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흔들리는 모빌 속에서. '모빌' 만들어 볼래요? [문화 전반]

모빌을 통한 감각.
글 입력 2020.05.02 09:5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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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중에서도 바람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진, 몽상에 잠긴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를테면, 공기의 흐름에 따라 부유하는 모빌, 청명한 소리를 내며 물결처럼 찰락거리는 풍경, 굽이굽이 너울거리는 들꽃과 그 잎사귀, 스륵스륵 나부끼며 햇살을 머금는 시폰의 커튼 자락, 초파일을 맞아 사찰에 수 놓인 붉은 연등이 봄바람에 일렁이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 말이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뽀얗게 쌓인 먼지를 걷어내고 펼친 두꺼운 앨범 속,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의 나는, 머리맡을 떠다니던 부드러운 색감과 다정한 움직임의 모빌과 늘 함께였지만, 지금의 내게 모빌은 그저 넋 놓고 바라보기 좋은, 무용의, 때로는 다소 따분하기까지 한 젖먹이들의 전유물이자 장식품에 불과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그러했다.

 

*

 

며칠 전, 평소 관심 있게 봐오던 목공 스튜디오에서 모빌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오픈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내가 그간 봐온 스튜디오의 작업물은 비교적 규모가 큰 가구 혹은 설치 작품이었는데 의아스럽게도 이와 상반되는, 귀엽고 앙증맞은 모빌이라니, 그것도 정식 프로그램 오픈 이전에 파일럿 형식으로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니, 개인적으로 궁금증이 있던 작가님과의 자연스러운 대면의 기회라니. 망설일 이유가 없어,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와 함께 바로 신청했고 어제 다녀오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모빌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 신청하게 된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외려, 이제 와 생각하면 꽤나 부끄럽게도, 모빌 만들기가 시시하진 않을까 하는, 적잖이 건방진 걱정을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수업은 아직까지 여운이 남을 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이 집중할 수 있었을 만큼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크기변환]스튜디오.jpg [크기변환]스튜디오2.jpg

[크기변환]과정.jpg

 

 

처음엔 각자가 만들고자 하는 모빌의 스케치를 그렸다. 그 후 작가님의 시범과 도움으로, 여러 굵기의 황동 철사, 낚싯줄, 실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와 색감의 나무 오브제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했는데, 단순해 보이지만 균형이 상당히 중시되는, 의외로 수학적인(?) 과정이었다. 또한, 어떤 색과 모양의 오브제가 서로 조화로이 어울릴지, 가장 보기 좋은 높낮이와 간격은 무엇일지, 틈틈이 고민해야 했다.


나는 기하학 도형 오브제들을 곡선으로 연결하여 비교적 모빌스럽지 않은 모빌을 만들고 싶었지만, 머리와 손의 불협화음 덕에 비록 나의 상상과는 조금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못내 아쉽기도 했지만, 정성을 다해 만든 투박하고 귀여운 내 모빌도 나름의 멋이 있기에,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꾸미기][크기변환]모빌.jpg [꾸미기][크기변환]모빌2.jpg

 

 

집에 와서 천장에 달아 놓은 모빌을 줄곧 응시했다. 움직임 없이 고요한 시간에도, 공기를 읽듯 자유로이 유영할 때에도, 그 형상에 따라 어른거리는 짙은 그림자도, 내리쬐는 빛에 의해 시시각각 달리 보이는 색까지도 아름다웠다. 모빌의 생동감은 나의 모든 신경을 자극했고 바람을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공간이 숨 쉬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새로이 경험한 감각이었으며 된 낯선 매력이었기에 나는 이내 빠져들었고 모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

 

모빌(Mobile)은 움직이는 오브제라는 뜻을 가진 아주 베이직한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고 한다. 동역학의 의미를 가진 Kinetic과 Art가 결합한 키네틱 아트는, 말 그대로 동적인 요소로 표현되는 예술작품이며 크게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작품과 관객이 움직일 수 있는 작품으로 나뉜다.


이를 알게 되고 당황스러웠던 건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키네틱 아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며 실제 키네틱 아트 작품들을 접한 경험이 적지 않았는데 모빌을 키네틱 아트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키네틱 아트라면 당연히 섬세하고 정교한 톱니바퀴와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움직이는 무엇을 떠올렸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모빌이야말로 본연에 충실한 키네틱 아트 그 자체인 것을.

 

인간과 공간을 풍성히 만들어주는 하나의 요소로써 모빌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단순히 인테리어 소품을 넘어 누군가에겐 일상을 반추하는 여유와 안정감을 선물하는 균형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겐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아 외로움을 잊게 해주기도 했으며 누군가에겐 오브제 하나하나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의 수단이기도 했다.



[꾸미기][크기변환]모빌3.jpg

 

 

왠지 모빌 만들기는 나의 새로운 취미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 빛, 바람과 같은 자연에 의해 변화하고 반응한다는 것이, 가느다란 선재에 의지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은 연약해 보이지만 힘과 무게의 원리 이용해 제작되었기에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철사를 구부리고 이음매를 만들고 오브제들을 조합할 때면 꼬리를 물던 잡생각은 사라지고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 조각 하나하나에 나의 세상을 욱여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로 하여금 머지않아 두 번째 모빌을 만들게끔 할 것만 같다.

 

여러분도 모빌 만들기를 통해 생경한 감각을 느껴보길, 부디 그 매력에 녹아나길 바란다.

 


[강안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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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이유미
    •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혹시 어디서 특강을 받으셨는지
      얄수 있울까요?
      모빌에 관심많은 사람입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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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현
    • 모빌용 철사 정보 알 수 있을까요?
      명칭, 두께, 구입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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