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란체스카에게 보내는 편지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4.2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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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 아이오와 윈터셋에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삶을 사는 중년 여성 프란체스카와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사랑을 담아낸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이다.


남편과 딸, 아들이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나흘의 시간 동안, 프란체스카는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길을 물으러 온 로버트 킨케이드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와 함께 떠나지 못하고 결국 가족들의 곁에 남게 되며, 둘은 평생 다시 만나지 못하고 나흘간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재작년 가을, 그녀와 로버트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통해 사랑할 자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얼마 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를 보며, 내가 프란체스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생각들을 따라가며 편지를 쓴다.




프란체스카에게.



안녕하세요, 프란체스카. 줄여서 프란이라고 부를게요. 저는 당신과 로버트의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한 대학생입니다.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당신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아 변화한 생각들이나,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전하고 싶어서예요.


저는 그동안 ‘사랑은 그냥 사랑이지, 뭐.’라고 생각했고, 사랑이 무엇이며 사랑을 하는 데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랬던 저에게도 많은 고민을 가져다주었을 정도로 당신과 로버트의 사랑은 저에게 인상적인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랑이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두 인격체가 애정을 나누며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사랑의 과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각자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생활방식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서로만 바라보는 사랑보다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랑이 오랫동안 유지되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에요. 각각이 독립적인 존재이기에 다른 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불만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럴 때 서로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같다는 사실은 사랑을 견고히 하는 데 큰 힘이 될 테니까요.


당신의 남편 버드는 당신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했지만, 서로의 꿈이 같은 것은 아니었고 당신의 어렸을 적 꿈은 잊힌 채 시간이 흘렀죠. 당신이 세상을 누비며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면서 자유롭게 사는 사진작가 로버트를 사랑하게 된 것은 당신도 그런 삶을 꿈 꿨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사랑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것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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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신을 알게 되기 전 저는 불륜이라는 것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배우자도 있고, 심지어 자식들까지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배우자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거나 하는 상황을 제외한다면요. 제가 생각하기에 당신의 가정은 평범하면서도 평화로워 보였기 때문에, 당신의 이야기를 직접 보러 가기 직전에는 약간의 거부감마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가정의 모습 속에서, 저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가정을 위해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가장 많이 희생하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띄어서요. 그 사람은 프란, 당신이었고, 당신의 모습에서 우리 엄마를 포함한 이 세상의 많은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먹을 모든 음식을 만들거나 가족들이 입은 모든 옷을 세탁하고, 함께 쓰는 공간임에도 혼자 청소를 하는 데 하루의 대부분을 쓰는 엄마들의 모습이요.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제가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바로는 일반적으로 그런 집안일들이 가정을 꾸린 여성의 대부분에게 의무로 주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로만 불리면서 가족들을 위해 살아온 당신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한 인간으로서의 당신의 삶과 꿈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 기울였던 로버트를 사랑하게 된 것에 대해 누군가가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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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하며,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자유를 비난하고 침해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마음대로 제어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또한, 당신은 결국 가족을 떠나지 않았지만, 떠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삼자에게 손가락질을 받거나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은 인생에서의 수많은 선택 중 하나이고, 모든 선택이 그렇듯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후회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결혼 이후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해도 될 문제는 당연히 아닐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불만족스러운 생활이라 할지라도 가족들을 위해 그것을 무조건 유지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행복할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당신을 통해 저는 당신이 로버트를 사랑했던 형태도 사랑할 자유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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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 당신이 로버트와 함께 떠나지 않은 것은 가정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 역시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한 일인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평생 누구에게도 그와의 사랑에 대해 말하지 못한 점, 그리고 그와 사랑을 하던 나흘간 큰 죄를 짓는 것처럼 불안해하던 모습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사회적 시선이 당신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려요.


당신이 살았던 아이오와는 마을 사람 모두가 서로 알고 지내는 폐쇄적인 곳이었고, 실제로 유부남과 바람을 피웠다면서 오랜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의 비난 어린 시선을 받았던 루시라는 한 여성의 상황을 가까이서 보았으니 당연히 신경이 쓰였을 것 같아요.


당신의 선택은 그냥 당신의 선택이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지만, 혹시나 그 나흘간의 사랑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당신으로 인해 사랑에 관해 더 넓고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어서, 당신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도 전할게요.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당신의 삶을 사랑하는 관객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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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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