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린아이 같은 4명의 어릿광대들이 고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 - 정크, 클라운 [공연]

상상이 익숙했던 어린 시절로 고물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시간
글 입력 2020.04.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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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상상력과 향수를 자극하는 몸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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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클라운(Junk Clown)들은 이름 그대로 쓸모 없어 보이는 고물들을 가지고 논다. 이들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초등 학교를 들어가기도 전, 필자가 아주 어렸던 시절엔 동네 아이들은 항상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고 놀이터로 모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놀이들도 그 시절의 순수했던 상상력을 통해서 가능했다. 바가지위에 종이 두개를 붙이면 헬리콥터가 되었고, 흙으로 대충 형태를 빚고 모래알을 붙이면 주먹밥이 되었다.


그 시절엔 같이 놀던 아이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고, 상상했다. 정크 클라운들의 행위를 처음 보았을 때 당황스러웠던 필자의 모습은 더 이상 그 시절의 순수한 상상력이 필자에게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정크,클라운 사진 (6).JPG

 

 

정크 클라운들은 그 어린 시절의 필자와 친구들처럼 아이들과 같은 상상력을 통해 고물들을 헬리콥터로, 잠수함으로, 물총으로, 자동차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동시에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동원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크 클라운들이 하는 행위를 유심히 보며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면, 잠시나마 그러한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익숙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볼 수 있다. 단순히 고물을 가지고 노는 철없는 어른이들이 아니라, 누군가의 어린시절로 향하는 타임머신의 운전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크, 클라운’이 넌버벌 극이라는 특성 또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요인 중에 하나이다. 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말이라는 틀에 광범위한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제약이 생긴다.


결국 대사가 있는 극은 관객의 이해를 쉽게 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정크, 클라운’과 같은 넌버벌 극은 말없이 모든 것을 몸짓으로만 표현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세상에 쓸모 없는 물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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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클라운들은 또한 고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필자는 이 공연을 보기 전에 고물들은 이미 그 쓸모를 다한, 더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쓰레기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물건들로 생각했다. 하지만 정크 클라운들은 그러한 고물들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고 그들에게서 생각치도 못했던 가치를 창출해낸다.

 

구멍 뚫린 우산은 더욱 낭만적이게 변했고, 버려진 박스들은 비록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지만 그럴싸한 자동차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반짝 거리는 새 물건이 해낼 수 없는 가치를 고물들이 창출해낼 수 있는 이유는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의 추억, 손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4명의 광대들은 고물들이 가진 그러한 스토리와 추억을 끄집어내 관객들의 앞에 선보인다.

 

세상을 실리와 돈이 되는 것만으로 생각한다면, 너무나 각박할 것이다. 고물이 가진 치유력과 매력을 잘 알고 있는 4명의 정크 클라운들은 점점 더 삭막해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뻔뻔스럽게, 때로는 아이 같이 해맑게 더 이상 현실적인 이득을 얻을 수 없는 고물을 가지고 즐겁게 놀며 은연 중에 삭막해진 현대 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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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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