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발작
글 입력 2014.08.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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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26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싸쉐 Sashe 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 발작 Balzac 1799-1850 이 한동안 글을 열정적으로 쓰던 성이 있다인쇄소와 부동산 투자 살패로 생긴 큰 빚으로 그 곳에 피신하여 매주 매달 엄청난 양의 원고를 그는 쫒기듯 써나가야 했다그걸 보면 신神은 그렇게 해서라도 한 인간의 재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커다란 정원이었고 친필 원고와 침실, 아름다운 정원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유리창 옆에는 글 쓰던 탁자와 의자가 있고, 그를 그린 그림들과 그의 두상을 만든 현대 조각가의 새까맣고 단단한 철 조각들이 4층 성에 전시되어 있었다그가 글 쓰던 탁자 앞 의자에 잠시 앉아 보기도 했다그 중 그의 침대는 늘 흥미롭다벽에 십자가가 걸려 있고 베토벤 스타일의 긴머리와 우락부락 굵은 선의 특색있는 얼굴의 두상과는 대조적인 짧은 침대여서 그가 아주 작은 키였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프랑스 정부가 발작을 얼마나 대단한 문호로 모셨는가는 당대 최고 조각가인 로뎅에게 발작의 동상을 부탁하여 만들었다는 사실을 봐도 알 수 있다실물 크기 이상이다그것을 만든 과정이 싸쉐 문학관에 진열되어 있고 완성된 문호의 전신 조각은 파리 중심, 뤽상부르그 공원 근처 바벵 Vavin 역 앞에 있다그가 한때 살고 글을 써온 공간에서 그가 바라본 삶의 시각과 생각을 느끼다 보면 파리 시내에 서 있는 로뎅의 작품 '발작'의 의미가 새로이 마음에 들어온다위대한 작가의 뮤제를 이리 품위있게 만들어 산교육을 시켜주고 그들의 정신과 생각을 귀히 보존하여 후대에 이어주는 그 소신과 방향이 고맙다발작 문학관에 가면 또 다른 놀라운 장면이 있다우리나라 여행자나 관광객들은 보름을 프랑스에 있다 해도 루아르 밸리가 좋은 곳이지만 문학관을 찾아 거기까지 가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그러나 일본 여행객들은 개인이나 이번에는 열네명이 단체로 와 일본 해설자가 문학관 프랑스 책임자와 함께 아주 자상히 설명하고 안내를 한다우연히 나도 거기 끼어 그 소설에 나오는 정원의 묘사가 글 쓰던 탁자에서 창을 통해 바라다 본 바로 저 정원이라는 에피소드 등, 잘 들었지만 그들이 듣고 메모하고 공부하는 진지한 모습은 우리와 달랐다나는 현선생 댁에 왔기에 가까운 문학관과 예술가의 집들을 찾았지만 그들이 이 먼 시골에 일부러 찾아오는 것을 보며 그것은 경제 하나가 앞선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인구가 몇 되지 않을 것 같은 아주 작은 이 마을에 알렉산더 칼더라고 그의 움직이는 모바일 조각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조각가가 여러 해 작품을 만들며 살기도 했다고향 미국으로 떠나며 기증한 모바일 커다란 철조각이 빨강 파랑의 양팔로 바람에 유유히 돌고 있었다자신의 모바일 조각을 "움직이는 시詩" 라고 했던 그다여기 저기 그의 집과 아뜰리에 등, 몇 군데나 되는 그 집 자리들을 현선생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오래 전 파리에서 그 조각가의 딸이 주말에 아버지 싸쉐 집에 초대하곤 했기 때문인데, 칼더의 당시 흔한 작품이 수 십년 후 이리 수 백만불 이상이 될 지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했다그 값어치가 어찌 됬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고 했고 과연 그들의 생은 다 갔지만 그 창조의 영기는 이 마을과 세계에 길이 남아 인류가 받고 꿈꾸고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추적추적 싸쉐에 비가 내린다자고 먹는 외의 생을 창작에 온통 바쳤을 대문호와움직이는 시詩로 꿈을 안겨주는 조각가의고요한 죽음 위에 비가 내린다불꽃 같은 그 열정의 흔적을 살피는 살아있는내 머리 위에도 씨쉐의 비가 내린다산자과 죽은 자의 마음을 잇는예술이라는 이름의 bridge 위에도이 아침단비로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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