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이용 슬랩스틱 - 넌버벌 코믹 놀이극 "정크 클라운"

글 입력 2020.04.2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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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클라운_포스터.jpg

 

 

슬랩 스틱


: 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다


 

무성 영화, 특히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볼 때면 과장된 표정과 몸짓이 기억에 남는다. 계속 넘어지고 실수를 연발하는 장면들은 일상에서는 쉽게 보지 못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넌버벌 코믹 놀이극 <정크 클라운>은 이러한 슬랩스틱의 계보를 어린이용으로 잇는다.



정크,클라운 사진 (4).JPG

 


<정크 클라운>에는 특징적인 서사와 맥락이 없다. 극의 연결점은 아이 같은 무한한 상상력이다. 아이의 상상력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그리고 그것을 무대에 올린다면 바로 <정크 클라운>의 모습일 것이다.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은 생동감이 넘쳤고 과했다.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에 관객은 폭소하고 즐겼다. 몸짓과 마임에는 상상력이 넘쳤다. 간단한 물건으로 그 사물의 특징을 연기하며 관객이 마치 그것을 배우가 차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용 자전거 핸들만으로 배우가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상상하게 두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는 것처럼 연상하게 하고 그들의 속도감도 연기로 더했다. 한 시간 동안 끊임없이 큰 몸짓으로 연기했던 배우들이 대단했다. 슬랩스틱에 순한 맛이 있다면 바로 이 극이 아닐까?


 

<시놉시스>
 
Junk[정크] 쓸모없는 물건 + Clown[클라운] 광대. 쓸모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광대의 이야기.
 
선풍기 날개, 고장 난 청소기, 찌그러진 냄비와 깨진 바가지. "이런 고물들로 뭘 할 수 있어?", "우린 뭐든 할 수 있어!"
 
선풍기 날개는 헬리콥터가 되어 하늘을 날고, 고장 난 청소기와 호스는 태풍을 만들어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찌그러진 냄비와 바가지는 물고기가 되어 헤엄을 친다. 네 명의 광대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

 

 

정크,클라운 사진 (7).JPG

 


배우의 애드리브 또한 극의 일부분처럼 보였다. 극의 특성상 배우의 애드리브가 중요하고 돋보였다.


예를 들어 고무장갑을 머리에 끼워 마치 닭벼슬처럼 보이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고무장갑이 머리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배우의 머리에서 퐁하고 튀어 올랐다. 배우의 어이없는 듯한 목소리와 다시 고무장갑을 머리에 쓰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코믹함을 보여주었다.


혹은 자동차 문으로 표현하고 있던 박스가 갑자기 무너졌다. 육면체 모양이 완전히 무너지고 전개도 모양으로 해체됐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연기하던 배우는 당황스러움과 연기를 함께 하며 극을 이어나갔다. 이처럼 소품의 허접함과 배우의 당황스러움이 또 하나의 코믹 요소로 작용했고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처럼 더 보이게 했다.


 

정크,클라운 사진 (5).JPG

 


<정크 클라운>은 지난 공연 당시,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감수성이 숨어있다. 어쩌면 이것은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공연이 아니라 한때 아이들이었던 어른, 혹은 아직도 다 자라지 못한 어른이들을 위한 공연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에게는 웃음보단 회상이었던 공연이었다."와 같은 반응이 주를 이뤘다. 어린이 관객과 어른 관객 모두에게 '유쾌한 휴식을 선사'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

 

관계자와의 인터뷰에 언급된 말에 모두 동의한다. 극을 보면서 어렸을 적 상상했던 이야기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특정 사물과 전혀 상관없는 맥락을 떠올리고 공상에 잠겼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했다.


예를 들어, 어렸을 적 비가 오는 날 차의 와이퍼가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레스토랑에서 정신없이 서빙하는 웨이터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적 있었다. 그러고는 웨이터와 전혀 상관없이, 왔다 갔다 하는 와이퍼가 여우와 두루미가 싸움하는 것 같다고 연상했다. 맥락 없는 상상이 무척 즐거워 현실로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정크 클라운>은 어른이 관객이 다시금 자신이 아이의 상상력을 가졌었던 존재였음을 알려준다.


 

정크,클라운 사진 (1).JPG

 


비가 내리면서 이제 상상 속 놀이는 끝나간다는 것을 암시한다. 정신없이 표정을 우스꽝스럽게 일그러트리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빗소리와 함께 헤진 우산을 쓰며 비를 바라본다.


비는 어지럽고 시끄럽던 상상을 정화하고 휴식을 선사한다. 비가 모두 그친 후 아이들처럼 뛰어놀던 배우들은 다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관객에게 인사를 할 때조차 그들은 평범한 ‘어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무대 아래 계단이 있는 듯, 내려가는 것처럼 퇴장한다.


아이 같은 상상력은 끝났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속에 동심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
극단 현장
 

1974년 설립된 (사)극단 현장은 '일상의 경험을 무대 위로 가져가고 무대 위에서의 깨달음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순환'을 통해 우리 삶의 원리를 터득하고 그런 삶 속에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전문공연장인 '현장아트홀'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사 연극을 비롯한 아동가족극, 넌버벌 마임극, 지역대표축제 주제공연 등의 창작 활동과 문화 예술 교육, 축제 기획 등의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2005년에 사단법인으로 전환을 하고 2008년에 전문예술법인 지정을 받았으며, 202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형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을 받는 등 극단의 효율적인 운영 방식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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