인 성격에 관한 단상
글 입력 2020.05.0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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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왜 교실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느냐고 물을 정도로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 성격 탓에 인간관계를 가장 어려워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설렘보단 두려움이 앞서고, 괜히 긴장되고 예민해진다.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가만히, 조용하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를 재미없다고 말한다. 덧붙여 말 좀 많이 하고, 활발해지라며 적극적인 사람이 되라고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재미없다는 소릴 들으니 내성적인 성격이 콤플렉스가 되었다.

 

친구와 놀 때는 물론,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도 혹시 나를 재미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눈치를 봤다. 일부러 활발한 척을 해보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포기했다. 나는 이런 내성적인 성격이 정말 싫었다.


왜 이런 성격으로 태어났는지 원망도 많이 했다. 도대체 내 성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고쳐보려 여러 심리학 서적을 찾아보며 외향적으로 바꾸려 노력을 해보기도 했지만,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계속 내성적인 성격에 열등감을 느꼈지만,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 애써 무시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버텼다.

 

성격에 대한 고민은 대학 입학 이후 다시 시작되었다. 대학 입학 후 첫 술자리에서 어떤 선배가 술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정말 재미없다’는 말을 했다. 술기운에 지나가는 말로 하는 말이겠지만, 그 말은 내 열등감을 자극했고, 또다시 내 성격 탓을 하기 시작했다.


내 성격을 구제불능이라 여겼다. 조별과제는 물론, 동기와 이야기를 할 때도 혹시나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불안해 했다. 그러던 중 내향인이 가진 힘에 관해 서술한 책 ‘콰이어트(Quiet)’를 읽게 되었고, 내 생각은 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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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선 외향, 내향은 기질의 차이일 뿐, 우열의 차이가 아니며, 내향적인 사람만이 가진 강점이 있다고 한다. 그 힘은 조용히 세상을 바꾼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각자 성격에 맞는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해 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인정하며 살기로 했다. 사실, 성격을 인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성격을 컴플렉스로 생각해왔던 나에겐 열등감을 인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내가 부러워하던 모든 것을 놓아버린 느낌이었다.

 

조용한 성격에 모든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거기에 두꺼운 책과 난해한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마저 재미없는 나는 역시 노잼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 성격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조용하면 어떻고, 재미없으면 어떤가, 성격에 맞게 자연스럽게 살면 된다. 나는 나의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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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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